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제 폐지는 시대적 요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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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제 폐지는 시대적 요구이다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6.09.0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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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들이 2012년 8월 21일부터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사 지하도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며 노숙 농성을 벌여온 지 4년여. 또다시 국회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내용으로 한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주거급여법 개정안, 의료급여법 개정안 등 3개 관련법 개정안을 지난 8월 26일 대표발의한 것이다. 부양의무자 정의 등 부양의무자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부양의무제도는 복지사각지대 발생의 근본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장애인이나 노인 등 생계유지가 어려운 취약계층마저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 탓에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에서 제외돼 온 것이다. 이 때문에 장애계를 비롯한 시민단체 등은 부양의무제 폐지를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20대 국회는 취약계층의 시름을 덜어줄지 지켜볼 일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부양의무자’란 수급권자를 부양할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수급권자의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를 말한다. 다만, 사망한 1촌의 직계혈족의 배우자는 제외한다. 현행법상 기초생활보장 등 공공부조를 받으려면, ‘그 사람이 속한 가구의 소득이나 재산 수준(소득인정액=소득평가액+재산의 소득환산액)’과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또는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자’라는 ‘부양의무자 기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 때문에, 부양을 받지 못하는 데도 부양의무자가 부양하는 것으로 간주돼 수급자 선정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 탈락하는 사람이 117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빈곤층 구제와 복지사각지대 해소책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답이 나온 셈이다.
 정부가 사회 변화를 정책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수치로도 알 수 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1인 가구가 27.2%나 된다. 2015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자료를 봐도 부모의 부양의무가 가족에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31.7%였다. 2002년 70.7%에 비해 39.0% 감소했다. 특히, 60세 이상 응답자 중 24.2%는 노후생활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부양의무에 대한 인식에도 중대한 변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양책임은 사회에 있다는 인식이 일반화되고 있는 데도 국가는 여전히 가족들에게 부양의무를 떠넘김으로써 취약계층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사회적 요구를 일부 반영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왔다. 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화 정도로는 복지사각지대에 내몰린 취약계층을 구제하는 데는 미봉책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 또는 폐지하는 법안은 19대(2012~2016) 국회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발의돼 왔다. 19대 들어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하는 법안이 강동원 새정치연합 의원과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에 의해 발의되고, 기준 완화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 와중에 2014년 서울 송파구에서 두 딸이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부양의무자 기준’ 요건에 걸려 기초생활보장조차 받지 못해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사건은 부양의무제 폐지만이 재발방지의 해법임을 웅변한다. 이에 대한 정부·여당의 반응은 한결같다. 재정부담을 우려해 극렬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가가 재정부담을 이유로 공공부조가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고 가족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반인권적이자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는 시대적 요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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