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실’ 예산만도 못한 ‘장애인’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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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실’ 예산만도 못한 ‘장애인’ 예산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6.11.04 11:05
  • 수정 2016-11-04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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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청와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에 국가 기능이 마비된 가운데 지금 국회는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심사 중이다. 국정 마비란 초유의 국난에 예산안 심사가 제대로 될지도 의문이지만 정부 예산안은 납득하기 힘든 점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장애인예산안을 보면 올해보다 239억 원 줄었다. 복지수요 증가추세를 감안하면 늘려도 시원찮을 판에 올해에 비해 1.2%나 삭감한 것이다. 복지부 전체예산 대비 비중 또한 3.49%에서 3.37%로 하락했다. 반면에, 정부는 ‘비선실세예산’으로 불리는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관련 문화창조융합벨트구축사업과 케이밀사업 등 드러난 것만 1670여억 원의 특혜성 예산을 끼워 넣었다. 정부가 소외계층의 생존권이 걸린 복지예산은 피도 눈물도 없이 잘라내면서까지 유사중복 사회복지 통폐합에 열을 올린 수수께끼가 풀린 셈이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2017년도 보건복지예산(안)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총지출예산은 올해보다 2.6% 증가한 57조6798억 원이다. 사회보험기금을 제외한 일반회계예산은 올해 33조713억 원에서 33조918억 원으로 올해보다 0.1%, 205억 원 증가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장애인예산은 올해 1조9651억 원에서 1조9412억 원으로 1.2% 감소한 것이다. 장애인복지 예산의 35%를 차지하는 장애인연금과 장애수당 예산은 6831억8천 원으로 올해보다 1.1% 감액 편성됐다. 정부는 특히, 장애인들의 생명줄과도 같은 장애인활동지원 예산마저 올해 5,220억 원보다 1.1%, 55억 원 줄인 5,165억 원으로 감액했다. 지원인원도 올해보다 665명이나 적은 6만3000명으로 줄였다. 장애인의료비 예산(215억8300만 원)이 39.7%, 장애인일자리지원사업 예산(291억6800만 원)이 무려 30%나 잘렸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다. 장애인복지사업 예산을 전반적으로 삭감하면서도 장애인거주시설 운영 지원 예산은 올해보다 4.1% 증액시켰다는 점이다. 증액이 뭐가 문제냐고. “장애인거주시설 운영지원이 장애인복지 예산의 23.4% 정도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전체 예산보다 증가율이 큰 것은 탈시설과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 추진이라는 정책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참여연대의 지적에 뭐라고 답할 텐가. 정부의 진짜 속내가 궁금하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15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복지 지출 비중은 0.49%에 불과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19%의 4분의1에도 못 미친다. 34개 회원국 중 31번째로 최하위 수준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장애인복지 예산을 늘리기는커녕 어떻게든 삭감할 궁리만 하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회서 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헬조선’이란 말이 무색하게 “역대 어느 정부보다 내실 있는 경제민주화 정책과 적극적인 복지 확대를 통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불균형을 해소해 나가고 있다.”고 자찬했다. “복지사각지대는 줄어들고 사회안전망은 보다 촘촘해졌다.”고도 했다. 국민의 체감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현실인식 수준이 놀랍다. 소외계층의 복지예산은 깎으면서 비선실세를 위한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설립에 800억 원을 강제 모금해 놓고도 “원칙이 바로 선 경제가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국가 살림을 위한 돈을 어디에, 어떻게 나누어 쓸지 계획한 것’이 무엇이냐는 학교 시험문제에, 한 초등학생이 정답인 ‘예산’ 대신 ‘최순실’이라고 적은 시험지가 SNS에 퍼져 국민을 ‘웃프게’(웃기다+슬프다 합성어)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뭐라 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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