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비례대표 축소’ 합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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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비례대표 축소’ 합의인가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6.02.1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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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ㆍ13 총선을 코앞에 놔두고 여·야 정치권이 밥그릇 싸움으로 선거구 획정조차 처리하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구는 늘리고 비례대표는 줄이는 내용의 획정안 합의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와 소수정당을 비롯한 장애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20대 국회의원 정수를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으로 잠정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역구수가 현행 246석보다 7석 늘어나지만 비례대표의석은 7석이나 대폭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수개월 동안 쟁점이 되어왔던 선거구 획정안을 둘러싼 논란끝에 결국, 비례대표 축소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례대표제도의 취지가 소수집단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양당의 비례대표 축소 합의는 정치개혁을 향한 국민의 열망을 저버리는 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특히, 선거구 재획정을 앞두고 다양한 계층의 정치참여를 보장하고 득표와 의석배분 비율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비례대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는 점에서 양당의 합의는 배신과 다를 바 없다. 이번 선거구 획정안은 비례대표 의석을 획기적으로 늘려도 모자랄 판에 지역대표성 확보로 포장한 양당 기득권 지키기일 뿐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소수의 소외계층은 더 소외되고 기득권만 더 강화될 뿐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정당들은 이번 양당 합의에 대해 ‘기득권 짬짜미’, ‘선거제도 개악 야합’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장애계의 반발 역시 거세다. 비례대표 축소는 “소수자들의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는 비례대표 확대를 기대했던 장애계를 비롯한 소외계층에게 참담함만을 가져다 줄 뿐”이라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 실시된 제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되었다. 이후 1973년 제9대 때 폐지됐다가, 1981년 제11대 총선에서 재도입돼 국회의원 후보자 개인에게만 투표하던 것을, 지지하는 정당에도 따로 투표할 수 있도록 2002년 선거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2004년 4ㆍ15 총선부터 1인 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다. 장애인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제15대부터 제19대까지 9명이 선출됐다. 비례대표제는 군소정당의 난립을 초래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사표(死票)를 방지하고 소수에게 의회진출의 기회를 줌으로써 정당정치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장점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채택돼왔다. 지역구 의원의 비전문성과 지역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정당간 정책대결의 장을 만드는 순기능적인 역할이 필요해서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은, 소수정당들의 주장은 물론 “사회적 약자 그룹의 세력화가 미약한 상태에서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가 도입되어야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에 장애인 등 소수자가 진입할 수 있다.”는 장애계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현재 전체 인구수 대비 등록 장애인의 비율이 5%를 넘은 상황에서 19대 국회 중 장애계 비례대표 국회의원수는 전체 1%도 못 미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지방자치제 실시로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보다 직능 대표성이 더 요구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돼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소외계층을 대변하려면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는 것은 당연하다. 장애계가 주장하는 장애인 비례대표 할당제 도입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 국회가 소외계층 등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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