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 ‘희망원’인가 ‘절망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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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립 ‘희망원’인가 ‘절망원’인가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6.10.2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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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8개월 동안 129명이 죽었단다. 지진 등의 재난 참화도, 폭탄테러 참상 얘기가 아니다. 대구의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거주해온 장애인과 노숙인들 얘기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죽었다는 시설이 ‘사설’도 아닌 대구시가 설립한 ‘시립’이자 가장 낮은 이들의 편에 서서 어려운 이웃을 돌본다는 종교 기관이 수탁 운영해왔다는 사실이다. 종교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마저 무너뜨린 이 시설은 2014년부터 올 8월까지 1200여명 수용인원의 10%에 달하는 생활인이 사망한 대구시립희망원 얘기다. 제2의 형제복지원이라 불릴 만큼 많은 생활인이 숨지고, 비리와 인권유린으로 논란이 된 희망원 사건은 드러난 것만으로도 그동안 매스컴에 오르내린 시설의 비리와 인권침해 사건과도 차원이 다르다. 이런 시설에 대구시가 매년 90여억 원씩 지원하고 정부가 우수시설로 선정해 대통령상까지 줬다니 믿을 수 없다.

 지난 10월 8일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 ‘가려진 죽음-대구희망원 129명 사망의 진실’ 편에서 충격적인 인권유린 실태가 방영되면서 희망원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났다. “개줄로 묶어서 자물쇠를 채워 꼼짝 못하게 하고, 한 3일을 패는데 맞다가 기절했다가 또 패고…일주일에 5명 정도는 죽었다고 봐야지.” 과거 희망원 생활인이 털어놓은 방송 내용이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312명의 생활인 사망을 비롯해 보호의무 소홀, 급식비리, 성폭행 등 종교 기관에서 행해졌으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악행이 자행됐다. 1958년부터 대구시가 직영하다가 국가로부터 대구 천주교구가 운영권을 넘겨받은 건 5공 집권을 위한 국보위에 신부 2명이 참여한 후라고 한다. 대구 희망원에서 자행된 참혹한 인권유린과 죽음의 배후로 친일과 친독재로 얼룩진 대구 천주교의 어두운 과거사가 거론되는 이유다. 
 SBS TV에서 그 실태가 공개되지 않았더라면 이 사건 역시 단순한 비리 정도로 묻혔을지도 모른다. 희망원의 각종 비리와 인권유린은 지난 1월 대구시 주요 기관에 보내진 익명의 투서로 드러났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신부와 수녀로 알려진 익명의 제보자는 투서에서 “희망원은 1980년부터 대구 천주교회가 위탁 운영”했는데 “이들(원장신부와 자금을 맡은 수녀)은 천주교 성직자라는 것을 망각하고 많은 시간 동안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희망원 성직자와 간부들이 횡령한 자금을 유흥비와 부동산 구매, 자동차 구매에 사용”하고 “수녀님과 신부들 명의의 차명계좌가 만들어졌다.”고 폭로했다. 그런데도, 어쩐 일인지 그동안 대구시는 물론 언론도 정치권도 침묵해왔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구시 간부직원들이 희망원에 압력을 넣어 친인척을 직원으로 채용시킨 사실도 들통이 난 것이다. 
 일부 비리공무원의 비호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사건이 은폐되지 않았을 것이다. 군사독재시절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12년간 사망한 사람은 513명이다. 부랑자 강제수용소이던 형제복지원은 1987년 강제 폐쇄됐지만 원장은 횡령죄 등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았을 뿐 폭행, 살인, 시신유기, 시신암거래 등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오히려 형제복지지원재단으로 이름을 바꿔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복지재벌이란 소리까지 들었다. 뒤에는 독재권력의 비호가 있었던 것. 피해자들은 2013년 국가를 상대로 진상조사와 배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가는 아직 답이 없다. 영화 <도가니>로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 사건 역시 가해자들은 징역 몇 개월에 전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사회복지시설의 비리와 인권탄압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유는 그래서 분명하다. 21세기 정부의 복지시설 행정과 법치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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