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사람)“부딪치고 소통해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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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사람)“부딪치고 소통해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잖아요”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9.11.02 12:18
  • 수정 2019-11-02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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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정 씨 / 장애학생 학부모
 
김언정씨의 딸 김민지(가명)양은 뇌병변장애로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다. 뇌병변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신체의 장애만 가졌을 뿐 지적장애는 동반하고 있지 않다.
 
10월 초 민지양이 학교에서 진행된 ‘교원능력평가’ 대상자에서 제외됐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화도 많이 났지만 기자를 만난 순간 김언정씨는 너무나 밝은 미소로 담담히 이야기를 전했다.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은 교원능력평가를 진행해요. 학교마다 방법이 다른지는 모르지만 민지가 다니는 학교는 컴퓨터실로 이동해서 진행을 했고, 평가를 위해서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고유번호가 제공되고 그 번호로 사이트에 로그인을 해서 진행하는 거죠. 그리고 평가가 이루어지는 동안 지정된 학부모님이 함께 감독관의 역할로 함께 하고요. 그런데 아이들은 다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 아이만 머뭇거리고 있더래요. 가서 물으니 민지에게는 애초에 고유번호가 발급되지 않았다는 거에요. 그 얘기를 전해 들었을땐 아이가 받았을 상처 등을 생각하니 솔직히 화가 나더라고요.”
 
김언정씨는 학교 측에 민지 양이 왜 평가 대상자에서 포함되지 못했느냐고 물었고, 학교 측은 “관행대로 했을 뿐”이라는 답을 내놓았다고 한다.
 
물론 교원능력평가 대상이 제외 조건에 ‘장애를 가진 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해당 학교를 2개월 이상 다니고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각 학교마다 운영되는 평가관리위원회에서 대상자를 자체 심의할 수는 있다.
 
김언정씨는 “민지가 혹시라도 의사표현을 할 수 없다든지 사리판단이 힘든 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지만 아니거든요. 단순히 신체가 불편할 뿐인데… 각 아이마다 가지고 있는 장애 특성에 대해 학교 측이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었어요.”
 
무엇보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민지가 꼭 선생님에 대한 평가를 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민지가 그러더라고요. ‘나 해야 해, 하고 싶어’라고요. 그래서 학교 측에 평가를 해야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고유 코드를 받아 진행했어요.”
 
김 씨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아이가 교원능력평가를 마무리했기 때문에 기사제보를 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지만 ‘고발’의 의미보다는 이러한 이야기를 알리고, 장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전달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 마음을 먹었다고 이야기했다.
 
“전 학교와 담당 교직원 및 평가위원들을 질책하려는 차원에서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에요. 정말 몰라서, 깊게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냥 하던 대로 진행했던 평가제도와 관리 부분이 너무 소홀했고 바르지 않은 관행은 끊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분명 이번 일을 통해 학교 측도 다음부터 개선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해 주셨어요. 민지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잘못됐음에도 누군가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서 차별 아닌 차별을 받는 일이 많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제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또 배려하지 못한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요.”
 
김언정씨는 누군가는 이야기하고, 또 누군가는 귀를 기울여야 변화할 것이라고, 그리고 자신은 그 역할을 하는 것 뿐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살아있고 살아갑니다. 그냥 살아가서는 안 될 거에요. 생활의 이해를 통해 공존하는 주변의 환경과 다른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사회적 문제 갈등상황 시스템 전환이 도래할 때 더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는 성찰이 필요하며 깨어 있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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