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가 행복한 영화 찍고 싶어”
상태바
기자가 만난 사람 -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가 행복한 영화 찍고 싶어”
  • 배재민 기자
  • 승인 2019.09.04 09:51
  • 수정 2019-09-04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진행 영화감독
 

 2019 속초국제장애인영화제에서 단편영화 ‘배리어프리’를 공개한 이진행 감독이 기자에게 건넨 명함 두 장은 영화와 관계없는 명함이었다. 한 장은 감사를 주제로 글을 쓰는 이진행 작가의 명함이었고 다른 한 장은 꽃을 파는 이진행 씨의 명함이었다. 그는 아직 영화감독 명함은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좋아하지만 영화를 찍을 생각은 없었어요. 작년과 재작년, 속초국제장애인영화제에서 자원봉사를 하는데 영화제 관계자가 저를 불러서 지원금을 줄 테니 영화를 찍어보지 않겠냐는 말을 했어요. 고민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 수락했습니다.”

이진행 감독이 연출한 ‘배리어프리’는 저예산으로 제작된 단편영화여서 화면은 단출하나 장애계의 다양한 함의를 담고 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건 장애인 취업문제다. 작중 주인공 기명은 영화에서 “정부에서는 이렇게 말을 했어요. 기업들한테 너네들 장애인 고용해라. 안 그러면 벌금 물린다. 중소기업들은 그나마 어떻게나마 벌금 안 물으려고 저거를(고용을)하지만 대기업 같은 경우에는 그래, 그냥 벌금 물고 땡이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 그게 잘 안 되고” 말하며 눈물을 흘린다.

“우선 제가 경험한 이야기를 영화에 담았어요. 제가 1인 기업(글 쓰는 일)을 만들고 꽃집을 하는 이유가 취직문제 때문이었어요. 실제 제가 겪고 있는 일을 스토리에 사용한 거죠. 또 장애인을 형제로 두어 소외받았던 비장애인 캐릭터를 넣기도 했어요. 전반적으로 장애인들이 가진 다양한 문제를 담으려고 했어요.”

‘베리어프리’는 2019 속초국제영화제에서 무관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본 관객들 평이 너무 좋아서 이진행 감독은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기자는 감독에게 어떤 영화를 찍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가 보고 행복한 영화를 찍고 싶어요. 둘 다 인간인데 꼭 나눌 필요 없잖아요. 이번 속초국제장애인영화제 슬로건이 ‘함께 아침을 열자’에요. 이 슬로건에 걸맞은 영화를 찍고 싶어요.”

그는 이어서 대답했다. 장애인 영화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진행 감독의 답이었다. “속초국제장애인영화제에 출품된 경쟁작들의 감독 대부분이 비장애인이에요. 장애인 감독은 별로 없었어요. 작년 영화제 수상작 중엔 장애인 감독들 작품이 있었는데 올해에는 전무했어요. 내년에는 장애인 감독 작품 지원도 늘고 수상도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비장애인 감독들 작품도 같이 많아서 평등한 경쟁이 되었으면 해요”

현재 이진행 감독은 두 편의 영화를 구상·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배리어프리’도 다큐멘터리 형식이 강했어요. 그래서 다음 영화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었어요. 구상한 한 편은 ‘베리어프리’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한 코미디언 한기명 씨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에요. 다른 한 편은 저를 주인공으로 해서 찍어 볼까 구상중입니다.”

감독은 다음에 찍은 영화는 속초국제장애인영화제에도 출품하고 다른 영화제에도 출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장애인생활신문> 독자들에게 “내년의 속초국제장애인영화제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라고 말하며 내년에 출품할 자신의 영화를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내년 영화제엔 속초뿐만 아닌 다른 모든 영화제에 이진행 감독 말처럼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는 감독들의 작품이 선정되어 경쟁하길 기대한다.

 

배재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