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뇌병변장애인 노동실현과 자립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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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뇌병변장애인 노동실현과 자립생활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8.07.06 13:12
  • 수정 2018-07-16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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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대부분 언어장애가 동반돼 비언어장애 중심의 사회에서, 일상생활 내에서, 노동영역에서도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뇌병변장애인 노동실현과 자립생활’이라는 주제로 중증장애인 노동실현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6월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관으로 열렸다. 
 
 
뇌병변근로자, 직장 내에서 가장 힘든 건 ‘동료관계’ 
업무배치-비하발언-소외 등
직장 내 차별 경험으로 꼽아 
인턴제-정부 고용확대 필요
 
뇌병변근로자 실태조사 결과
 주제발표를 맡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처장은 지난 2016년과 2017년 각 1회씩 이뤄진 뇌병변장애인근로자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방식은 2016년의 경우 뇌병변장애인 50명이 참여했으며 2017년엔 뇌병변장애인 6명과 지체장애인 2명을 대상으로 인터뷰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50명 중 여성 19명, 남성 31명이었고 연령대는 20대 8명, 30대 31명, 40대 11명으로 뇌병변장애 1급 23명, 2급 17명, 3급 7명, 기타 3명으로 구성됐다. 
 뇌병변장애인의 구직은 2016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한 입사가 12명(24%)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장애인복지관 및 장애인단체 등 장애인기관을 통한 입사가 10명(20%), 직접 복지관을 차린 경우, 인터넷으로 검색한 경우 등이었으며 2017년엔 자발적 구직활동 4명, 지인을 통해서 2명, 장애인고용공단이나 복지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뇌병변장애인의 구직방법이 구직자의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뇌병변장애인들은 근무조건을 따지지 않고 취업자체를 중요시해 뇌병변장애인의 노동시장 진입이 매우 어렵다는 것과 생존을 위한 강한 욕구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근로조건을 우선 본다는 응답도 있었는데 최초 구직 때는 열악한 근무조건이나 환경보다 직업생활에 대한 욕구가 더 중요했지만 취업 후 지속되는 열악한 환경과 근무조건으로 퇴사를 결정하게 되고 새 직장을 찾을 땐 급여 등 근무조건이나 환경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취업과정(서류, 면접 등 기타시험)에서 회사의 형편과 사정에 따라 장애특성에 맞는 편의제공이나 배려를 제공받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장애인 특별전형임에도 불구하고 비장애인과 같은 조건으로 전형이 이뤄진 경우도 있어 대안 마련이 요구됐다. 
 근무지의 장애인편의시설의 경우 38%가 불편을 겪었다. 하지만 대부분 장애인근로자들이 설치요구를 하지 못했다. 이유로는 ‘말하기가 그래서’, ‘불이익이 생길까 봐’, ‘사업주가 거절할 것 같아서’,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 등이었다. 
 뇌성마비근로자가 직장 내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동료들과의 관계’로 장애인과 함께 근로한 경험이 없는 직장동료들은 장애인업무에 대해 선입견 등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어 업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실제로 2016년 조사 결과 직장 내 차별 경험이 있는 응답자 8명(16%)은 ‘업무배치’, ‘비하발언’, ‘동료사이의 소외’ 등을 지적했다.  
 장애인근로지원인제도 이용의 경우 50명 중 41명이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으며 신청 안 한 이유로는 ‘직장 내 입지가 좁아질 것을 염려해서’, ‘신청 시 장애등급 재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등급이 하락될까 봐’ 등으로 장애인근로자가 활동지원이나 근로지원을 요구할 권리의식보다 이를 신청함으로써 동료나 사업체로부터 업무능력 하락으로 비춰지는 것을 염려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업무용 보조기기(확대모니터, 한손키보드, AAC, 높이조절 책상 등) 지원 관련해선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경우로 매 분기마다 보조공학기기 신청 공문을 받고 있다. 
 응답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보조공학기기로는 의사소통판, 터치스크린, 조이스틱, 트랙볼 등이었으며 보조기기가 필요하지만 사업체에서 지원하지 않는 경우는 재택근무의 경우였다. 
 승진 및 복지사항에 있어서는 조사 참여자 대부분이 승진에서의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업무를 적게 할당받는다거나 단순 업무만을 부여받는 경우 직장에서의 차별이 외로움 등 심리적 위축감으로 이어졌다.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20%에 달했으며 이 중 해고통지를 직접 만나서 구두로 받은 경우가 30%에 그쳤고 문자나 에스앤에스(SNS)를 통해 받았다는 답변도 있어 해고절차가 적절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노동권 진입과 자립생활 관련해선 취업으로 인한 수입은 적지만 자신의 힘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삶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로 취업 전엔 고향에서 어머님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았었지만 취업 후엔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등 가족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됐다.
 심리적 측면에서도 취업 후 적극적 성격으로 변화됐고 업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되는 등 직장생활은 자립생활과 삶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병변장애인들은 안정된 직장의 경우 정년까지 고용안정이 유지되기 때문에 이직할 생각은 없으나 더욱 안정된 직장을 위해 공무원 시험은 계속 볼 것이라고 했으며 지속적 근무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과 건강악화로 전직을 생각하는 경우 사회복지사자격증 취득, 자립생활센터 공동 창업, 편의점이나 구멍가게, 대학 시간강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이문희 사무처장은 “이번 조사 결과 뇌병변장애인들은 구직과정에서부터 근무환경, 승진 및 복지 등에서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차별과 배제의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노동활동의 효과는 상당해 사회참여가 늘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적어졌으며 심리적으로도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인턴제 고용 활성화 통한 
동등한 취업기회 제공돼야
 
