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복지부, 장애등급제 폐지 ‘종합조사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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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복지부, 장애등급제 폐지 ‘종합조사표’ 공개>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8.09.10 13:35
  • 수정 2018-09-10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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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7월 장애등급제 폐지를 앞두고 보건복지부는 35개 장애인단체가 참가한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을 위한 장애인단체 토론회’를 9월 3일 개최하고 당사자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현행 장애등급제를 대체할 돌봄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가 공개됐지만 장애인들은 “등급을 점수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부 장애등급제 폐지 “‘등급→점수’화에 불과”···장애계 “수용불가”  
 
현행 장애등급 활용 79개 서비스 
장애정도-종합조사-별도기준으로 
서비스 지원 기준 적용할 계획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이상진 과장은 “내년 7월 현행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고 서비스 필요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종합조사’를 장애인 체감도 및 예산규모가 큰 활동지원서비스 등 일상지원 분야를 시작으로 이동지원(2020년), 소득·고용지원 서비스(2022년)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장애등급제 폐지 추진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라 기존 장애등급 1~3급은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4~6등급은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구분하고 ‘장애정도’는 서비스를 지원할 때 기준이 아닌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고, 주요 서비스별 수급자격은 별도의 자격심사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장애등급을 활용하고 있는 19개 부처 79개 서비스는 △장애정도 활용 △종합조사 결과 활용 △별도기준 마련 등으로 서비스 지원 기준이 적용된다. 
 
 장애정도= 감면, 할인 등 서비스의 경우 기존 수급자 혜택 유지 또는 확대, 신청 편의성 등을 위해 장애정도(1~3급/4~6급)가 활용된다. 
 
 건강보험료 감면은 현행 1·2급 30%, 3·4급 20%, 5·6급 10%에서 1~3급 30%, 4~6급 20%로 조정된다.  
 
 보장구 건보급여는 현행 욕창예방매트리스 등 뇌병변·지체장애 1~2급에서 1~3급으로 확대되고 아이돌보미 우선지원은 현행 1·2급과 3급 일부이던 것이 1~3급 전부 지원되도록 했다. 
 
 다만, 감면, 할인 서비스의 목적, 성격, 지원방식 등이 다양하므로 각 서비스별로 다양한 지원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종합조사= 활동지원, 거주시설, 보조기기, 응급안전 서비스에 대해 등급이 아닌 종합조사 결과를 활용해 수급자 및 급여량이 결정된다. 
 
 별도기준= 중증장애인 병역면제와 장애인연금, 장애인자동차 표지발급 등 의학적 심사가 필요한 서비스 또는 종합조사 이전에 한시적으로 현행 기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서비스의 경우 별도의 기준이 적용된다.  
 
 
내년 7월부터 적용 돌봄지원 평가 
옷갈아입기 등 37개 평가지표로 구성   
1일 최대 돌봄지원 16.84시간에 불과 
 
 종합조사표는 △기초상담 △복지욕구 조사 △분야별 서비스 필요도 평가의 세 개 영역으로 이뤄졌다.  
 
 기초상담은 장애인의 장애정도, 가족상황, 주요문제 등을 조사하고 복지지원을 위한 전반적 여건과 환경을 파악하며 복지욕구 조사는 서비스 이용현황, 희망하는 서비스 등을 조사해 공공·민간 서비스 발굴 및 지원과 사례관리에 활용된다.  
 
 서비스 필요도 평가에서는 돌봄지원, 이동지원, 소득 및 고용 등 분야별 서비스 필요도를 다양한 평가항목을 통해 계량적으로 평가가 이뤄진다. 
 
 돌봄지원 평가 항목은 기능적 제한(ADL 13개, IADL 8개, 인지·행동특성 8개)과 사회활동(2개), 가구환경(6개) 영역의 총 37개 평가지표로 구성됐으며 평가영역별·지표별 가중치를 반영해 종합점수를 산출한다.   
 ‘기능적 제한’의 경우 ADL(일상생활동작) 평가항목은 옷 갈아입기, 목욕하기, 음식물 넘기기, 시청각복합평가, 앉은 자세 유지, 보행(실내), 이동(실외) 등 13개다.  
 
 IADL(수단적 일상생활동작) 평가항목은 전화사용, 물건 사기, 청소, 금전관리, 대중교통 이용 등 8개며, ‘인지행동특성’ 평가항목은 주의력, 위험인식, 환각·환청·망상, 공격행동, 자해 등 8개다. 
 
