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떡’인 장애인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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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떡’인 장애인 해외여행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5.05.08 09:59
  • 수정 2015-05-08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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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해외여행이 이웃집 드나들 듯 일상화된 지 오래다. 해가 갈수록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국민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5월 1일 근로자의 날부터 5일 어린이날까지 최대 닷새간의 황금연휴를 맞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해외여행객들로 붐볐다. 특히 단기방학이 더해지면서 가족단위 여행객이 늘었다고 한다. 국토부는 이번 연휴기간 동안 해외여행객이 45만명에 달하고 가정의 달을 맞은 이달 중순까지는 200만여 명이 공항을 이용해 해외로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를 보면 지난해 1400여만명이 해외에 나갔다. 그런데 이런 해외여행객 중에 장애인의 수는 얼마나 될까. 장애인 10명 중 9명은 해외여행을 원하지만 실제로는 장애인 10명 중 1.5명 정도만 해외여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장애인은 해외여행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 설문조사 결과 혼자 이동이 가능한 장애인 10명 중 3명은 지난 3년 동안 국내 여행 경험이 전혀 없었고 해외여행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혼자 이동이 가능한 장애인 2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조사 결과,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는 장애인의 비율은 88.7%였지만 실제로 최근 3년 내 해외여행을 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15.7%에 그쳤다. 이는 일반 국민의 지난해 해외여행 비율 49%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또 국내여행을 해봤다는 장애인은 72%였지만, 여행 여건에 불편을 느낀다는 장애인이 87%로 대부분이었다. 불편원인으로 국내여행은 장애인 이동 편의시설 부족(74.1%)을, 해외여행은 비싼 여행비용(65.0%)을 꼽았다. 특히 국내(44.8%)와 해외(54.7%) 모두 ‘장애인에게 편리한 여행상품 부재’라는 응답이 많았다.

지난해 국민 절반은 해외여행을 해봤지만 장애인들에게 여행 문턱은 여전히 높다. 이유는 국내여행의 경우, 무엇보다도 이동시설이 마땅치 않다는 데에 있다. 현재 운행 중인 고속버스에는 휠체어 승강기가 갖춰져 있지 않고 통로도 좁아 휠체어 장애인은 사실상 이용을 할 수 없어 국내 여행 또한 불가능하다. 장애계는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시설을 시외버스와 고속버스에 갖추거나 저상형 버스로 교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해외여행 역시 이동시 항공기 탑승부터 문제다. 장애인의 80.8%가 편리하고 장애 없는 별도의 장애인 여행상품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해외여행 송출 실적 상위 15개 국내 종합여행사 가운데 장애인 대상 여행상품을 기획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여행사 입장에서 실버상품은 내놓으면서 장애인은 아예 고객 축에도 들지 못했다.

이는 여행사만 탓할 일이 아니다. 과연 정부에서는 장애인들의 국내외 여행객 통계나 수요조사조차 제대로 내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가 이런 통계마저 내놓지 못하니까 민간 여행사가 장애인을 고객으로 한 여행상품을 알아서 내놓을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2013년 8월 총회 이후 ‘모두를 위한 접근 가능한 관광(Accessible Tourism For All)’을 선언하고 장애인의 무장애 여행(Barrier-Free Tour)의 실천을 권고했으나 우리나라 장애인의 여행현실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장애인 여행실태에 대한 기초조사를 비롯해 장애인 여행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수립을 위한 별도 연구기구를 설치해 무장애 여행환경을 통한 장애인 여행 대중화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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