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계 당사자 배제된 임세원법 입법
상태바
정신장애계 당사자 배제된 임세원법 입법
  • 편집부
  • 승인 2019.02.22 09:40
  • 수정 2019-03-29 1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말 진료 중 정신장애인의 흉기에 찔려 숨진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의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과 의료계에서 정신장애인의 강제입원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을 추진하자 정신장애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법 개정을 놓고 의료계와 정신장애계 사이에 충돌을 빚고 있는 것이다. 병원 내에서 의사들의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과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는 지원을 위해 추진되는 법 개정이야 반대할 이유가 있겠는가. 문제는 최근 응급실 등에서 일어난 일련의 폭력사건과 극소수 정신장애인의 공격성 충동장애를 뭉뚱그려 범죄자로 몰아 가두려는 그릇된 인식에 있다. 그것도 당사자를 도외시하고 전례 없이 사건 한 달 만에 입법 공청회로 밀어붙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윤일규 의원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은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없애 사법심사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제입원 신청 권한을 ‘정신질환자의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동거인’으로 확대했다. 현행 강제입원을 진단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 중 1명은 국공립정신병원 소속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삭제됐다. 강제입원 시키려면 자·타해 위험과 치료 필요성 둘 다 충족돼야 하는 조건에서 하나만 충족되면 되도록 했다. ‘정신질환을 치료하고 회복한 사람, 가족, 인권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현행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당사자 권익보호를 위해 중요한 심사기구임에도 개정안에선 이마저 삭제되고 가정법원에서 심사하는 사법심사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개정안은 강제입원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환자를 사회로 복귀시켜 치료하는 내용은 없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치료환경과 당사자 권익에 대한 고민은 없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일명 ‘임세원법’이라고 불리는 개정안에 의사들의 진료 편의성에만 방점이 찍혀 있을 뿐 환자의 인권이 없다는 점에 정신장애계는 깊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계가 개정안을 강력 반대하는 이유이다. 정신장애계가 개악안이라고 주장하는 이런 개정안이 나오게 된 원인은 자명하다. 입법 과정에서 당사자의 참여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를 배제하고 의료계 전문가들만 참여해 만들어진 결과다.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마당에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한 입법은 절차적 정당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

임세원 교수는 생전에 안전한 진료환경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 편견과 차별 없이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바랐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도 공청회에 선보인 개정안은 정신장애인의 입원을 쉽게 강제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오히려 고인의 뜻에 반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신장애인의 권리보장과 치료접근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대안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강제입원과 강제치료 중심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동료지원활동 등 당사자 자조모임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회복 과정이 바뀌어야 하고 국가는 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치권과 의료계가 내놓은 개정안은 정부가 선도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사업과도 배치됨을 알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