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제 일상, 비올라는 아내와 같은 존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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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제 일상, 비올라는 아내와 같은 존재에요”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8.12.14 16:43
  • 수정 2018-12-14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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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석 / 혜광오케스트라 단원
 

내년 3월 숭실대학교 새내기로 입학할 김경석씨에게 비올라는 처음에는 귀찮은 존재였지만 지금은 꿈을 이루게 해준 가장 고마운 존재라고 말했다.

“사실 제가 새끼손가락이 비정상적으로 짧고 마디가 하나 없어요. 그렇다보니, 비올라를 접했을 때 힘들기도 하고, 수업도 재미가 없어서 그냥 학교 내 특별활동 시간에 어쩔 수 없이 배워야하는 그런 대상으로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저와 같은 반이었던 친구는 바이올린을 맡았는데, 그 친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워서인지 능숙하게 연주를 하더라고요. 그 모습에 자극을 받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을 때마다 경석 씨는 여러번 음악을 포기하려고 했고, 그때 마다 곁에서 어떨 때는 채찍을 어떨 때는 당근을 주는 고마운 분들 덕분에 고비를 넘기며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여러 고비를 넘긴 후 다시 비올라를 제대로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땐 제가 스스로 레슨선생님을 찾기 위해 발로 뛰었어요. 그러다가 하트챔버 오케스트라에서 강사로 활동하시는 지금의 선생님을 만났고, 올해 초 활 긋기부터 기초를 다시 배웠던 것 같아요. 정말 대학을 목표로 하루에 10시간씩 방안에서 연습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렇게 독하게 연습했다는 것이 스스로도 놀라워요.”

안마사 자격증이 있는 경석 씨는 안마사로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스스로 레슨비도 감당하고 수시 원서도 넣으면서 묵묵히 도전을 이어 갔고, 드디어 숭실대학교에 수시로 합격하는 성과를 거뒀다.

“사실 기대도 되지만 걱정이 더 커요. 지금까지는 저와 같은 시각장애인들과 연주를 했지만 이제 비장애인들 속에서 연주를 해야 하는 거잖아요.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는 없죠.”

경석 씨는 앞으로 자신과 같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음악을 하면서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고, 스스로 무너지기도 해봤기 때문에 그것을 바탕으로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후배들을 가르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의 변화와 지금의 모습이 아주 작지만 그들에게 작은 희망으로 다가가길 바라고요.”

오는 21일 열릴 혜광앙상블페스티벌 공연을 위해 최근 다시 혜광학교를 찾아 합주연습을 하고 있다는 경석 씨는 혼자서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합주를 하는 것이 오랜만이어서 설레기도 하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제 모교이기도 하고, 저에게 꿈과 희망을 준 곳이잖아요. 시간과 체력만 된다면 혜광학교 오케스트라는 계속해서 함께하고 싶어요. 저희의 연주가 누군가에겐 희망이 될 수 있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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