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갈등 ‘조정’ 아닌 ‘조장’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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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갈등 ‘조정’ 아닌 ‘조장’해서야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7.10.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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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장애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공립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며 무릎을 꿇은 사건은 많은 국민들을 공분케 했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언론의 뭇매를 맞았고 정부 관련 부처의 잘못된 대처와 국회의원의 행태가 다시금 입길에 올랐다.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싸고 빚어지고 있는 갈등 얘기다. 우리 사회의 감춰진 민낯이란 점에서 더욱 씁쓸하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조정해야 할 지역구 국회의원은 책임 전가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주민들을 이용한 선심공약으로 주민 갈등을 촉발한 당사자인 정치인이 오히려 갈등조정이 아닌 갈등조장을 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문제가 확산되자 해당지역 국회의원이 국립한방병원 건립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지역 주민의 반대는 여전해 특수학교 설립은 난항을 겪고 있다. 
 문제의 땅은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로 학교가 폐교가 되면서 서울시교육청이 2013년에 이미 특수학교를 설립하기로 행정예고를 한 곳이다. 공진초 부지 소유주인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정원 감소 등을 이유로 폐교하고 이 터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예산 삭감으로 한 차례 중단됐다가 조희연 교육감 당선과 함께 재추진했으나 일부 주민 반대를 이유로 대체 부지를 검토했다가 이후 다시 추진하면서 일이 더 꼬였다. 그런데 주민들이 공진초에 한방병원 건립을 요구하는 빌미가 된 것은 2015년 10월 김성태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주민설명회를 열어 공진초 부지에 국립한방의료원을 건립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행태도 바난받아 마땅하다. 복지부가 무턱대고 지역구 국회의원의 요구에 끌려가지 않았나 의구심도 떨칠 수 없다. 
 복지부는 지난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국립한방병원 설립 타당성 조사를 맡겼다. 학교시설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는 땅을 놓고 땅 주인과 사전 협의도 없이 마음대로 사용하겠다는 듯이 연구조사를 수행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 3월 공진초 터에 특수학교를 세울 예정이라는 입장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통보받고 이후 병원 설립 논의는 전면 중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이 서울시교육청이 한방병원 부지를 뺏으려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복지부는 다른 부지를 알아보지도 않았다.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했던 셈이다. 결국 복지부와 정치인이 주민들에게 국립한방병원이 생긴다는 헛된 기대감만 갖게 한 것이다. 공공부지를 사유재산처럼 여기는 일부 지역주민들과 정치인의 그릇된 생각도 문제이거니와 복지부의 주먹구구식 탁상행정 또한 고질적인 병폐임을 드러냈다. 
 2002년 이후 15년째 서울에는 새로 생긴 특수학교가 1곳도 없다. 주민 반발 때문이라지만  특수학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15년을 나몰라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는 행정의 무책임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이 와중에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 25개 구 중 특수학교가 없는 8개 구 등 모든 구에 한 개 이상의 특수학교 설립계획을 밝혔다.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그럼에도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실행에 옮길지 의문이다. 이제라도 법령으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입지선정 기준을 명확히 규정했으면 한다. 입지선정 전부터 주민들에게 설립계획을 사전에 알려 갈등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절차다. 차제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특수학교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조례를 제정하고 국회 차원에서 법과 제도를 새로 정비해 특수교육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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