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건강권 보장의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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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건강권 보장의 전제조건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5.12.1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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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의 건강증진을 위한 사업과 지원 등을 규정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지난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정된 법은 장애인 건강관리사업과 건강보건연구사업, 건강보건통계사업 등의 시행, 장애인의 의료기관 등 접근성 보장 및 의료기관 등의 이용편의를 위한 편의시설 제공, 장애인보건의료센터 및 장애인건강관리사업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법에는 5년마다 장애인 건강보건관리종합계획 수립과 중증장애인 대상 주치의제도 시행도 포함돼 있다. 이 법의 제정은 중구난방인 장애인의 건강보건관리를 위한 사업 및 지원 등에 관한 사항을 종합적 체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늦게나마 장애인 건강권과 의료접근성 보장의 근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인구의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각종 사고와 재해 등으로 장애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장애인의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장애의 관리와 치료 등을 위한 사회적 부담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2002년 113만 명이던 등록장애인이 2013년 250만 명으로 121%로 증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 장애인의 77.2%가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비장애인 가구가 월평균 소득(324만원)의 3.4%(11만원)를 의료비로 지출한데 비해 장애인 가구는 월평균 소득(115만원)의 20.7%(24만원)를 지출해 의료비 부담이 크다.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체 가구(330만원) 월평균 소득의 55.1%인 181만9000원(2008년 기준)에 불과해 장애인은 건강권 보장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여러 면에서 건강에 취약하다. 장애인의 경우 경제적인 문제 외에도 일차적으로 의사소통의 어려움, 이동의 불편함, 비장애인 중심의 건강검진 프로그램, 장애인 건강관리를 위한 의료체계 미흡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차적 장애와 합병증 발생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건강 문제는 개인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환경적인 여러 요인들의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장애인의 경우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이 비장애인에 비하여 열악한 편이다. 상대적으로 의료보장에 대한 욕구가 클 수밖에 없다.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 의료보장에 대한 욕구가 32.8%로 소득보장에 대한 욕구 38.5%에 이어 두 번째란 점에서도 입증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장애특성을 고려한 진료나 공공의료정책 등 장애인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인식조차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법률 제정은 그래서 장애인의 건강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필수 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인식마저 왜곡된 현실에서 장애인의 건강권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법률 제정은 장애인 건강권 보장의 첫발일 뿐이다. 이번 법률에는, ‘건강권’이란 질병 예방, 치료 및 재활, 영양개선, 재활운동, 보건교육 및 건강생활의 실천 등에 관한 제반 여건의 조성을 통하여 최선의 건강상태를 유지할 권리를 말하며, 보건과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를 포함한다고 정의돼 있다. 이대로 건강권이 보장된다면야 얼마나 좋겠는가. 사회보장사업 정비에 목을 매고 있는 현 정부에선 기대할 수 없는 장밋빛 환상일지 모른다. 뜬구름 잡기가 되지 않으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산 넘어 산이다. 문제는, 전제 조건이 재원확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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