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 확보할 법개정-장애유형별 피난매뉴얼 수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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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 확보할 법개정-장애유형별 피난매뉴얼 수립해야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8.11.09 09:32
  • 수정 2018-11-09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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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장애유형별 재난대응 방안>
 

최근 국가적으로 재난상황에 대한 관심과 대응책이 증가하고 있으며 재난약자인 장애인이 시설 및 주거에서 화재 등의 재난 시 안전한 피난 실패로 인한 사망사례들이 사회적 이슈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장애유형별 재난안전 매뉴얼 연구 및 재난대응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10월 31일 한국장애인연맹(DPI) 주최로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재난대응에 4.7배 취약 

충남대학교 건축학과 이정수 교수는 ‘장애유형별 재난안전 매뉴얼 연구 및 재난대응 방안’이란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거주시설 중증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친 피난훈련 결과 처음에는 활동보조인이 안아서 올려 태우는 것만 3분~5분이 걸렸다. 화재가 발생하고 연기가 내려오면 이미 대피는 불가능하며 훈련이 안 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못 나간다 하시던 분들도 2차에는 이러시면 다 죽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나가셔야 한다고 하면 기어서라도 나가셨다.”며 “피난에는 우아한 피난은 없으며 어떤 방식이든 나가야” 함을 강조했다.

지난 200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225만 명, 65세 이상 노인 501만 명 등 신체적 재난약자는 1442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29%에 달하며 특히 행정안전부의 2017년 9월 발표에 따르면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4.7배 정도 재난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유형별 재난대피 형태 및 취약점은 시각장애인의 경우 경보 등 알림에 의한 대피 개시, 보호자 동행, 보행보조도구(지팡이) 활용, 핸드레일 등 장치활용을 통한 대피가 이뤄지며 취약점은 재난발생을 대비한 평상시 대피훈련이 미약하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는 피난대처 능력이 있지만 정보전달이 부족한 상황이다.

뇌성마비장애인의 경우 경보알림 후 보호자/안내인에 의해 휠체어 등의 장비를 활용한 피난이 개시되지만 상황인지 및 대피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보호자 등의 외부조력이 필수적이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는 민방위, 소방훈련 등의 피난훈련은 지속적으로 실시되고 있지만 장애인 등 재난약자의 특성을 고려한 구체적 실천지침이 거의 없다시피 하며 특히 장애인이 주로 이용하는 각 시설별로 시설특성에 따른 안전한 장소까지 피난하는 실제적인 피난방법 등에 대해서 제시하는 사례는 극히 일부분에 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애인과 같이 혼자 대피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비상 시 도움을 줄 동료를 반드시 지정해 둡시다’라고 간단히 기술돼 있는 실정이며 각종 위기상황 매뉴얼은 각 부서별 일반 위기대응 매뉴얼로 제작돼 장애인에 맞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하며 미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 ‘2방향 피난을 최소 피난로’로

다층구조인 경우 임시피난구역 제시  

미국의 경우 인명안전코드(Life safety codes)에선 기본적으로 ‘접근 가능한 2방향 피난을 최소 피난로’로 정의하고 있으며 피난로는 이동에 장애를 가진 장애인이 탈출 가능하도록 무단차 및 유효폭을 확보할 것과 다층구조인 경우 수직피난의 어려움을 고려해 임시 피난구역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인명안전코드는 시설물 용도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토록 하고 있는데 장애인 관련해서는 보호시설, 나이,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신체적 제약, 정신지체 및 발달장애, 약물중독 등으로 자력으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24시간 생활하는 공간을 기준으로 피난로의 최대 허용 거리를 건축물 점유자의 수, 연령, 신체조건, 보행속도, 장애물의 형태와 수, 방 공간 내 사람의 수와 방 내부 문으로부터 가장 먼 위치 거리로 규정하고 있다.

임시 피난구역은 계단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이 구난요원의 도움을 요청하거나 피난도움을 받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도록 ‘방화구획된 공간’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수평탈출구는 동일 층에서 방화벽으로 분리돼 연기로부터 안전한 다른 구역으로 피난 가능해야 하며 수직피난을 위한 비상 엘리베이터는 긴급요원이 전용키를 통해 운용 가능하며 특별한 경우 장애인을 수직 피난시킬 수 있지만 일상적인 경우는 작동하지 않는다. 

