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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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서둘러야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8.09.20 09:53
  • 수정 2018-09-20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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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년 만에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판결이 잘못됐다며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가 비상상고를 검찰총장에게 권고했다. ‘비상상고’란 확정판결이 법령에 어긋날 때 검찰총장이 이를 바로잡아달라고 대법원에 직접 상고하는 절차인 만큼 청구 여부 결정은 검찰총장에게 달려 있다. 검찰총장은 상고 청구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 대법원 또한 지체 없이 수용해야 마땅하다. 형제복지원 사건 판결은 우리 사법사상 씻을 수 없는 치부가 아닌가. 들끓고 있는 사법농단의 의혹규명과 함께 사법부가 신뢰회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중 하나다.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신속한 재수사와 재심이 이뤄지도록 서두르기 바란다. 진상규명은 물론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보상도 뒤따라야 한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과거 군사정권이 부랑자 선도보호란 명목으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장애인과 고아는 물론 일반시민들조차 닥치는 대로 끌고 가 불법감금하고 인권을 유린한 사실상 국가에 의한 반사회적 범죄행위다. 잡혀간 사람만 3만7천여 명에 공식 사망자가 513명이라고 한다. 강제노역과 학대, 성폭행, 구타와 살해, 암매장 등이 자행됐다.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사회정화사업’이란 이름으로 이뤄졌다. 일제 강제징용이나 유대인 대학살과 뭣이 다른가. 그런데도 형제복지원 이사장은 횡령혐의에 고작 2년6월 징역형에 그쳤다. 검찰은 형제복지원 원생들에 대한 불법구금, 폭행, 사망 등에 대해서는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이 정권의 감시견이 아닌 충직한 수호견 노릇을 한 것이다.
 1987년 검찰의 특수감금 혐의 기소마저 대법원은 내무부 ‘훈령’에 따른 수용에 해당한다며 이사장의 무죄를 확정했다. 사법부조차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비호한 것은 물론, 배후에 정치권력이 있음을 사법부가 인정한 셈이다. 당시 대법원의 이런 해괴한 논리대로라면, 5·18 당시 신군부 주동자들 역시 ‘계엄포고’에 따른 수용에 해당된다고 판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1997년 당시 재판부는 내란 및 내란목적의 살인행위로 단정하고 두 전직 대통령에게 무기징역과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하지 않았는가. 이마저도 정권이 바뀌지 않았더라면 있을 수 없는 결과였을지 모른다. 30년이 지난 오늘 사법농단의 중심에 선 사법부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사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면 권력이 아닌 정의 편에 서야 한다.
 검찰개혁위가 당시 내무부 훈령에 위법과 위헌성이 있다며 비상상고를 권고한 것에 대해 검찰청장이 이를 수용하고 대법원이 당시 판결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특수감금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은 파기된다. 특수감금이 불법이었음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진상규명과 국가배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바라볼 수 있다. 2014년 특별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심을 해도 공소시효(25년) 만료로 가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나 처벌은 어렵다.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고통 받고 있지만 군사정권의 비호 하에 형제복지원 이사장 일가는 여전히 잘살고 있다고 한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에 시효가 있을 수 없다. 비상상고가 수용돼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의 명예가 조속히 회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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