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지키지 못하는 인권위가 국민인권 수호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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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지키지 못하는 인권위가 국민인권 수호라니
  • 임우진 편집국장
  • 승인 2014.04.1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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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정기 등급심사에서 ‘등급 결정 연기’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라 망신을 시킨 현병철 위원장은 사퇴하라’는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다. ‘등급 결정 연기’는 2009년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가 정권 하수기관으로 전락했다는 국내 비판을 넘어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그동안 ICC로부터 최고인 A등급을 받고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ICC 부의장국을 수임하기도 했던 한국 인권위가 이처럼 추락해 국제적 망신거리가 된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준국제·준사법적인 인권전담기구로서 입법, 행정, 사법부로부터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할 인권위가 정권유지에 반하는 사안이라면 어떤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요청일지라도 철저히 거부해온 결과인 것이다.
인권위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는 2009년 7월 현병철 위원장을 낙하산 임명한 이명박 정권의 오기인사에서 비롯됐다. 현병철 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아들 병역 특혜 등 각종 의혹에 비전문가란 자격논란을 빚었다. 재임기간에도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등에 침묵해왔으며, 독단적 인사로 내부 반발과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의 독선적 행태로 인해 상임위원들과 비상임위원이 줄줄이 사퇴했다. 게다가 인권위 축소 찬성 의견과 ‘인권위가 행정부 소속’이라며 독립성을 저해하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라 인권위가 위촉한 전문ㆍ자문ㆍ상담위원 등 61명이 집단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 결과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각계각층의 비판이 끊이질 않았지만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은 한 술 더 떠 그를 유임시킴으로써 인권위를 ‘식물기구’로 전락시켰다.
인권위는 이번 판정에 대해 한국의 인권 상황이나 인권위 활동과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변명하지만 이는 소가 웃을 일이다. 인권위는 유력시되던 ICC 의장국 진출을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2009년 아시아인권위원회(AHRC)가 ICC에 서한을 보내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신용을 잃었다.”며 인권위의 등급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게까지 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인권과 무관한 인물을 공적인 논의도 없이 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파리원칙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은 인권위의 변명을 무색하게 한다. 국제엠네스티 역시 2010년 11월 “주요 인권 문제에 대한 침묵과 인권위원·전문가 사퇴, 정치적 의도에 따른 상임위원 임명 등으로 인권위 독립성과 권위가 떨어졌다.”고 지적한 사실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인권위에 접수되는 인권침해와 차별 진정건수는 지난해 1만 건을 넘어서 1인당 한 해에 새로 맡은 사건이 평균 118건이다. 지난해 기준 최근 5년간 접수된 인권침해 진정 중 인권위가 실제 구제조치를 한 건수는 2만9582건 중 1469건으로 5%에 불과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차별시정기구로서 인권위 역할은 더 커지고 있지만 인원·조직은 축소됐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2008년 4월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장애인 차별 관련 진정건수는 6540건, 월평균 95.2건으로 법률 시행 이전 월평균 8.5건에 비해 11배가량 증가했다. 월평균 95건에 달하는 장애인 차별 진정을 직원 5명이 처리하는 등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장애인 차별이 차지하는 비율도 15.3%에서 53.1%로 크게 늘었지만 인권위에 장애인 분야만을 전담하는 위원조차 없다. 인권위의 이런 총체적 문제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비정상적인 현병철 위원장 체제의 해체에서부터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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