장애인시설 피난대기구역 설치

의무화 장애인복지법 개정필요  

이 교수는 “작년 토론회 이후 건축법 시행령에다 피난안전이라는 개념을 넣으려고 그동안 법제실과 협의 결과 초고층 건축물에 밀도를 조사하고 면적을 넣도록 하는 것을 피난안전구역이라고 해버렸다. 또한 장애인이용시설의 법적 용어 정의에서 용도 부분이 안 되어 있다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장애인복지법 제59조 6항에 장애인복지시설 기준에서 ‘이용자 대피 및 안전한 탈출을 위한 피난대기구역 설치 의무화’ 규정을 넣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 장애인·노인·임신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신축하는 청사나 문화시설 등의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중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BF)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시설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최소한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부수효과로서 피난의 수월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건축법’에선 장애인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에 대해 접근성이나 피난거리, 시설기준 등에 대해서는 장애인 재실자의 행태에 대한 특별한 고려 없이 시설용도 및 구조 등에 따라 일반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건축물을 주로 이용하는 이용자를 고려해 건축법 용도기준에 의해 피난계획을 제시하거나, 복지부의 시설인가 기준에서 경사로 설치, 수평 출구수 및 피난거리, 피난발코니 설치 및 용량 등의 계획기준을 세부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설치 등 시설이용 장애인유형별 접근성과 피난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함을 주장했다.

이 밖에도 △장애유형에 따른 접근성 및 피난특성을 고려한 피난매뉴얼 수립 △재실 장애유형에 따른 구체적 피난 계획 수립 △장애인 대상 화재안전교육·소방훈련 및 피난훈련 실시 등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화재시 연기흡입 질식사가 대부분

손수건에 물 묻혀서 코만 막고

숨쉬고만 있어도 구조 가능성 높아

이어진 토론에서 서울시소방재난본부 구조대책팀 장충식 팀장은 “피난에 우아한 피난은 없다는 이정수 교수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화재현장의 경우 불에 타 죽은 사람은 없고 연기에 질식해서 죽는다. 산소가 부족할 때 연기 두 모금만 마시면 뇌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유독 연기 때문에 쓰러지고 그 다음에 불 지나가는 것”임을 설명했다,

이어, “살아 있어야지만 구조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손수건 갖고 다니는 것이 최소한의 자기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손수건에 물 묻혀서 코만 막고 숨 쉬고만 있어도 구조대가 올 수 있는 시간, 골든타임 4분에서 6분 사이에 구조대가 도착하면 살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전부 4분에서 6분 내에 소방관이 화재현장에 도착하게끔 되어 있는데 교통 때문에 못 가는 상황이고 그래도 요즘 8분에서 10분이면 다 도착한다.”고 밝혔다.

장 팀장은 “지난해 12월 충북 진천 스포츠센터에서 29명이 사망한 데 이어 한 달 뒤 밀양에서 49명이 사망했다. 그런데 바로 한 달 뒤에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똑같은 화재가 발생했지만 단 1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그 이유가 뭔지 알아 봤더니 신촌 세브란스에서는 서대문소방서가 합동으로 피난훈련을 여러 번 했다, 이것이 바로 훈련의 효과”임을 강조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장애인안전 보호규정 신설해야  

법무법인 에이치스장애인법연구소 박진용 소장은 “장애인의 재난안전관리체계는 지난해인 2017년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의 개정에 의해 정의 규정이 도입됐으며 이는 현행 법체계에서 장애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시설안전, 생활안전, 교통안전 등에 장애특성이 반영된 안전보장 규범은 입법적 불비 상태임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 장애인 안전에 대한 기본법적 역할을 하려면 장애인의 안전에 대한 특별한 보호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또 “장애인 이동권 및 접근권 보장 규범인 편의증진법과 교통약자법에 장애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시설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편의증진법’은 편의시설에 대한 정의를 시설과 설비라는 건물시설 등의 구조물만을 언급하고 편의시설 이용, 교통수단 이용, 각종 정보접근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지 못했기 때문에 이동권 관련 규범의 함의인 ‘안전한 이동’이라는 부분이 몰각돼 있다.

박 소장은 “편의증진법과 교통약자법에는 편의시설 설치에 있어서 안전을 확보할 의무를 규정하고 위반 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외국의 장애인안전 재난관리체계 

박 소장은 이어 미국과 일본 등의 국가들은 재난발생 시 장애인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재난관리체계를 구축했다며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의 장애인법(ADA) 하에서 장애인의 재난예방 및 대응에 대처했던 미국 정부는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이후 재난 전후 장애인의 재난대응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장애통합조정국’을 마련해 능동적 대응체계를 마련했다.

일본의 방재청은 고령자복지과와 장애인복지과를 마련해 모든 유형의 장애인들이 지진이나 태풍 등의 재난에 대피할 수 있도록 장애유형별로 ‘장애인재난매뉴얼’과 ‘고령자재난매뉴얼’을 배포하고 있다.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청각장애인용 전등경보기를 제공하며 각 지역의 장애인·노인복지 협회와 연계해 재난발생 시 장애인 및 고령자 구조에 대한 체계를 갖추고 장애인전용 대피소를 각 지역에 마련해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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