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교부세 빌미 지자체 복지마저 흔들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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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교부세 빌미 지자체 복지마저 흔들려는가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5.10.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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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복지재정 효율화를 명분으로 추진 중인 ‘지자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추진 정책’이 점입가경이다. 정부가 사전 협의 없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ㆍ변경한 지방자치단체에게 지방교부세를 삭감하기로 한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이 같은 내용의 지방교부세법 시행령ㆍ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9월 30일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감액요청 주체를 감사원, 정부합동감사에서 국고보조사업을 추진하는 각 부처로 확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사회보장제도 신설ㆍ변경 시 협의의무 위반을 감액대상에 추가했다는 것이다. 지방재정법에서 정하고 있는 출자·출연 제한을 위반하여 지출하거나 지방보조금 지원 규정을 위반하여 예산을 지출한 경우에도 지방교부세 감액 대상에 포함시켰다. 정부가 지방교부세를 빌미로 지자체의 복지사업을 좌지우지하겠다는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의 이번 입법 예고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다름 아닌 ‘지자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추진 정책’의 ‘완결편’인 셈이다. 소위 ‘박심’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부터 국무회의를 통해 수차례 ‘사회복지 관련 유사·중복사업을 정비’하라는 지시를 함으로써 사회복지 유사·중복사업 통·폐합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충직한 복지부는 지난 6월 ‘신설·변경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제도의 이행력 확보방안’을 수립해 협의를 거치지 않고 사회보장사업을 신설·변경하거나 사회보장위원회의 조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지자체에게는 평가 등에 성과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를 통해 지자체를 예산으로 압박하겠다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사실상, 지역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스스로 복지제도를 신설하거나 복지재원을 증액할 수 없도록 지자체의 자율권을 강탈한 것이다. 
 예정된 수순에 따라, 정부는 ‘복지예산 3조원 절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복지재정 효율화 칼날을 다각도로 휘두르고 있다. 중앙정부와의 협의를 이유로 지자체의 24시간 중증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시범사업을 보류시킨데 이어 중앙정부 사업과 통폐합하라는 감사원 지시와 함께 내년 예산편성까지 통제하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내년도 장애인 관련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정부의 지자체 사회보장사업 중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방침에 따라 정비대상 162개 사업에 내년도 예산에 편성이 안 된 삭감예산만 1,330억 원에 달하고 전국적으로 내년도 장애인 관련 예산이 1239억9600만원이나 삭감될 예정이다. ‘내년도 장애인사업을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는 우려의 소리가 나올 만하다.
 일련의 정부의 행태는, ‘건전한 재정을 운용하라는 취지에서 복지제도 신설시 복지부와의 협의가 의무화된 만큼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일정한 패널티를 주겠다는 차원’이라는 정부 측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후퇴시키는 조치라는 반발이 나올 소지가 다분하다. 1951년 도입된 지방교부세란 지방자치단체 간의 재정력 균형을 위해 중앙정부가 국세 수입 중에서 일정한 비율로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는 재원을 말한다.  말 그대로 지방교부세는 지자체 간 재정차이를 고려해 배분해야 하는데도 중앙정부가 지자체 통제수단으로 악용하려들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돈줄을 움켜쥐고 복지까지 일일이 간섭하려들면 지방자치는 더 이상 지방자치가 아니다. 정부의 효율적인 복지재정 운용을 탓할 이유는 없다. 정부가 취약계층의 생계가 달린 사회보장사업 구조조정을 빌미로 꼼수를 부리려는 다른 의도가 있지나 않은지 심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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