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제, 장애인 입장에서 재설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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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제, 장애인 입장에서 재설계하라
  • 편집부
  • 승인 2018.11.2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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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5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시행한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가 시행초기부터 졸속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증장애인이 거주 지역 내 장애인건강주치의로 등록된 의사를 선택해 만성질환, 장애인 건강상태를 관리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장애인 건강권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 기대됐다. 그러나 실상은 장애인들의 이용 저조로 실효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 같이 장애인들의 이용이 저조한 것은 현 시범사업이 수요자인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고 공급자 중심으로 집행된 결과이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개선을 약속했지만 두고 볼 일이다.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정부는 수요자인 장애인들의 욕구와 의견을 수렴한 제도개선이 되도록 재설계해야 한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의 성패를 이미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인 측면도 없지 않다. 장애인들이 실제 이용에 적합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접근 가능한 시설인지 여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시범사업 의료기관을 무작정 선정한 것이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177개 의료기관이 분포한 시도에 거주 중인 1~3급 중증장애인이 102만여 명이라고 한다. 이들 중 주치의를 찾은 사람은 전체 장애인의 0.03%인 302명에 그쳤다는 것. 시범사업 교육을 받은 의사 312명 중 시범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등록한 의사는 268명으로 확보된 의사도 턱없이 부족했다. 이들 중 실제 장애인환자를 진료한 의사는 48명뿐. 이중 23명은 장애인환자가 딱 한명이고 5명 이상 진료 중인 의사는 12명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들의 장애인편의시설 미설치율이 92%에 달한다. 편의시설 미설치율은 대기실 청각안내장치 92%, 대기실 영상모니터 91.5%, 장애인용화장실 45%, 휠체어리프트나 경사로 미설치율도 47.2%에 달했다. 이처럼 장애인들의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은 의료기관의 의사를 시범사업 주치의로 지정했으니 장애인들의 이용이 저조할 수밖에. 선정 기준도 없이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탁상행정의 본보기이다. 제도 시행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일방적으로 주치의를 선정해 놓고 장애인들이 찾아갈 것이라고 밀어붙인 정부의 정책이야말로 무모하기 짝이 없다. 주치의란 환자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의 접근성과 의사의 전문성을 겸비해야 한다.

장애분야야말로 전문성을 지닌 의사의 지속적인 관찰이 중요하다 하겠다. 그런 점에서 주치의제도는 장애인에게 더욱 필요한 정책임에 틀림없다. 주치의야말로 특별한 신체적 정신적 상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진료를 통해 장애인의 건강한 삶을 유지시키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주치의제도가 잘 운영만 된다면 장애를 전문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장애인의 예방적 건강관리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가 잘 정착되어서 장애인들이 건강한 삶을 보장받고 삶의 질이 나아졌으면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드러난 문제점을 전면 재점검해 정부가 장애계 당사자들의 욕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 하에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를 시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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