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재정 효율화, ‘복지축소’ 꼼수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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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재정 효율화, ‘복지축소’ 꼼수를 경계한다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5.04.1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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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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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 정책으로 자승자박 하더니 이래저래 세수부족에 따른 재정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급기야 4월 1일 이완구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복지재정 효율화’를 추진하겠다는 낡을 카드를 또 다시 꺼내 든 것이다. 복지재정 누수를 차단하고 부정수급자를 근절하고 중복․유사사업을 통합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1조8천억, 지방재정과 교육재정에서 1조3천억 등 총 3조원 이상의 재정을 절감하겠다는 내용이다. 복지 예산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현시점에서 복지재정의 효율화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증세와 복지 논쟁에 밀려 빼든 복지재정의 지출축소를 위한 꼼수 정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복지재정 효율화를 명분으로 지방정부 사업이 축소되고 취약계층의 복지 사각지대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우려는 당장 현실이 될 조짐이다. 인천시가 3월부터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시범사업을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복지부에 의해 ‘잠정 보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미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신설·변경되는 복지서비스에 대해 중앙정부와 협의 의무화를 규정한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대상자 선정기준 등을 논의 중’임을 이유로 들었지만 본심은 따로 있었던 것. 지난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지자체가 최중증장애인에게 24시간 활동보조를 제공하겠다면 지원할 수 있도록 복지부에서 승인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문형표 복지부장관은 ‘현재 복지부 방침은 응급안전서비스로 보완하게 되어 있다. 활동지원은 이 사업과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중복이란 이유로 최중증장애인 생존권에 칼날을 겨눈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2013년 2월 출범하자마자 ‘복지행정개혁방안’을 통해 유사중복 사업 정비와 정보시스템 보완 구축으로 5년간 10조5000억 원을 절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뿐인가. ‘복지사업 부정수급 제도개선 종합대책’을 내놨는가 하면 ‘정부합동복지부정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하기도 했다. 효과가 있었다면 다시 칼을 빼 들었을까. 그런데도 무슨 꿍꿍이인지 또 다시 ‘복지재정 효율화’라는 녹슨 칼을 빼 들었다. 급기야 내년 예산안 편성지침을 통해 복지분야 지출을 구조조정한다는 방침까지 내놨다. 기재부가 밝힌 예산안 지침대로 부처별 보조금 사업을 추가로 줄인다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가장 취약한 계층인 노인․아동․장애인 등의 직접적인 복지와 관련된 사업부터 정부가 손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보도된 것을 보면 취약계층의 걱정은 괜한 것이 아닌 듯하다.

복지지출을 절감하겠다는 복지 구조조정이 자칫 무리한 복지 축소로 이어질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회안전망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장애애인들의 잇따른 사망사건에서 보아왔다. 유사·중복 복지사업 정비도 중요하지만 24시간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도움이 필요한 최중증장애인의 생존권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 정부가 부정수급자를 적발한다는 이유로 수급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송파 세 모녀’와 같은 비극은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부정수급자를 적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원이 절실한 사람들이 정작 긴급구호를 받지 못해 극단으로 내몰리는 일을 막는 것은 더 중요하다. 정부가 부정수급을 걸러내는 일은 당연한 임무지만 정작 비리와 횡령과 같은 더 큰 세금도둑을 간과하는 우를 범하면서까지 무리한 효율화로 사회적 약자들이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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