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학대사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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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학대사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9.09.06 09:22
  • 수정 2019-09-06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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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서울지방변호사회 프로보노지원센터는 ‘장애인학대사건 법률지원 매뉴얼’을 발간, 강연회를 지난 8월 21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교육회관 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매뉴얼 강연회에선 △장애인 학대와 장애의 이해 △형사·민사 소송지원 △장애인성폭력사건, 장애인시설 학대사건, 장애인 경제적 착취사건 등 주요 유형별 지원방안 등이 소개됐다. - 이재상 기자

 

학대피해 장애인 대상 형사·민사소송 등 법적 지원체계 운영중

 

장애인학대, ‘경제적 착취’ 많고

대다수 피해자 정신적 장애인

 

장애인학대를 직접적으로 정의하고 있는 법률은 장애인복지법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괴롭힘 등의 개념에서 학대를 언급하고 있지만 학대의 개념을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 않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3항에서는 장애인학대를 ‘장애인에 대하여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언어적 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 경제적 착취,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학대에서는 피해자가 의사소통이나 판단 혹은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아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고, 심지어는 도움을 요청해도 묵살되기도 한다.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그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문제제기를 하였다가 살 곳이 없어지거나 그나마 자신을 도와주었던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입을 다무는 경우도 많다.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장애인권익옹호기관(1644-8295)에 신고 접수된 사례는 3,658건에 달하며, 학대유형별로는 신체적 학대가 27.5%, 경제적 착취 24.5%, 방임 18.6% 순으로 조사됐다. 장애유형별로는 지적장애 70.9%, 지체장애 7.4%, 정신장애 6.0%로 나타나 자폐성장애 2.7%를 포함한 정신적 장애인의 피해가 79.6%로 전체 피해자 10명 중 8명이 정신적 장애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이정민 변호사는 “이처럼 장애인학대는 ‘경제적 착취’ 피해가 많고 특히 대다수의 피해자가 정신적 장애인이라는 점은 장애인학대사건에서 사법적인 지원이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그는 “경제적 착취 피해는 형사 지원뿐만 아니라 민사 지원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사실상 완전히 회복되기 어렵다.”며 “사법부는 현재 학대피해 장애인 대상 초기 지원은 물론 향후 재학대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지원 체계가 운영 중”임을 밝혔다.

 

학대피해 신고만 한 경우

불기소처분시 항고 어려워

고소장 제출이 필수

 

보조인-진술조력인 등

수사과정에서 편의제공

 

▪형사소송 지원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는 “학대사건 발생 시 수사는 경찰 또는 검찰에 의해서 이뤄지고,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조력할 수 있다.”며 “피해자 스스로 장애인단체나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연락하는 경우도 있지만, 피해자가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현재 운영 중인 형사소송에 있어서의 학대피해 장애인 지원제도에 대해 소개했다.

학대의 유형이 다양하고 본인이 처한 상황이 학대인지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염전 노예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지역 내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으며 시설이나 특수학교 등에서 발생하는 학대의 경우 시설 종사자 등에 의한 제보나 신고에 의해 수사가 개시될 수도 있다.

학대유형에 따라 수사의 방법이 달라질 수 있지만 학대피해자의 진술이 중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또는 진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더욱) 객관적인 증거의 확보가 중요하다.

보통 성인중증발달장애인에게 후견인이 선임되어 있지 않은 경우 부모가 의사결정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의 의사를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와 동일하게 간주해선 안 된다. 특히 시설 등에서 학대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의 부모가 문제제기를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변호사가 사건 초기 위임받아 진행 시 신고에 그치지 않고, 고소장 또는 고발장을 작성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할 수 있다. 잘 정리된 고소장 또는 고발장은 수사기관이 초기에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수사의 방법과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피해자가 신고만 한 경우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항고가 어려우므로 고소장을 제출하는 것이 좋다.

수사과정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은 △피해장애인의 심리적 안정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조사나 신문 과정에서 동석하게 하는 신뢰관계인 동석제도 △소송 내용을 발달장애인이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보조인제도 △성폭력범죄 피해자 중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조사 시 도움 받을 수 있는 진술조력인제도 △점자자료, 인쇄물 음성출력기기, 음성지원시스템, 컴퓨터 등을 정당한 편의로 지원받을 수 있다.

최근 진행된 민사재판에서는 청각장애가 있는 원고와 방청객들을 위해 수어통역과 함께 법정 스크린을 활용한 문자통역이 제공됐다.

수사 절차상 피해자 지원제도는 △법률구조공단의 법률구조 △성폭력처벌법상의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는 경우 증거보전 △피해자의 진술번복 우려가 있거나 목격자 등 증인이 외압에 의해 증언을 번복할 우려가 있는 경우의 증거보전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 관련 전문가에게 피해자의 정신・심리 상태에 대한 진단 소견 및 진술 내용에 관한 의견 조회 등이 운영 중이다.

학대피해 장애인 등 고소인이나 고발인은 각하, 공소권 없음, 죄가 안 됨, 혐의 없음, 기소유예와 같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처분통지서를 받은 후 30일 내에 항고할 수 있다.

