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 개소 1주년…장애인학대 피해사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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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 개소 1주년…장애인학대 피해사례 공개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8.11.23 13:24
  • 수정 2018-11-23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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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 장애인학대 발견돼도 모니터링에 그쳐
 

전국 17개 시·도별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 중 전국 최초로 개관한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지난 16일 인천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소 1주년 기념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지난 1년 동안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이뤄진 학대피해 장애인에 대한 사례관리 현황이 공개됐다.  

피해자 ‘쉼터’ 설치 안 돼…가해자와 분리 불가능 상황

장애인학대 신고 160건중 학대로 판단된 사례 42건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 박순향 관장은 “2017년 8월부터 2018년 10월말까지 접수된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접수된 신고 160건 중 장애인학대 의심사례는 86건이었고 이 중 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42건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장애인학대’란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3항에서 장애인에 대해 신체적·정신적·정서적·언어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 경제적 착취,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42건의 학대피해 장애인은 남성이 23건, 여성 19건이었고 20대가 9건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50대와 60대가 7건으로 동일했으며 30대, 40대, 19세 이하 순이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17건, 비수급자가 25건으로 더 높았다.

거주유형별로는 재가 35건, 시설거주 7건이었으며 등록장애인 39건, 비등록장애인 3건이었고 장애유형별로는 지적장애 22건, 뇌병변장애 6건, 지체, 청각, 언어, 정신장애 각 2건으로 나타났다.

학대가해자는 남성이 25건, 여성이 17건이었고 50대 14건, 60대 7건, 40대 순이었으며 가족 및 친인척, 타인이 각각 17건, 기관종사자 7건으로 조사됐으며 장애인학대 발생장소는 피해장애인의 거주지 17건, 직장 7건, 장애인시설 및 종교기관이 4건 순이었다.

장애인학대 유형별로는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경제적 학대, 성적 학대, 방임 순이었다.

가해자 고발, 피해자 의견 우선 반영

학대피해자 사후관리···모니터링 위주

박 관장은 “지난 1년간 신고 접수된 장애인학대 사례를 살펴보면 상담 및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례가 있는 반면 경찰에 신고의뢰를 하는 심각한 사건들도 있었다.”며 그 중 몇 사례를 소개했다.

그 중, TV조선 ‘시그널’ 제작진이 제보를 받고 취재하던 사례로 피해자 최모(남, 60대, 지적장애 3급) 씨가 거주하던 식당에서 15년 이상 일했으나 임금 및 수급비 착취와 언어적 학대가 의심돼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신고했고 기관이 조사 중임에도 불구하고 실제와 다르게 편집돼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뀌어 방송에 보도됐다.

장애인학대 여부 판단을 위해 학대사례판정위원회 심의 결과, 무연고자인 최 씨를 호적신고해 주변에 공개한 점, 위생상태 및 최 씨의 옷차림 등이 청결한 점, 식당주인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닌 점, 수급비를 인출해 최 씨에게 전달한 점 등이 고려됐다.

또한 가장 중요한 당사자 최 씨는 자신의 노후를 식당에서 식당주의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다는 말을 평소에 자주 했었고 실제로 가족처럼 지낸 점, 거처를 옮기고 싶지 않다는 당사자 의견을 반영해 분리 대신 2년간의 모니터링을 결정했다.

현재 최 씨는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며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식당일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숙식을 제공받는 대신 최 씨가 식사비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협의가 이뤄졌고 최 씨의 근황 파악을 위해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매달 방문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경우 최 씨 사례처럼 장애인학대 신고 접수 후 학대가 의심될 경우 현장조사→사례판정→피해자 지원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또한 가해자에 대한 고발 역시 피해자의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반영하며 학대피해 장애인에 대한 사후관리는 모니터링 위주로 진행된다.

피해장애인 쉼터설치 의무화

가해자와 긴급 분리조치 권한

장애인복지법 개정해 보장을  

‘권익옹호기관과 협업 및 긍정적 사례’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 김호일 사무국장은 “전국 최초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인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난 1년 동안 학대받는 장애인을 신속히 발견 및 보호, 치료하고 피해장애인과 그 가족, 학대행위자에 대한 상담 및 사후관리 등 피해장애인에 대한 원스톱 지원을 위해 ‘인천지방경찰청’, ‘대한법률구조공단 인천지부’ 등 업무 연관성이 깊은 인천지역 유관기관과 긴밀한 업무협조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현행 법령상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학대사건 신고 접수 후 현장출동 시 경찰 등 수사기관에 대한 동행요청이나 협조의무 등의 규정이 없어 학대행위자에 대한 명확한 조사나 질문 권한이 없고 사건해결을 위한 현장방문 시 관계자들의 항의나 반발이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인천지방경찰청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장애인학대 신고·상담 핫라인 구축 △장애인학대 의심사례 신고 시 신속한 현장출동과 조치 △학대피해 장애인에 대한 보호·지원을 위한 상호협력과 연계활동 등이 가능해졌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인천지부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장애인 학대사건 발생 시 상호협력 △학대피해 장애인의 사법지원 과정 협조 △피해장애인 및 경제적 어려움으로 소외받는 장애인의 권익 및 법률지원 등의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계기 마련과 전문적이고 체계적 대응이 가능해졌다.

