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이후가 걱정되는 장애계
상태바
4·13 총선 이후가 걱정되는 장애계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6.04.08 09:59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13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는 장애인들에게 역사상 최악의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제16대 국회(2000∼2004년) 이후 12년 만에 장애인들을 대표할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한 명도 내지 못하는 차별 선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각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명단에 장애인후보 이름을 올렸지만, 모두 당선권 밖에 배정한 결과다. 제20대 국회에서 장애인을 대표할 비례대표의 탄생은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계층과 소수집단을 배려하라는 비례대표제도의 취지를 아예 무시했다. 각 당이 당선권 비례대표 후보에 장애인을 제외시킨 것은 사회 최약자층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장애인비례대표 의원이 입성한 지난 국회에서조차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아온 장애인들을 누가 나서서 대변해줄지 막막하다는 데 있다.

 이처럼 시대를 역행하며 정치권이 드러내놓고 장애계를 홀대한 것은 비민주적인 공천제도 탓이 크겠지만 장애계가 통합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하겠다. 장애계는 선거 공약화 요구에서조차 세 갈래 각각 다른 행보를 보였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18개 단체로 ‘2016장애인당사자총선연대’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133개 장애인단체가 참여한 ‘2016총선장애인연대’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016총선장애인연대’를 각각 출범시켜 서로 다른 장애인정책 공약으로 각 정당에 반영해줄 것을 요구했다. 소수계층이 한 목소리를 내도 부족할 판에 세 갈래로 찢어지다보니 목소가 제대로 먹혀들 리 없다. 장애계가 안고 있는 현안에 대한 진단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세 단체가 논의를 거쳐 통합된 공약들을 정치권에 제시하고 요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지난 제19대 총선에서도 장애계는 각자도생이었다. 장애계가 2012장애인총선연대를 결성하고 장애계를 대변할 대표성 있는 인물의 국회 진출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났었다. 장애인단체총연맹과 장애인단체총연합회 양대 단체가 양보 없이 장애계 비례대표후보 경선을 외면하고 두 단체장들이 독단적으로 비례대표후보에 나섰던 것. 두 사람이 국회 입성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사실상 장애계의 대표성을 상실함은 물론, 장애계가 정체성에 큰 타격을 입은 사건이었다. 장애계 대표성이 없는 국회의원이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대변할 리는 만무하다. 양대 단체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한 때 통합을 거론하다가 없었던 일로 끝난 것 역시 장애계의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당사자단체로서 지원단체로서 서로 색깔과 입장이 다르다는 논리는 핑계일 수밖에 없다. 대의를 위한 소통과 단합은 중요하다.  
 우리나라에 국회의원 비례대표 장애인후보 공천할당제가 도입된 지 20년 동안 9명의 장애인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배출됐다. 제15대 이성재 의원을 시작으로, 제17대 정화원, 장향숙 의원, 제18대 이정선, 정하균, 박은수, 곽정숙 의원, 제19대 김정록, 최동익 의원 등이 그들이다. 9명 모두 장애인단체장 출신들이다. 이들이 발의한 법률은 모두 205개로, 그들의 의정활동을 결코 가볍게 볼 수가 없다. 이번 총선에서 사회경제적 최약자층인 장애인을 대변할 비례대표의원 입성이 물 건너 간 시점에서 손 놓고 좌절만 해서는 안 된다.지금부터라도, 장애계의 영향력을 극대화해 나갈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는 선거를 통해서 가능하다. 신뢰성 있고 현실성 있는 공약으로 소외계층을 대변해 줄 입후보자와 정당을 골라 투표하는 일이야 말로 장애계가 정치적 차별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기회임을 알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