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혐오차별대응기획단’만으론 안된다
상태바
인권위 ‘혐오차별대응기획단’만으론 안된다
  • 편집부
  • 승인 2019.01.28 09:46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갈등과 혐오의 문제가 만연한 가운데 국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왔다. 백주 대낮에 아무런 이유 없이 행인을 살해하고 난민문제가 사회 이슈화 됐다. 그럼에도 이 같은 문제에 침묵해왔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최근 칼을 빼들었다. 장애인 등 사회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근절하기 위한 ‘혐오차별대응기획단’을 공식 출범시킨 것이다. 기획단은 성별, 장애, 나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피부색,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하는 혐오표현 관련 법령, 제도, 정책, 관행을 조사·연구하게 된다. 또한, 혐오표현의 유형, 판단 기준 및 그 예방 조치 등에 관한 지침을 제시, 권고도 하게 된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이 밝힌 임기 중 핵심 사업인 만큼 우리 사회 혐오와 차별이 근절되길 기대한다.

인권위에서 혐오와 차별만을 전문으로 대응하는 전담조직을 만든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혐오와 차별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 사회의 혐오는 여성, 장애인, 난민뿐만 아니라 노인에게까지 퍼졌다는 게 최 인권위원장의 진단이다. 올 한 해 우리 앞에는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 여성, 노인, 성소수자, 이주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문제에 정면 대응해야 하는 등 시대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인권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해졌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혐오와 차별 문제를 가시적으로 근절시켜 나갈지 그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시각도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생각해 볼 문제다.

현재로선 혐오와 차별 문제 등을 규정하고 이의 피해에 대한 구제를 위한 명확한 근거 법률이 없다 보니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권위가 문제 해결의 의지를 갖고 노력한다 하더라도 애매모호한 규정만으론 법리적 논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 연령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차별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개별법들을 아우르는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기본법이란 바로 오래 전부터 장애계 등 시민사회단체가 제정하자고 주장해 온 ‘차별금지법’을 말한다. 앞서 언급한 개별법들이 연령, 성별, 장애 등 특정 차별만 다루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이라면 기본법으로서의 차별금지법은 모든 종류의 차별을 다루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말한다.

장애계 등이 요구해 온 차별금지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성적지향성,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등을 이유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률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됐으나 ‘동성애 조장’이란 보수 기독교계의 압력 등으로 발의안이 폐기되거나 철회되는 등 입법이 무산됐다. 유엔에서도 한국 정부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하고 있으나 정부와 국회는 묵묵부답이다. 혐오와 차별 문제가 심각한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 없이 인권위 ‘혐오차별대응기획단’ 출범만으론 사회전반의 차별과 혐오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는 어렵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