또한 현대유비스병원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피해장애인의 병원 이용 시 진료 및 건강검진 서비스 우대 △의학정보 제공 △장애인 건강권 증진 △저소득 및 취약계층 장애인의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목표로 양 기관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김호일 국장은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성장을 위한 당면과제로 ‘장애인쉼터’의 조속한 설치를 꼽았다.

학대피해 장애인에 대한 지원의 첫 번째는 가해자와 분리를 위한 안전한 장소 제공임에도 인천시는 아직까지도 ‘장애인쉼터’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

학대피해 장애인의 임시 보호 및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피해장애인쉼터’는 현재 전국 8개소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김 국장은 “현행 장애인복지법상 피해장애인쉼터는 ‘설치 운영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을 ‘설치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학대 신고에 따른 현장출동 시 ‘권한 미흡’의 문제가 제기돼 지난 6월 20일 동법 개정으로 ‘수사기관 동행요청’과 ‘학대행위자 등에 대한 조사 질문’이 가능해졌다.

실제 현장에선 내부 출입부터 당사자들과의 면담 등 사건해결을 위한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항의와 반발이 생각보다 크며 때로는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기도 하는데 개정법은 ‘업무수행 중인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직원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 위계 및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 시 5년 이하 징역,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것을 규정했다.

김 국장은 “그러나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분리할 긴급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제한적이긴 하지만 긴급 분리조치 권한을 가지고 있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처럼 장애인권익옹호기관도 긴급 분리조치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경찰청, 장애인단체와 예방-신고 강화 

이어진 토론에서 인천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 홍기문 계장은 “인천경찰청은 매년 인천지역 장애인단체와 합동으로 장애인거주시설을 방문해 시설 입소자와 종사자를 대상으로 성폭력과 학대 등 예방활동과 홍보활동을 실시 중”이라며 인천경찰청의 장애인학대 예방활동을 소개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장애인학대 예방 및 신고 활성화를 위해 제작한 홍보포스터를 경찰서 및 지구대 등 경찰관서 게시판에 게재하는 등 장애인단체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인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경찰이 위원으로 참여해 성폭력 등 범죄피해(의심) 사례가 확인된 경우 경찰과 정보 공유로 신속 조치해 취약계층에 대한 치안·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지방경찰청 및 경찰서 별로 발달장애인 조사전담경찰관을 지정해 운영함으로써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 및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박 계장은 “장애인학대는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으며 신고의무자는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며 장애인학대 신고 및 처리 절차에 대해 설명했다.

장애인학대 사실 발견→112나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신고→현장조사 및 보호조치(가해자로부터 분리, 의료기관 또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인도)→권리구제 조치(고소, 고발, 진정, 중재, 조정 등)→권리지원→사후지원(주거·의료·상담지원·사회복지서비스 연계) 순서다. 

1:1 맞춤형 권리옹호 지원체계 필요 

인천장애인종합복지관 김석겸 사무국장은 “장애인 권리옹호에 대한 법제화와 이를 기반으로 구축된 전문기관들의 사업기간이 매우 짧은 관계로 옹호활동의 다양한 경험축적이 미흡한 상태며 지역사회의 장애인 권리보장에 대한 인식도 낮은 상태에서 장애인학대 사례 발굴 및 적합한 지원서비스 연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밝혔다.

일례로 법에 규정된 장애인에 대한 신체적·정서적·경제적 학대, 폭력, 방임, 방기유형 외에 사각지대에 놓여 어떠한 보호조치도 받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을 발견했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와 ‘피해자 당사자의 개별적 환경과 욕구를 정확히 파악해 권익을 대변할 조력시스템은 적합한지’, ‘피해 구제이후 사후지원시스템은 충분한지’, ‘당사자의 의사와 반할 때 어떻게 할 것인지’, ‘권익옹호 대상자 대비 인력과 예산, 지원인프라는 적정한지’ 등에 대한 현장에서의 고민이 깊은 것이 현실이다.

김 국장은 “장애인의 권리옹호를 위한 지역사회 참여형 사업으로 시민옹호인 양성과 활동 또는 조력인 매칭사업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 다양한 환경 속에서 피해, 방임되는 장애인들의 개별적이고 복잡한 욕구에 1:1 맞춤형 권리옹호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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