항고가 기각되면 고소인은 불기소처분한 지역을 관할하는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재정신청은 항고기각 결정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지방검찰청 검사장 또는 지청장에게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고발인은 항고기각 통지를 받은 후 30일 내에 재항고를 할 수 있으며, 항고를 한 날부터 처분이 이뤄지지 아니하고 3개월이 지난 경우에도 재항고를 할 수 있다.

증거조사 후에 재판부가 증거기록을 받아서 검토한 뒤에 선고가 이뤄진다. 구속사건의 경우 1심은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4개월 내에 재판을 하게 되지만, 불구속사건은 이러한 기한의 제한이 없어 재판이 길어질 수 있다.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면 대체로 검사가 항소하지만, 만약 검사가 항소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항소기간(7일) 내 검사에게 적극적으로 항소에 관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재판부는 유죄판결 시 피해자의 신청이 있으면 피고인에게 범행으로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 치료비, 위자료 등의 배상을 명령할 수 있다.

배상명령 신청이 가능한 형사사건은 상해, 중상해, 특수상해, 상해치사, 폭행치사상, 상해 미수 및 상습 상해・중상해로,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특별법 위반범죄는 배상명령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

배상명령을 받은 유죄 판결서 정본으로 강제집행이 가능하므로 피해자가 별도의 소송비용과 시간을 들여 민사재판을 하지 않고도 피해를 회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대방서 일부 합의금 받고

민형사상 부제소 합의시는

소제기가 불가능해 주의필요

 

장애인 위해 진술보조

활동지원-피고 퇴정신청

등이 운영되고 있어

 

▪민사소송 지원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민법상 소멸시효는 소제기 시점으로부터 역산해 소멸시효기간(임금청구 사건은 3년, 부당이득 반환청구 사건은 10년)을 경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채권의 소멸을 인정하는 제도로, 따라서 10년을 초과한 장기간에 걸쳐 피해를 입은 경우 소제기가 늦어지는 만큼 피해자의 피해회복 범위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말했다.

노동력착취사건의 경우 10년을 초과한 장기간에 걸쳐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많이 있는바, 신속한 소제기가 필요하며 소제기 이 외에 내용증명에 의한 최고(채무이행 등 일정한 행위를 하도록 상대방에게 요구/독촉하는 의사의 통지), 보전처분을 통한 소멸시효 중단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소제기가 불가능한 경우(법적 장애)로는 피해 당사자가 법률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상대방으로부터 일부 금액을 합의금으로 지급받고 더 이상 민・형사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부제소 특약 포함)의 합의를 한 경우다.

이러한 경우 합의에 이른 과정을 면밀히 살펴본 후 만약 상대방이 위 과정이 합리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판단(△당사자의 의사가 아닌 당사자 가족 등의 의사로 합의 과정이 진행된 경우 △합의금 액수의 적절성에 대해 피해 당사자가 정확한 판단이 어려운 경우 등)된다면 위 합의는 민법 제103조(반사회적 법률행위), 제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주장을 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상 장애인을 위한 사법지원제도로는 △진술보조 △활동지원 △피고 퇴정 신청 등이 운영된다.

2017년 2월부터 시행 중인 ‘진술보조인제도’는 질병, 장애, 연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제약으로 소송에서 필요한 진술을 하기 어려운 당사자들을 위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법정에서 진술을 도와주는 사람과 함께 출석하여 진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민사소송법 제143조의2)

다만 허가 신청은 심급마다 서면으로 하여야 하며, 법원의 허가를 받은 진술보조인은 변론기일에 당사자 본인과 동석하여 당사자 본인의 진술을 법원과 상대방 등에게, 또는 그 역으로 의사소통이 원활히 되도록 중개하거나 설명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피고 퇴정 신청’은 대부분의 학대피해자들은 가해자에게 정신적・신체적 학대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태이며, 따라서 피해자의 변호인과 함께 동석한 자리일지라도 자신을 학대한 가해자가 지켜보고 있는 상황 때문에 간단한 사실확인을 하는 질문에도 긴장하고 진술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민사소송 규칙 제98조(재정인의 퇴정)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법정 안에 있는 특정인 앞에서는 충분히 진술하기 어려운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재판장은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 그 증인이 진술하는 동안 그 사람을 법정에서 나가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학대피해 장애인들은 대부분 소득이나 재산이 없는 기초생활수급자다. 때때로 피해장애인이 거액의 합의금을 수령하게 되면 그 소득 때문에 수급권을 잃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피해장애인의 수급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이 합의금을 수령하여 보관하는 방안을 고민하게 된다.”며 “그러나 수급권 유지를 이유로 피해장애인의 합의금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은 위험한 생각으로 합의금을 맡은 사람이 그 돈을 편취할 수 있기 때문”임을 강조했다.

이어 “기초생활보장 수급은 언제든지 다시 신청할 수 있고 조건에 해당할 경우 수급비를 받을 수 있다. 피해장애인이 수령한 합의금을 모두 사용하고 이후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면 그 때 다시 수급권을 신청하면 되므로 피해장애인이 직접 합의금을 수령할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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