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런 새누리당의 인권위원 지명
상태바
실망스런 새누리당의 인권위원 지명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6.02.25 09:59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위원으로 장애인 진출을 갈망해오던 장애계의 숙원이 이번에도 좌절됐다. 새누리당이 공석이 된 인권위원 자리에 장애인을 추천해달라는 장애계의 요구를 보기 좋게 묵살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최근 사퇴한 여당 몫 유영하 전 상임위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후임으로 법을 어기면서까지 검사 출신 정상환 변호사를 지명했다. 이로써 정상환 지명자는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 임명되는 절차만 남겼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새누리당에 장애인의 완전한 평등권 확보를 위해 장애인 당사자를 인권위원으로 선출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었다. 인권위의 전체 진정건수에서 장애인차별 사건이 절반 이상 차지한 점을 볼 때 장애감수성을 지닌 장애인 당사자가 인권위원으로 선출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새누리당은 들은 체도 안했다. 
 국회는 그동안 3명의 장애인 당사자 인권위원을 선출했다. 이들은 모두 야당 몫으로 추천돼 뽑힌 인권위원들이다. 그러나 작년 3월 장명숙 인권위원의 임기가 만료한 뒤 인권위에 장애인을 대변할 수 있는 장애인 인권위원은 현재 한 명도 없다. ?지난해 8월 임기 만료된 비상임위원 후임으로 야당 몫의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공동대표가 추천됐으나 새누리당이 통합진보당 경력을 문제 삼아 국회본회의 통과를 부결시켰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새누리당이 이번에는 ‘위원은 특정 성(性)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인권위법(5조 7항)마저 위반하며 남성인 정상환 변호사를 후보자로 지명함으로써 남성 비율이 1/6을 초과한 것이다. 개정된 법률상 11명의 인권위원 중에 여성 인권위원은 최소 5명이 되어야 하지만, 2016년 2월 현재 총 4명뿐이고 나머지가 남성들이다.
 게다가 인권위는 사실상 장애인문제의 진정해결을 위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권문제 중에서도 장애인차별과 관련된 진정해결이 주된 업무가 됐다. 실제로 지난 2012년 1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인권위에 진정된 장애인차별 사건은 전체 사건의 54.7%나 됐다. 이런 이유로 장애계가 장애인 당사자의 필요성을 줄기차게 주장해왔지만 집권여당과 정부는 번번이 이를 묵살해왔다. 특히, 2014년 기준 인권위에 접수된 장애인차별 진정사건은 2007년과 비교해 4배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진정사건이 종결되기까지는 평균 142일이나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도 지난해 8월 취임한 이성호 위원장의 말을 빌리자면 “정부는 오히려 인권위의 인력을 줄이려고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 보니 충원이 더뎌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인권위는 전임 현병철 위원장 체제 하에서부터 6년간 인권 암흑기를 맞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4년부터 세 차례나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등급심사에서 등급판정을 보류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인권위원 선출의 투명성과 다양성, 시민사회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국회가 오는 5월 ICC 등급심사를 앞두고 서둘러 인권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ICC 권고의 핵심인 인권위원 선출과정에서의 시민사회 참여가 전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선출해야 한다’는 인권위법 규정을 보더라도 이번 새누리당의 후보 지명은 철회돼야 마땅하다. 특히 인권문제의 피해자가 주로 소수자와 약자들이라는 점을 놓고 볼 때 이들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인권위원을 선출·지명해야 함은 당연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