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감수성에 눈을 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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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감수성에 눈을 떠야…
  • 편집부
  • 승인 2008.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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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볼 수 없다는 것만 장애가 아니다. 볼 수 있음에도 봐야할 것들을 보지 못하는 것도 장애다.”


지난달 17일 제물포역에서 시각 장애인이 추락사 했다는 안타까운 사고소식을 듣고 취재를 다녀온 후 내린 결론이다.


하필이면 CCTV가 없는 위치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사고의 경위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될 ‘눈’이 있어야 할 그 자리에 눈은 존재하지 않았다. 장애로 인해 보지 못했던 삶도 설움일텐데 마지막 가는 길마저 불투명해져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앞을 볼 수 없었던 한 노인에게만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라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한 체 눈을 감고 있어야만 했던 우리 사회도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짙게 어둠이 내린 1급 시각장애인의 시각으로 본 우리 사회의 장애정도는 얼마나 될까?’라고 생각해보니 가슴 한 구석이 시큰거렸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우리 사회에는 안전불감증 대신 장애감수성이 필요하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한 노인의 죽음이 우리에게 던져준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사회의 장애 진단서인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이 겪어야 하는 어둠의 세계 속 수많은 고통들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감히 가늠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장애감수성의 눈을 뜬다면 그 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도 그들을 지켜주는 눈길은 어디든 존재하지 않았을까?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건 그들의 죽음의 경위를 판단해줄 CCTV가 아니다. 그들의 안전을 책임질 시설이나 대책마련도 최우선이 아니다. 지금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그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사랑과 관심일 것이다. <민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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