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슬픈 ‘장애인의 날’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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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슬픈 ‘장애인의 날’은 없기를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5.04.2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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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이면 어김없이 곳곳에서 장애인을 위한 행사가 열리고 각종 매스컴은 장애인을 위한 특집기사를 편성하거나 편집해 내보내기 일쑤다. 단체나 매스컴들은 마치 이 행사 대열에 끼지 않으면 부도덕한 집단으로 비난받기라도 하는 양 생색내기 하는 모양새다. 그런 장애인의 달 4월이 올해도 아무 일 없이 넘어가나 싶었다. 지난 2월, 처음 본지에서 사건을 기사화하면서도 한편으론 오보이기를 바랐다. 그런 바람이 4월 경찰 발표로 여지없이 깨졌다. 인천의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인 ‘해바라기’에서 일어난 지적장애인 의문사 사건 얘기다. 장애인의 날인 20일, 전국에서 기념행사가 진행될 그 시간에 서울 보신각 앞에서는 그의 장례식이 사망 83일 만에 열렸다. 그런데 경찰 조사에서도 희생자를 상습 폭행한 사실은 확인했으면서도 사망에 이르게 한 경막하 출혈 발생원인은 아직 밝히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 역시 CCTV가 아니었다면 폭행사실마저도 감춰질 뻔했다. 폭행의심 신고를 받은 인천중부경찰서는 시설 내 CCTV 영상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복원을 의뢰한 결과, 시설 내 생활재활교사들의 폭행의심 장면들을 확보하고 폭행 여부를 추궁한 끝에 사건발생 110일 만인 지난 13일 사망피해자를 비롯한 9명의 장애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9명의 전·현직 재활교사를 불구속 입건한 것. 하지만 사망에 이르게 한 경막하 출혈이 폭행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그래도 단순한 시설 내 사고로 인한 죽음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많은 의문이 해소되진 않는다. 작년 9월부터 잦은 타박상과 찢어진 상처로 병원에서 수차례 치료를 받았는데도 가족과는 연락 한 번 없었는지 의아하다. 폭행이 없었다는 해명과 달리 경찰에 의해 폭행사실이 드러난 건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이 사건은 지난 12월 25일 당초 해바라기시설에서 거주하던 중증지적장애인이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된 지 35일 만인 지난 1월 28일 사망하면서 사회문제화 됐다. 도대체 어떻게 넘어졌으면 허벅지 안과 겨드랑이 쪽에서 피멍이 발견됐느냐는 의혹이 단초였다. 가족의 폭행의혹 제기에 대해 시설측은 단순히 넘어져서 생긴 상처라고 해명했지만 경찰 조사결과 시설측의 해명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결과 사인을 경막하 출혈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했다. 유가족과 장애인단체 등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의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등 끈질긴 노력 결과 단순 사망으로 묻힐 뻔한 사건이 ‘적어도 폭행사건이 있었다’는 사실만이라도 밝히게 된 것.

이 사건은 더 이상의 증거가 추가되지 않는 한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을 수도 있다. 경찰이 사건 수사에 최선을 다했는지도 의문이다. 다른 죽음도 아닌 개인 차원의 방어능력과 인지능력이 부족한 중증장애인이 의문사한 민감한 사안임에도 국과수 부검결과와 CCTV 분석에만 매달렸을 뿐 사망원인을 밝히지 못한 것도 부실수사란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당사자들은 관리와 훈육 차원에서 물리력이 불가피했다고는 하지만 중증장애인들을 보살펴야 할 복지시설에서 어떠한 폭행도 용납될 수 없는 문제다. 몇몇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 대다수의 사회복지종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관리감독을 해야 할 관계당국은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재발방지와 응분의 행정조치를 약속하지만 실효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이번 사건으로 장애인거주시설 내 CCTV 설치 의무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인천시 장애인복지정책 책임자의 의지이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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