 ‘사회활동’ 평가항목은 직장생활과 학교생활 2개, ‘가구환경’은 1인 독거가구, 주위돌봄자 유무, 취약가구, 본인 제외한 나머지 가족의 사회생활의 ‘가구특성’과 이동에 제한이 있고 엘리베이터 없는 2층 이상·지하층 이하 2개를 포함해 6개다. 
 
 이날 공개된 ‘돌봄지원 필요도 평가표’에 따르면 기능제한은 최대 532점, 사회활동은 최대 24점, 가구환경은 최대 40점이며. 현행 인정조사표와 돌봄지원서비스 종합조사표를 비교하면 하루 급여 최대 시간은 14.7시간에서 16.84시간으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복지부는 돌봄지원 평가도구의 경우 이미 완성돼 내년 7월부터 적용되며 이동지원은 올해 안 평가도구를 개발해 내년 모의적용을 거쳐 2020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소득·고용지원 평가도구는 2019년 내로 개발해 2021년까지 모의적용하고 같은 해 법 개정 및 예산확보를 한 후 오는 2022년부터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장애등급제 폐지 로드맵, 예산 빠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복지부의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로드맵엔 예산에 관한 부분이 빠져 있다. 2022년이면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인데 그 때 장애인의 소득과 고용을 책임질 예산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지금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OECD 평균의 장애인복지예산인 8조 원 규모를 약속하고 단계적으로 진행하지 않는다면 갇혀진 예산에 종합조사표는 점수로 장애인의 삶을 잘라내는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년 7월부터 시작되는 돌봄지원서비스는 △활동지원 △장애인거주시설 △장애인보조기구 △응급안전서비스로 복지부가 밝힌 금년 4개 서비스 예산은 1조1천억 원으로 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의 52%에 달한다. 
 
 박 대표는 “내년 7월부터 제공되는 4가지 돌봄지원서비스 대상 중 활동지원 7만8천명, 장애인거주시설 약 3만 명으로 이 둘을 합치면 10만 명 정도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대부분 필요한 30만 명 중 나머지 20만 명에게는 어떤 서비스가 준비됐는가.”라고 반문하며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OECD 평균의 장애인복지예산 증액 약속을 상기시켰다.  
  
“15개 장애유형별 별도 조사표 마련해야” 
 
 이날 토론회 내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소속 시각장애인 등은 ‘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 수정하라’, ‘시각장애인 차별하는 종합조사표 수정하라’, ‘시각장애 특성 반영하여 등급제 폐지 시행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홍순봉 상임대표(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은 “시각장애인은 밥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먹지도 못한다. 모든 장애유형을 한 가지 종합조사표를 갖고 서비스를 주겠다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면서 “시각장애인계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등급제 폐지가 시행되지 않는다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투쟁할 것”임을 밝혔다. 
 
 조선대학교 특수교육과 김영일 교수(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회장)는 “돌봄지원 평가항목 속 누운 상태에서 자세 바꾸기, 옮겨 앉기 등은 시각이나 청각장애인에게는 해당되지 않은 것”이라며 “지체장애와 뇌병변장애는 이 종합조사표가 맞다. 그러나 발달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 15개 장애유형별 별도의 조사표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경수 소장은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궁금함을 해소하기 위해 차비 써가며, 피 같은 활동보조 시간 써가며 부산에서 올라왔는데 답답하다.”면서 “나는 슈퍼울트라초특급 중증장애인인데 뭐가 맞춤인지 모르겠다. 짜인 틀 안에 장애인을 맞추는 게 아니라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하려면 예산 확대가 중요하다. 예산 없이 공론을 한다는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태현 정책실장은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인정조사표 때문에 활동지원서비스에서 탈락했다. 종합조사표를 도입한다면 또 다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모든 장애인들이 바라는 장애등급제 폐지 방향과는 맞지 않는 것”임을 주장했다.  
 
복지부, “장애유형별 평가표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이상진 과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와 장애인복지 관련 예산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며 예산 확대문제는 복지부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합의 또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활동지원서비스 확대는 노인 관련 서비스와의 연관성을 고려해야 하는 등 복합적인 문제로 단시일 내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복지부는 시청각 중복장애인에 대한 서비스와 의사소통 지원, 장애인가족 지원 등 장애인 여러분께 충족을 최대한 드리고 불이익을 최소화시키는 방안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김현준 장애인정책국장은 “오늘 보신 평가표가 끝이 아니다.”면서도 “장애유형별 평가표를 만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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