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사람)“사회적 가치를 전달하는 일은 가슴을 뛰게 하는 것 같아요”
상태바
(기자가만난사람)“사회적 가치를 전달하는 일은 가슴을 뛰게 하는 것 같아요”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9.10.01 11:06
  • 수정 2019-10-10 1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상 수상한 이화여대 동아리 ‘한끗’
▲ (왼쪽부터) 이주희(영문 1학년), 김주은(사회과교육 2학년), 이하늘(교육학 3학년), 강규리(영문 3학년), 김도현(문헌정보학 3학년), 김지은(경제 1학년)
지난 9월 26일 따뜻한 동행이 진행한 ‘제2회 따뜻한동행 장애인일자리 창출 공모사업 결선 행사’ 현장에서 기자는 대학생 동아리 참가자 두 팀인 ‘한끗’과, ‘봄그늘’ 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본행사가 시작되기 전 진행된 인터뷰였기 때문에 결선 결과를 알지 못한 채, 다섯 후보팀 중 기존의 기업이나 비영리 단체가 아님에도 장애인일자리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대학생들의 활동을 기사화하는 것이 의미있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인지 기자가 인터뷰한 두 팀이 각각 대상과 우수상에 선정됐다. 그들의 열정을 이미 알고 결과를 지켜본 기자였기에 그들의 수상이 더욱 뜻 깊게 느껴졌다. 기자가 직접 들은 젊은 청년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진정성을 들어보자.

시각장애인 한국어 교육강사 직무제안
 
 수줍게 인사를 하며, 의자에 앉은 여학생들은 수줍어하는 모습과는 달리 자신들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설명할 때는 진지하고 똑 부러진 모습이었다.
 
 ‘한끗’팀 중 이하늘(이화여대 교육학과 3학년) 씨와 강규리(이화여대 영문학과 3학년) 씨는 ‘시각장애인의 직업은 곧 안마사’라는 현실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좀 더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사업 구상의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이하늘 씨는 “카페모아라는 시각장애인분들이 바리스타로 일하는 카페에 가서 개릴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안마사의 직종을 가진 시각장애인분들 중 자신이 안마사라는 걸 노출하는 것을 꺼려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분들 하시는 말이, 시각장애인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직종은 오직 안마사뿐인 것 같다. 다른 것을 하고 싶어도 다른 직업군으로는 아무런 정보도, 또 배울 수 있는 길도 없다는 거였어요. 아마, 저희의 사업 구상은 거기서부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렇게 ‘한끗’은 시각장애의 특성을 파악해 이동의 제약과 누군가를 마주해야 하는 부담감을 최소화할 수 있으면서도 직종으로 선택하는 데 있어 큰 장벽이 없는 일자리를 고민했고, 그 결과 모바일 한국어 교육서비스라는 ‘한글러’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규리 씨는 “저희가 학생이다 보니 아무래도 교육과 학생, 학교라는 환경이 친숙했고 그래서인지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이라는 아이템이 가장 크게 와 닿더라고요. 우선 유학생들은 기본적인 한국어 테스트를 거쳤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분들이 외국어를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고, 전화를 통한 교육이기 때문에 따로 사무실 등을 얻어야 하는 등의 투자가 필요 없으며, 유학생들에게는 저렴한 금액으로 문법적 한국어가 아닌 실생활에 맞는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춘 최적화된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지난 8개월 동안 4명의 시각장애인과 이화여대 내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수업을 진행했으며, 만족도 조사결과 강사로 임한 시각장애인들도 유학생들도 모두 만족한다는 답변을 내 놓았다고 한다.
 
 이하늘 씨는 “저는 무엇보다 이 사업이 시각장애인분들이 보다 다양한 환경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안마사로 일하시는 분들의 경우 안마사가 되기 위해 배우는 과정에서도, 일터에도 모두 시각장애인분들과 함께 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한국어 강사의 경우, 나이대도 다양하고, 국적도 다양한 많은 사람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눔으로 인해서 다양한 세상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그분들에게 또 다른 희망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장애인일자리 사업은 투자비용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지속 가능한지가 가장 큰 쟁점이다. 그렇다 보니 기자 역시 좋은 아이디어지만, 학업과 진로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학생들이기에 이 사업을 진정성 있게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기자의 이런 질문에 ‘한끗’ 측은 “전혀 걱정할 것 없다.”며, 당당하게 자신들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강규리 씨는 “그런 걱정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희가 학생이고 곧 졸업과 취업을 앞두고 있으니 어쩌면 커리어에 보태고자 일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듣기도 했고요. 하지만 우선 저희가 진행하는 ‘한글러’ 사업은 단순히 1~2개월 동안 준비한 것이 아니라 1년 가까이 진행 중인 사업이란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 동아리 역시 한 기수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사업에 신입생을 계속 받음으로써 지속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고요. 무엇보다 사업이 안정기에 들어서면 지역기관과 사회단체에 위임할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이를 위해서 끊임없이 관련 단체들과 관계를 유지 중이고요.”
 
 인터뷰를 함께 한 강규리 씨와 이하늘 씨 모두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에 시작한 동아리 활동이었지만 이로 인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기준점이 변화했다고 말했다.
 
 “‘아직 어떤 직업을 가지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사회적 가치를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점은 더욱 확고해진 것 같아요. 제가 어느 위치에 있든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들의 이러한 건강한 메시지와 열정이 전달돼서였을까, ‘한끗’ 팀은 이번 공모전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 후 가진 인터뷰에서 그들은 다시 한 번 자신들의 목표와 마음가짐을 확실히 전달했다.
 
 “사실 대상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 기뻐요. 그리고 무엇보다 시각장애인분들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에 심사위원분들이 공감을 해주셨다고 생각해요. 이제 저희 끼리만의 사업이 아니라 ‘따뜻한 동행’과 함께 하는 만큼 더욱 탄탄하게 사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에요. 저희의 성장 가능성을 보시고 믿어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한끗’을 통해 시각장애인분들과 함께 장애 없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작게나마 기여하고 싶어요.”
 
차미경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