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행 앞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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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시행 앞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한계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6.03.1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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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부터 시행될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설치를 두고 개정 장애인복지법상의 규정으로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비등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장애인 권익증진과 학대방지 내용이 담긴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중앙 및 광역자치단체에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설치·운영하게 돼 있다. 그러나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설치·운영되더라도 법적으로 단순 학대사건의 피해구제를 위한 기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결정적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계를 비롯한 학계와 전문가들은 장애인 권리옹호체계가 자리 잡으려면 독립성과 조사권을 갖춘 권리옹호기관이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과 우려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관련,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기 이전부터 줄곧 제기됐다는 점에서 졸속입법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개정된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9를 보면, ‘국가는 지역 간의 연계체계를 구축하고 장애인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설치·운영’토록 규정하고 있다. 또 ‘학대받은 장애인을 신속히 발견·보호·치료하고 장애인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특별자치도에 둔다.’고 명기했다. 그러나 개정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련 조항은 장애인권리옹호기구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내용들을 담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역할을 학대로 한정해 다양한 인권침해 문제를 다룰 수 없다. 장애인권리옹호기관 선정기준, 조사절차 및 권한 등에 관한 조항이 결여되어 있는 점도 큰 문제다. 특히 공공기관도 위탁 운영할 수 있게 함으로써 권리옹호기관이 갖춰야 할 독립성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국 P&A(Protection & Advocacy)는 조사권한과 상시적 시설접근권, 대리소송권 등을 갖고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에 신속하게 개입해 피해 장애인을 구조하고 인권침해 상황을 개선하는 법적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구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각종 인권 및 권리침해 사건에 대한 독립된 기구로서 조사권은 물론, 거주시설의 접근권, 피해자 보호와 지원, 가해자 고발과 분리 등 다양한 권익옹호 활동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P&A법률과 P&A기구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독립성과 전문성이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공공 위탁방식으로 운영하게 된다면 안정성과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인권침해 및 권리구제와 관련된 업무에 전혀 전문성이 없는 조직이나 인물이 담당할 개연성이 높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애계는 그동안 보다 체계적인 장애인 권리옹호시스템의 구축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를 가져왔다. 시혜와 동정에 기초한 장애인복지법을 폐기하고 권리와 인권보장에 기반한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도 대안 중의 하나였다. 그런 점에서, 개정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단순히 인권침해의 조사와 처리에 그칠 게 아니라 복지수급권과 일상생활의 모든 권익옹호를 지원하는 보다 폭넓은 보장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장애계의 염원과는 큰 차이가 있다.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입법과정에서 관련 단체들과 전문가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효율성을 빌미로 부실함을 알고도 무리한 입법을 추진해 온 결과이다. 이제라도 장애인 당사자를 포함해 각계 전문가 등과 심도 있는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제대로 된 장애인권리옹호체계를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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