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불용, ‘재정지출 효율화’인가
상태바
복지예산 불용, ‘재정지출 효율화’인가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6.08.05 09:54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2500억 원이나 되는 보건복지 분야 예산이 불용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불용예산이 주로 생존권과 직결되거나 생계곤란을 겪는 취약계층 구제에 쓰여야 할 돈이라는 점에서 간단히 넘길 사안이 아니다. 더군다나 박근혜 정부가 줄곧 호들갑을 떨었던 게 ‘재정지출 효율화’가 아니었던가. 아니나 다를까. ‘재정지출 효율화’를 빌미로 대대적으로 벌였던 유사중복 사회복지사업 통폐합 역시 ‘효율화’는커녕 뒤로는 예산절감을 위한 ‘복지축소’였음을 드러낸 셈이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놓고도 제대로 쓰지 않아 불용 처리하는 문제는 국회에서 매년 예산결산 때마다 지적받아온 일이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선 대규모 세수 부족에도 불구하고 증세는 하지 않고 예산 불용액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참여연대가 내놓은 ‘분석보고서’를 보면, 2015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총지출 결산액은 52조2841억 원으로 예산 약 54조 원 대비 96.5%의 집행률을 보였다. 이 중 국민연금기금의 1조4000억 원이 불용 처리됐다. 일반회계 불용액을 보면 노인?청소년 분야의 불용액이 1,922억 원(기초연금 예산 1814억7800만 원)이며, 보건의료 분야의 불용액이 275억 원으로 이 두 분야가 일반회계 불용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장애인복지 분야도,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이 86억 원, 장애인연금 예산이 69억 원 불용 처리됐다. 차상위계층 등의 장애수당도 24억여 원의 불용액이 발생했다. 특히, 장애계는 매년 24시간 활동지원을 애타게 요구해왔다. 그때마다 정부는 예산부족을 핑계로 외면해왔다. 그런데도 정부가 편성된 예산마저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중증장애인의 목숨을 내팽개친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문제는 정부가 이렇게 편성예산마저 제대로 집행하지 않으면서 예산 부족분을 추경을 통해 충당하는 행태를 연례적으로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도 추경예산으로 2673억 원을 국회에 상정했는데 복지위는 당초 정부안보다 837억6300만원이 증액된 복지부 소관 추경 예산 3510억6300만원을 심의·의결했다. 복지위서 증액된 추경예산은 기초생활수급 중 의료급여 550억 원, 장애인활동지원 210억9700만 원 등이다. 이로써 올해 장애인활동지원 추경예산은 당초 52억9500만 원에서 264억여 원으로 증액됐다. 취약계층을 위해 정작 쓰여야 할 돈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국회의 처방인 셈이다. 그만큼 정부가 나라살림을 잘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메울 요량으로 불용처리를 의도하지 않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연대가 지적했듯이 “장애인활동지원은 중증장애인들의 생존에 직결되는 사업으로 예산이 부족해 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불용액이 발생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기초연금 예산이 불용 처리된 것도 노인빈곤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묵과할 수 없다. 매년 똑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예산안 수립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불용될 돈을 애초에 예산으로 편성하지 않았다면 세수부족이 없었을 것이고, 복지재정도 빠듯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매년 반복되는 불용문제를 개선해 재정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러 부처에서 예산 불용이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예산을 쓰고 있는 복지부는 불용해서는 안 된다. 이는 사회적 약자에게 중요한 예산이 불용처리 되는 것”이라고 한 정의당 윤소하 의원의 지적을 새겨듣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