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장애인등급제 폐지 대응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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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장애인등급제 폐지 대응방안>
  • 오혜영 기자
  • 승인 2018.08.10 09:34
  • 수정 2018-08-10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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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7월부터 시행될 장애등급제 폐지에 앞서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실로암)에서는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시각장애인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7월 20일 개최했다. 
 실로암은 2019년 하반기부터 실시될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해 시각장애인들이 모여 입장을 표명하고 시각장애인 대표 기관들의 관심을 환기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 좌장에는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가, 발제는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가 맡았다. 시각장애 토론자로는 대구대 재활학과 교수 등이 나섰으며, 시각장애인 관련단체에서 70여명이 참석했다. 
 
 
종합판정표 개발…시각장애인 급여량 감소 우려 
시각장애인 특성 반영되도록 
종합판정표 개발 및 적용과정
참여와 지속적 모니터링 해야
 
 “전맹임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게 대답했더니 내게 부여된 활동지원인 시간은 한 달에 겨우 60시간이었습니다. 실명한 지 오래된 지인에게 물었더니 무조건 못 한다고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밥도 혼자 못 먹고 용변도 혼자 처리 못 한다고 해야 100시간 이상 나온다고…”(최경천 이용자 대표)
 
 “‘혼자서 옷을 입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많은 시각장애인은 ‘네’라고 답한다. 옷의 색을 가만하여 고를 수는 없지만, 단순한 옷 입기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혼자서 화장실을 갈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많은 시각장애인은 ‘네’라고 답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어떤 활동지원도 필요 없는 장애인이 된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옷의 색을 고르기 어렵고, 낯선 환경에서는 혼자서 화장실을 찾아갈 수 없다. 조사자에 따라 이러한 시각장애인의 상황을 인정해 주기도 하고 인정하지 않기도 하여 서비스 양이 매우 불합리하게 설정된다. 나의 경우 어떤 때는 60시간이 되고 어떤 때는 103시간이 되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윤택 소장) 
 
 위의 사례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인정조사표가 각 장애특성에 맞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에게 발생한 일이다. 토론자들은 물론 시각장애인들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인정조사표처럼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새롭게 개발될 종합판정표가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에게 기존 급여량 감소 등의 불리함으로 작용하지 않을지 많은 우려를 표했다.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조봉래 원장은 등급제 폐지까지 불과 1년여 남은 현실에서 어떠한 종합판정표를 사용할 것인지 대중에 공개된 사항이 거의 없다면서 준비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윤상원 서울지부장에 따르면 종합판정표를 보니 시각장애인의 급여량이 약 7.6% 깍인다고 밝혔다.  
 발제자로 나선 김동기 목원대학교 교수는 “기존 급여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종합판정표에 시각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종합판정표 개발 및 적용과정에 참여 및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하며, 감면·할인서비스 적용대상 판정을 해결할 수 있는 종합판정표를 개발하여 장애인등록제도를 없애고 서비스 대상자를 결정하는 것을 포함하여 대상자의 급여량도 결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종합판정표가 좀 더 정밀하게 개발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조차 
관심이 적다” 날선 비판
 
 토론회에 모인 이들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역할이 중요하며 현재의 적극적이지 못한 대응으로는 장애인등급제 폐지에 시각장애인이 불리하게 적용될 것이라며 날선 비판을 퍼부었다. 
 먼저 조성재 대구대학교 직업재활학과 교수는 등급제 폐지 이후 시각장애인의 불합리성에 대해 학계는 물론 시각장애인 대표단체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조차 관심이 적다고 비판했다. 등급제 폐지 이야기가 나온 지 6년이 다되었지만 보건복지부와 소통창구를 만든 적도 없다며 시각장애인 대표가 저러면 어떻게 고민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조봉래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 역시 시각장애인 대표단체로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짧은 준비기간 동안 결과물을 도출해 내야 하는 상황에서 장애 당사자 개개인의 입장을 듣는 것은 어려울 수 있어 결국 각 장애인단체들을 통한 의견수렴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서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제 역할을 다해줘야 하지만 연합회 차원에서의 대응은 미온적이기만 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봉래 원장은 우려를 표했다. 
 더불어 강윤택 소장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컨트롤타워로서 전체 시각장애인계 조직과 외부 전문가 그룹 등을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사자 주체가 돼 적극참여
공동행동에 총력을 다해야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한 내용은 시각장애 당사자들이 주체가 되어 장애등급제 폐지와 종합판정표 개발 등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며, 공동행동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기 목원대 교수는 기존에 시각장애인에게 전혀 맞지 않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인정조사표가 도입된 것은 제도가 도입될 때 시각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을 제대로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윤상원 지부장은 장애유형 간 힘센 단체나 목소리 큰 단체에 혜택이 집중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동작자립생활센터 강윤택 소장은 “시각장애인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등급제 폐지를 시각장애인에 대한 안마사제도의 위헌 판결과 같은 위기로 인식하고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정적 하자 종합판정표 용납 못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성명서 발표
 
