“단 한 분도 답답하지 않도록, Don’t W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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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분도 답답하지 않도록, Don’t Worry”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9.12.10 17:25
  • 수정 2019-12-16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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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은(23)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주최한 제14회 유니버설디자인공모전에서 신승은 씨는 응급실 초진 시 청인 의료진과 농인 환자의 소통을 도울 수 있도록 픽토그램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앱 서비스와 리플릿 구성 작품으로 한 ‘Don’t Worry‘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기자와 만난 승은씨는 연신 “너무 신기해요. 감사해요.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러 와주시고”라고 하면서 반겼다. 단발머리에 귀여운 미소가 눈에 띄는 딱 20대 대학생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이야기 할 때는 진지함을 가지고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유튜브 보는데 청각장애인 할아버지와 두 손자가 응급실에 간 내용이었어요. 할아버지의 손주 두 명 모두 청각장애인이고요. 그런데 그 곳에서 어디가 아픈지 전혀 의사소통이 안 되다 보니 다른 보호자가 올 때까지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걸 보고 처음 컴퓨터를 켰던 것 같아요.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승은씨의 이런 생각은 어려서부터 가까이 지냈던 지인의 영향도 컸다고 한다.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지인을 보며, 어린 마음에는 답답하기도 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왜 아직도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나오지 않는 외부 환경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의료는 생명과도 연결되는 것만큼 이 부분에서 농인들이 배제 받지 않도록 돕기 위한 것을 구상하다가 나온 것이 바로 ‘단 한 분도 답답하지 않도록, Don’t Worry‘이다.


“이 서비스는 픽토그램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앱 서비스와 리플릿 구성됐으며, 픽토그램은 앱 서비스와 리플릿에 활용하였으며, 질감에 변화를 주면서 일러스트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실제 응급실 초진 시 사용되는 6단계의 질문과 확인단계에 따라 설계해 보다 의료진들이 농인 환자의 현재 상태와 기본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에요. 또 앱에서 '129 영상(수화)상담서비스’나 ‘손말이음센터’로 바로 연결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편리성을 높였어요.”


승은씨는 이번 작품을 구성하면서 많은 논문들을 살펴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인들이 병원에서 맞이할 불편함은 물론 그들의 심리적인 불안함을 해소시켜줄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응급실을 워낙 긴박하게 돌아가고, 환자 한명 당 의료진과 상담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대기하는 동안 불안함을 많이 느끼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앱 외에도 리플릿 따로 마련했어요. 리플릿은 응급실 이용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어요. 환자가 리플릿을 통해 전체적인 검진 과정 설명을 이해하고 의료 차원에서 예상되는 일들을 공유 받을 수 있도록 3단 접지의 6페이지로 구성한 거죠.”


기자가 리플릿에서 가장 눈여겨 본 것은 마지막 페이지였다. 뜯어 쓸 수 있는 메모 칸을 만들어 기다리는 동안 불편한 점을 적어서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를 담은 것이다. 단순히 시스템적인 배려가 아닌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를 담고자 하는 승은씨의 마음이 담긴 듯 해 보였기 때문이다.


“저는 이게 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라고만 생각하지 않아요. 결국은 의료진이 환자를 대할 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고 그에 맞는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기도 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모두에게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해요.”승은씨는 내년 1년 동안 아이디어를 상용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정해야할 부분이 아직 많이 있어요. 그림을 좀 더 구체화하거나 가독성 좋게 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또 앱을 만드는 작업은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홍보하고, 도움을 받으면서 실제로 사용화 될 수 있도록 진행해 나갈 계획이에요.”
승은 씨는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디자인 분야를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분야에서 영향력을 끼치는 일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시각장애를 가지고 교사가 되신 분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그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제도나 서비스가 뒷받침 된다면, 저와 같은 장애인 교사가 훨씬 더 많이 나올 거라고요. 그 말을 듣고 많이 공감했어요. 제도와 서비스만 있으면, 장애인뿐 아니라 어린이 외국인 노인, 그리고 비장애인까지 도전 못할 게 없고, 못 이룰게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제가 일조 한다면 참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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