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고용촉진기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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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고용촉진기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8.04.2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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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전국 실업자 수가 125만7천 명으로 2000년 이후 3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하고 실업률 또한 4.5%로 3월 기준 2001년 5.1%에 이어서 17년 만에 최악으로 기록된 가운데 '장애인고용촉진기금(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이 걷히기만 할 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고용촉진기금 적립액은 2013년 2294억 원에서 2017년 8796억 원으로 4년간 약 4배나 늘었다. 장애인의 고용촉진과 직업재활을 위한 사업을 수행하라고 설치된 기금이 제구실을 못하고 쌓여 있는 것이다. 관계기관은 고용부담금을 거둬들이는 데에만 신경 쓸 뿐 장애인고용을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관련 기관들은, 장애계의 복지개선 요구가 있을 때마다 ‘재정부족’을 내세우며 예산타령으로 일관해 왔다. 쓰라고 마련해 준 돈마저 제대로 쓰지 않으면서 이번에는 무슨 말로 변명할지 궁금하다.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기금이 낮잠을 자는 동안 장애인일자리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답보상태가 지속돼 왔다. 기금이 늘게 된 주요인은 장애인고용부담금 증가에 있다. 전체 직원 중 일정비율을 장애인으로 고용할 의무가 있는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의 정부기관이나 민간기업들이 이를 지키지 않고 고용 대신 돈으로 때우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고용부담금 취지가 역이용되고 있는 것. 문제는 태생적으로 이 기금의 적립?운용의 모순된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법)’은 ‘장애인이 직업생활을 통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업주의 장애인 고용을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설립’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법은 ‘장애인고용공단의 운영, 고용장려금의 지급 등 장애인의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을 위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을 설치’하도록 한 것이다. 기금의 재원을 정부의 일반회계 예산이 아닌, ‘정부 또는 정부 외 출연금 또는 기부금’ 및 ‘고용부담금’으로 충당토록 규정해 놓은 것. 사실상, 장애인의무고용 위반으로 내는 부담금으로 목적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의무고용주들이 오히려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부담금을 내야만 기금이 조성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고용부담금 징수업무를 수행하고 기금 운용을 통해 장애인 고용촉진과 직업재활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 장애인고용공단이다. 사실상 정부가 장애인 고용정책 업무를 산하기관에 통째로 떠넘긴 채 발을 뺀 꼴이다. 더욱이 공단이 운영비를 기금에서 충당해야 하는 마당에 기금설치의 본래 목적인 ‘장애인 고용촉진과 직업재활’ 사업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 드는 이유이다. 장애인고용을 확대하고 질을 높이려면, 이제라도 장애인고용법을 개정해 이 같은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 장애인고용 문제는, 범정부 차원이 아닌 산하기관에 위탁하는 현행 시스템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고용노동부의 현행 ‘장애인고용과’ 직제를 ‘국’ 수준인 ‘장애인정책관’으로 승격시키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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