 토론회 이후 지난 8월 2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관련해서 시각장애인들은 기대보다는 우려 여론이 높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먼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서비스를 판정하는 종합판정표가 시각장애인에게 급여량 감소로 이러질 것이라는 우려와 장애등급을 대신할 장애인 일상생활 수행능력, 욕구, 필요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도구를 개발하는 과정인 종합조사도구 등 등급제 폐지 세부추진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운영에서 시각장애인 당사자 참여가 배제된 것이 큰 문제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우려는 결과로 나타났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시각장애인의 기존 급여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최대한 종합판정표에 시각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종합판정표 개발 및 적용과정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종합조사도구 모의적용을 위한 3차례 시범사업에서 타 장애유형의 평균적 급여는 증가했으나 시각장애만 9.12 급여시간이 감소했다. 
 또한 “이처럼 장애등급제 폐지를 두고 ‘복지서비스 혜택이 줄어든다’는 의견이 많아진다면 시각장애인들의 알권리 보호와 개개인별로 꼭 필요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민관협의체 운영, 종합조사도구 등 등급제 폐지 세부추진 방안과 논의 진행상황을 시각장애인 앞에 공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성명서를 통해 요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보건복지부는 시각장애인의 기존급여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최대한 종합판정표에 시각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할 것, △시각장애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종합조사도구 등 등급제 폐지 세부추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운영에서 시각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할 것,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 및 종합판정표의 단계적 도입을 위한 구체적 이행방안을 마련하여 차별 없는 제도의 시행이 이루어지도록 즉각 조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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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폐지의 과정>

2019년 7월부터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장애등급제는 장애인구 현황 조사 및 관리,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예산편성의 편이성 등 행정의 편의를 위해 도입되었으며, 장애인복지의 불모지 같았던 우리나라에 장애인복지정책의 안정적 정착 및 성장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하여 등급을 매긴 것이 아닌, 의료적 모델에 철저하게 기반한 제도로서, 의학적 기준을 토대로 구축되었기 때문에 ‘동일 등급=동일 욕구=동일 서비스’라는 등식이 성립되었고, 등급 안에 장애인의 서비스 욕구와 필요도를 사전적·획일적·기계적으로 수량화시켜 놓은 비인간적인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장애계에서는 주장해왔고 지난 12년 대선 당시 대부분의 대통령 후보들이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국가 어젠다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국정과제로 공식화하고 2017년에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장애등급제 개편’이라는 이름으로 3차례 걸친 시범사업이 실시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종합판정표가 개발 및 시범 적용된 것으로 일단락 짓게 되었다. 
 현 문재인 정권에서도 국정과제로 ‘장애등급제 폐지’가 아닌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가 포함되었는데, 올해 3월에 개최된 ‘제19회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선 장애등급제 폐지가 70개 추진과제 중 한 개로 확정되었다. 따라서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 및 종합판정도구의 단계적 도입을 위한 구체적 이행방안을 마련하여 2019년 7월부터 시행될 장애등급제 폐지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장애등급제 폐지는 내년 7월부터 우선적으로 활동지원, 보조기기 등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에 장애등급을 없애고 종합판정도구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후 2020년 이동지원, 2022년 소득·고용지원 서비스 등 단계적으로 종합판정도구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으로, 종합판정도구는 현재 복지부가 마련 중이며 아직 공개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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