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케어’가 곧 ‘탈시설’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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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케어’가 곧 ‘탈시설’은 아니다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8.03.2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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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탈시설을 주장해온 장애계의 바람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병원과 시설 대신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를 추진한다니 말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장애인, 정신질환자, 치매노인, 시설아동 등 돌봄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를 병원, 요양병원, 보호센터 등에 격리해 의료, 돌봄, 주거 등 사회서비스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병원과 시설 중심의 서비스만으로는 개인의 삶의 질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고령화에 따라 급증하는 의료·돌봄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늦게나마 사회서비스 체계 혁신에 나선 것은 다행스런 일이나 어떤 모습일지 의문이다. 
 복지부는 올 7월까지 ‘커뮤니티케어 로드맵’을 마련한다. 장애인 탈시설화 및 자립정착 지원, 노인 의료-요양서비스 개선 등 4~5개의 선도사업과 서비스 전달체계 및 지역사회 서비스 확충 등을 담은 ‘재가 및 지역사회 중심 선도사업’ 모델을 올해 안에 개발해 내년부터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노인, 장애인 등 수요자가 자택이나 소규모 그룹홈 등에 살며 개인의 욕구에 맞는 사회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재가서비스를 확충하고 전달체계도 개편된다. 또 병원과 시설 이용자가 퇴원·퇴소를 희망할 경우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중간시설 마련 및 자립생활 지원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대규모 시설 중심 정책으로 인권 등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장애계의 끊임없는 ‘탈시설-자립생활’ 요구에도 예산타령으로 일관하며 시설정책을 고수해왔다. 국가 차원에서 ‘장애인 탈시설’이란 정책이 없었던 셈이다. 제4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13~2017)에 ‘시설 소규모화 추진을 통한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욕구가 있는 시설거주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생활 촉진필요’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이에 따라 30인 초과 대규모 시설을 30인 이하의 소규모 시설로 전환을 추진해왔다. 시설규모만 줄였을 뿐 오히려, 장애인거주시설 수는 2006년 288곳에서 2016년 1505곳으로 약 5.2배 증가했다. 이용자 수도 2만598명에서 3만980명으로 1.5배 늘어났다. 탈시설이란 말이 무색할 뿐이다.
 인권위가 2013년 11월 ‘장애인자립생활 기반 구축을 위한 정책권고’를 했음에도 정부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결과 수용시설만 늘린 꼴이 됐다. 문제는 시설의 소규모화나 공동생활가정 및 체험홈의 활성화를 탈시설 정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장애계는 탈시설 개념에서 체험홈과 그룹홈을 빼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떤 곳에 몇 명이 살든 규모에 상관없이 누군가의 삶에서 시간관리나 경제활동을 관리자가 대신하는 형태는 모두 시설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시설에서 ‘자기 주도적 삶’은 꿈꿀 수 없는 것이다. 장애인의 탈시설은 인간 존엄의 회복을 위한 조건이며 예산상의 문제 등을 내세워 시설을 고집하는 것은 비장애인의 편의적 발상일 뿐임을 알아야 한다. 탈시설 개념에 대한 정부의 인식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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