당사자가 생각하는 장애인노동권 개선책 
 이문희 사무처장은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아무리 유능한 인재라도 취업 과정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턴기회를 제공해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인턴제 고용 활성화를 통한 동등한 취업 기회 제공이 이뤄져야” 함을 주장했다. 
 이 밖에도 당사자가 생각하는 장애인노동권의 개선책으로는 △교육기회 확대를 통한 노동시장 진입 활성화 △의무고용률 준수와 근무직종 확대 △동일업무 동일임금 적용 △사회보장제도의 보완 △정부의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 등이 필요함을 밝혔다.
 
중증장애인, 교육-환경 뒷받침되면 
4차 산업혁명, 일할 기회 늘어날 것
 
 이어진 토론에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서기현 소장은 “특히 20대 중후반 일반기업에서 일을 했던 시기가 어렵고 힘들었다. 활동보조서비스조차 없던 시절이어서 힘들기도 했지만 정작 가장 괴로웠던 것은 비장애인과의 갈등이었다.”면서 “뇌병변장애인이 일반업체에서 비장애인과 어울려 일하려면 단순히 지식이나 업무능력뿐만 아니라 학교시절부터 장애, 비장애인이 어울려 공부하고 놀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등 사회적 경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기현 소장은 일반기업에서 4년, 장애인단체 15년간 근무했으며 직무 또한 IT 실무자에서 활동지원사업 코디네이터, 권익옹호 실무자, 총무팀장, 소장 등을 거치며 나름의 경험을 쌓아왔다.
 뇌병변장애로 마우스를 발로 하는 서 소장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학력을 취득하며 IT 기술을 익힌 상태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것에 서툴렀고 그래서 그들과의 생활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좋지 않게 악화됐다.”면서 “돌이켜보면 타인에 대한 배려나 파악이 많이 부족해 의도치 않게 그들에게 상처를 줬고 그 만큼의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는 서 소장은 “미래사회가 될수록 육체적 노동은 줄어들고 정신적 노동이나 IT쪽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며 적당한 교육의 기회와 사회적 환경이 뒷받침된다면 뇌병변장애인을 비롯한 중증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늘어날 것”임을 주장했다.
 이어 “이상적 얘기지만 발달장애인이 단순 작업을 하고 중증장애인이 컴퓨터를 다루는 작업을 한다든지, 그런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노동권 보장’ 예산 대폭 늘려야
 
 비마이너 김도현 발행인은 “현대사회는 노동과 일자리 정책에 있어 근본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로 노동을 민간(시장)에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보장해 나가야 하며 노동이라는 것을 전통적 의미에서의 재화 및 서비스 생산에 국한하지 않고 정치적, 문화적 활동까지를 적극적으로 노동(직업)의 영역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해 2017년 11월 21일부터 85일 동안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점거하고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개 마련’과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삭제’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갔다. 
 전장연은 농성 기간 중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개 구직신청서’를 받았는데 신청서의 희망직종엔 정치활동에 해당하는 ‘권익옹호 활동’과 ‘피플 퍼스트 활동’ 이 외에도 ‘문화, 예술분야 활동’ 등이 포함됐다.
 김 발행인은 “지난 2007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정을 거치면서 중증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위해 어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해선 지금까지 너무나도 미미한 예산만을 마련해 집행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지방교육재정 분석 종합고서를 기준으로 학령기 인구의 ‘학생 역할’ 보장을 위해 학생 1인당 비장애인 대비 420%(고등학교)~460%(초,중등학교) 해당하는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역시 2012년 기준 성인인구의 ‘노동자 역할’ 보장을 위해 비장애인의 경우 1인당 연간 65만1062원의 예산이 지출되는 반면 장애인은 1인당 연간 38만6830원으로 이는 비장애인의 59%에 불과한 수치다.
 김 발행인은 “장애인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예산을 교육권 예산과 비슷하게 비장애인의 4배 수준으로 투입할 경우 장애인에게도 최저임금 수준의 사회적 임금(Social wages)을 지급하면서 노동자 역할 수행을 보장하는 제도적 설계가 충분히 가능할 것”임을 주장했다. 
 
뇌병변장애인 지적능력 기초한 
직종개발-직업교육-직업탐색 필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김용탁 연구위원은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언어장애와 운동성장애는 직업상으로 많은 장벽을 초래하지만 자신의 학력으로 기인되는 높은 기대수준에 걸맞은 사회환경이나 여건은 상대적으로 불리하거나 심리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고 주장했다.
 일상생활능력, 교육수준, 의사소통능력, 근속년수, 상용직, 장애관련 일자리일 경우, 직장 규모가 클수록, 임금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김 위원은 “지체장애인과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취업 결정요인은 남성일수록,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자격증이 있는 경우, 활동능력이 좋을수록, 이용하고 있는 기관이 장애인단체인 경우에 긍정적으로 나타났다.”면서 “뇌병변장애인에 대한 교육지원정책, 자격증 훈련, 뇌병변장애인의 지적능력을 기초한 직종 개발이나 직업교육, 직업탐색 등이 이뤄져야” 함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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