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위험한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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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위험한 존재인가?
  • 편집부
  • 승인 2008.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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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숙/인하대 평생교육원 사회복지학과 교수

얼마 전 필자는 평소 즐겨보던 ‘YTN 돌발영상’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청와대 경호처의 대통령 경호시범(9월6일)을 보았다. 대통령 내외를 포함해서 많은 관중들과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한민국 최고 경호팀의 위용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런데 가상으로 설정된 상황 가운데 황당한 장면이 들어 있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대통령을 위협하는 다양한 유형의 괴한 및 테러분자와 동급으로 취급되고 있었던 것이다. 장애인들은 대통령의 연설을 앞둔 상황에서 ‘장애인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플래카드를 펼쳤지만, 이들은 순식간에 경호팀에 의해 거칠게 제압당했다. 플래카드가 빼앗겼음은 물론이다.


어이가 없었다. 일단 상황설정이 그렇다. 장애인을 가장한 테러분자가 아니라, 장애인 그 자체, 그것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위험한 존재로 묘사하는 사람들의 의식구조에 대해 필자는 분개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장애인들의 구호와 펼친 종이에 적힌 문구는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도 국가를 전복하자는 것도 아닌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을 설정하는 사람들은 어떤 뇌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실로 궁금해졌다. 


이 황당한 설정과 그 상황 속에서 충실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 경호원들에게서 필자는 장애인에 대한 우리 국가와 사회의 인식과 태도를 본다. 기본적으로 장애인은 귀찮은 존재이고 사회에 부담을 주는 존재로 인식해 온 것이 아닌가. 더 나아가 이제는 심지어 위험한 존재로까지 취급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회복지의 역사에서 장애인과 빈곤층이 ‘미치광이’ 또는 ‘마녀’로 취급된 적이 있었다. 이 낙인(stigma)을 통해 그 사회가 그리고 그 국가가 정당하게 이들을 격리하거나 살해할 수 있었다. 왜 이 상황이 21세기의 오늘날 한국에서 겹쳐지는 것일까? 모든 것을 시장과 경쟁을 통해 해결하려는 현 정부의 정책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런 상황과 이들의 논리에 서서히 젖어 들어가고 있는 우리사회를 목도한다. 저 상황을 ‘감히’ 설정할 수 있었던 국가권력기관과 이것을 무심히 지나치는 사회가 어쩌면 수많은 장애인들을 우리 주변으로부터 밀어내고 심지어 이들이 사회에 부담이 된다는, 그리고 사회에 위험하다는 이유로 살해하려는 것은 아닐까? 돌발영상에 나타난 저 정도의 인식이면 이미 이 우려의 상황은 현실로 존재할 수 있다.


생각해 보자. 세계보건기구는 전체 인구 중 10%를 장애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이웃 또는 일가친척 중에 장애인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사실이 있다. 신체장애인 중 45%가 노인이고 후천적 장애인이 90% 이상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첫째, 내가 바로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재 또는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되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내게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이런 일이 생길지 모른다. 둘째, 우리는 모두 늙는다. 이 과정에서 우리들 중 누군가는 의지와는 무관하게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장애인은 나와 무관한 ‘저들’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이자 가족이고 바로 나 자신일 수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장애인이 겪는 문제는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인 것이고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복지국가는 장애인의 문제를 사회문제의 핵심중의 하나로 설정하고 사회가 공동으로 이 위험에 대처해 왔다. 유럽의 거리에서 걸인은 만날 수 있을지 몰라도 장애인인 걸인은 좀처럼 만날 수가 없다. 이처럼 복지국가의 장애인들은 권리의식을 가질 수 있고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우리의 현실로 돌아와 보자. 시계가 중세를 향해 거꾸로 가고 있다. 장애인은 지금까지 사회의 무관심의 존재가 되어 온 것도 모자라 경제에, 사회에 위험스런 존재로까지 취급되고 있다. 이들의 생존권에 대한 외침은 시장의 작동과 경제발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고 따라서 진압되어야 하는 것이다. 돌발영상은 이처럼 우리, 그리고 현 정부의 괴물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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