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을 색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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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을 색칠합니다”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9.07.10 09:32
  • 수정 2019-07-19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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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재 작가/자폐성장애, ‘제2회 오버 더 레인보우 전시회’ 참여
 
전시회장에서 이규재 작가의 ‘내 마음의 화산’이라는 작품을 보고 기자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작품의 제목 옆에 쓰인 ‘엄마가 야단을 치면 내 마음의 화산이 퐁퐁 터집니다.’라는 설명글에서 작가의 순수함과 독창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규재 작가는 이미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초대전과 개인전도 여러 번 개최할 정도로 ‘한국의 대표 아르브뤼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아르브뤼란 불어로 ‘ART’라는 뜻의 ‘아르’와 ‘날 것’의 의미인 ‘브뤼’의 합성어로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들의 창의적인 요소를 가미해 완성한 작품을 일컫는 말이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이규재 작가는 기자가 전날 미리 보내준 질문에 직접 답을 써서 코팅까지 한 답변서를 기자에게 전달했다. 솔직히 기자 역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작가의 어머니인 김은정 씨는 규재 씨의 경우 지능이 높은 자폐성장애에 속한다고 말하며, 그렇기 때문에 엄마의 욕심 때문에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늦게 발견하고, 이토록 좋아하는 그림을 조금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못해준 것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끼적이고 선을 그리고 동그라미 등 도형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저는 그게 단순히 ‘자폐의 특성’이라고만 생각했지, 아이가 그림을 좋아하는지, 재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죠.”
 
 하지만 원석의 가치는 숨길 수 없다고 했던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이규재 작가의 학교 선생님께서 ‘오티스타(자폐인의 재능재활을 돕는 사회적기업) 공모전’에 작품을 내보자고 권하셨고, 그렇게 운명처럼 규재 씨는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됐다.
 
 주로 산과 나무, 바다 등 자연물을 그린다는 이규재 작가는 같은 산과 바다를 보면서도 전혀 다른 발상으로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한다.
 
 특히 그의 작품 중 하나인 <별나무입니다. 별 주우러 오세요>는 가족과 성묘를 가서 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을 주었던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출한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잘 그리려는 욕심으로 붓을 잡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인 감각으로 표현하는 이규재 작가의 작품에서 관람객들은 신선함과 더불어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있던 본능에 공감하며, 웃고 감동을 받는 모습이었다.
 
 
▲ <내 마음의 미로> 제주도엔 김녕미로공원이 있습니다. 이규재 마음속에도 미로길이 있습니다. 어디로 갈까…고민합니다.
특히 기자의 마지막 질문인 ‘작가님에게 그림(작품 활동)은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질문에 이규재 작가가 내놓은 답은 “나는 마음을 색칠합니다.”라는 글귀였다.
 
 그의 어머니 김은정 씨는 “사실 저도 어제 규재가 쓴 이 글을 보고 뭉클함이 올라왔어요. 그림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하려는 아이의 모습에서 내 욕심 때문에 너무 많이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은정 씨는 예술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기에 제약이 많은 장애예술가들을 위한 ‘화가공동체마을’을 조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저 역시 그랬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재능을 알아봐 주고 그것을 발전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환경과 정보가 너무나 부족한 것이 현실이에요. 저와 규재, 그리고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모여 노하우와 재능, 정보를 공유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자립하고, 사회에서 어울려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마음을 색칠한다’는 작가의 말대로 인터뷰 이후 다시 그의 그림을 보면서 이 작품을 표현할 때 작가의 기분이, 생각이 어땠는지 상상해 봤다.
 
 어떤 작품에서는 따뜻함을 느꼈고, 또 다른 작품에서는 기쁨과 슬픔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이규재 작가에 대해 조금은 더 이해하고 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그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졌다. 그가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날들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그림을 통해 대화를 나눌 다음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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