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도 5월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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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도 5월이 있는가
  • 편집부
  • 승인 2009.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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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월은 산천초목이 신록을 자랑하고 만물이 약동하는 계절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산으로 들로 야외나들이를 즐기기에 좋은 시기다. 게다가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 등 가족과 관련한 기념일과 행사가 집중돼 있어 언제부턴가 우리는 5월을 가정의 달로 지정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웬만한 가정에서는 어린이들이 부모들과 어린이날을 만끽하는가 하면, 자식들은 부모님에게 낳고 키워준 보답을 하며 자식의 도리를 다하고, 스승과 은사를 찾아 은덕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하며 제자로서의 면목을 한껏 세우면서 가정의 달을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을 사는 장애인에게 과연 5월 가정의 달은 있는가? 소득수준이 국민 전체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장애인가정이 대부분인 장애인들은 언감생심 가정의 달을 입밖에 꺼내는 것조차 사치일 수밖에 없다. 장애인들에게 5월은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이 극에 달한 잔인한 5월이 될 수밖에 없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시설에서 생활해야 하는 장애아동과 장애청소년들이 부모들의 온정을 만끽할리 만무하고, 어버이날이랍시고 부모들에게 자식 된 도리를 다한다는 것 역시 언어도단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거나 중퇴한 장애인이 75%나 되는 현실에서 언제 한번 제대로 스승이나 은사를 접할 기회나 있었겠는가. 큰맘 먹고 나들이 한번 해보려 해도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무섭고, 이동이 어려워 포기하고 만다. 살아가는 나날이 이러니 특별히 5월이랍시고 별다른 게 있겠는가.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마다 정부가 장애인가정을 위해 특별히 신경을 쓰는 것도 없다. 그렇다보니 신문과 방송에서 조차도 장애인문제는 홀대받기 십상이어서 장애인가정을 위한 기사나 프로그램 편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다 4월 장애인의 날에나 연례행사로 마지못해 체면치레하듯 한두 꼭지 다루고 나면 그만이다. 그런 가운데도 높은 양반들의 보여주기식 행사는 신문과 방송의 단골 메뉴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두고 홀트일산요양원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장애인 합창단의 공연 도중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여러 신문과 방송에 보도됐다. 장애를 극복하고 천사의 목소리를 만들어낸 합창단의 공연에 대통령이라고 감동하지 말란 법도, 눈물을 흘리지 말란 법도 없지만, 이를 본 장애계는 대통령의 눈물을 ‘악어의 눈물’이라고 비꼬았다. 가락동 농수산시장에서 노점상 할머니를 끌어안고 흘린 눈물이나 겉다르고 속다른 포퓰리즘 정치의 전형으로 치부한 것이다.


 그런 낙인이 찍히게 된 빌미야 MB 자신이 자초한 결과라서 억울해 할 일이 못되지만 본인이야 인정하려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MB정책의 과오가 벌써부터 하나둘씩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으니 어쩌겠는가. 급기야 여수시가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인 활동보조서비스의 신규신청을 금지시켰는가 하면 신청해도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일정 연령의 장애수준에 따라 의무적으로 지원해야 할 서비스를 예산타령하며 못하겠다니 사설도 아닌 공공기관이 할 짓인가. 지방정부인 여수시의 문제도 있겠지만 중앙정부가 MB정권 초부터 주도적으로 극소수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을 펴고 복지예산을 삭감하는 등 반서민, 반장애인정책으로 밀어붙인 결과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장애인에게 5월은 오기나 오는지 MB정권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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