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법 제정,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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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법 제정, 이제부터 시작이다
  • 임우진 편집국장
  • 승인 2014.05.12 10:22
  • 수정 2014-05-12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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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과 다른 장애인과의 형평성 논란에 가로막혀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장애인부모들의 애를 태웠던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처음 발의된 지 2년여 만에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은 법안 명칭이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이 아닌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다. ‘지원’보다는 ‘권리보장’을 우선으로 한 것이다. 법률안 내용도 발달장애인에 대한 구체적인 ‘소득보장’은 명시되지 않았다. 그 대신 형사․사법절차상 권리보장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와 국회가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발달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소득보장 방안 대신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유기와 학대 등 범죄 방지를 주요 골자로 하는 내용의 법률을 만들어 입막음한 것이다.

그 때문에 발달장애인법안은 많은 내용들이 예산 문제로 빠졌고 소득보장 문제가 담보되지 않아 실속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법안 제28조 ‘소득보장’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발달장애인이 적정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장애인연금제도 등 관련 장애인 복지제도의 개선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해 기존 법에 책임을 떠넘김으로써 그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했다. 장애계 의견을 반영해 발의된 법안에서 소득보장과 관련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표준소득보장금액으로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발달장애인의 개인소득 수준 등을 고려하여 개인별 소득보장금액을 책정하고 이를 발달장애인에게 매월 지급하여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소득보장에 힘을 실었던 법안과는 큰 차이가 있다. 결국 ‘많은 예산이 든다’는 이유로 알맹이는 빼고 빈껍데기뿐인 법안이 된 셈이다.

모든 장애인이 그렇지만 발달장애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득보장이다. 2011년 발달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발달장애인의 취업률은 16.5% 정도다. 월평균 급여는 40만1600원에 불과하다. 발달장애인은 전체 15개 장애유형 중 임금은 가장 낮고 근속기간도 가장 짧다. 발달장애인 보호자의 44.3%는 ‘보호하고 있는 장애인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적이 있다’고 답했다. 47%는 경제활동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발달장애인들의 취업률이 16.5%에 지나지 않고 30.7%가 기초수급자라는 점만 봐도 소득보장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생활고 때문에 얼마나 많은 발달장애아 가족이 죽어나갔는지 잊었는가. 소득보장 문제가 이토록 절박한데도 이번 법률안에서는 이를 외면했다.

법의 실효성이 우려되는 점은 또 있다. 법률안 시행을 위해 향후 5년간 겨우 약 4000억 원을 책정해 놓았다. 19대 국회 1호 법안의 경우,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나온 비용 추계를 보면 5년 동안 약 13조2000억 원이 필요하고 매년 2조1천억~3조2천억 원이 든다는 예산규모와 비교하더라도 너무 차이가 크다. 당시 비용 추계가 부풀려졌다는 장애인단체 등의 주장을 감안하더라도 국회와 정부의 정책집행 의지를 짐작케 한다. 발달장애인법안은 정부로 이송돼 공포된 뒤 1년 6개월 이후부터 법적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법 제정은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권익보호를 위한 첫발임에는 틀림이 없다. 법을 근거로 발달장애인들의 권리보장과 지원을 위해 얼마나 탄탄한 사회안전망을 만들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남은 과제이다. 그래서 하위 범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도 따져봐야 하고 소득보장을 위한 법률 손질에도 끈임 없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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