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가족, 더 이상 사지로 내모는 일은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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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가족, 더 이상 사지로 내모는 일은 없어야
  • 임우진 편집국장
  • 승인 2014.03.2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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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네 살짜리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어머니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지 열하루만인 지난 13일 광주광역시에서 다섯 살짜리 발달장애아 일가족이 또다시 생을 포기했다. “아들이 발달장애로 아빠, 엄마도 알아보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가족에게 미안하다.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을 치료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는 유서는 발달장애 가족의 어려운 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뿐인가. 지난해 11월에도 발달장애 아들을 둔 40대 가장이 “이 땅에서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건 너무 힘든 것 같다”는 유서를 남기고 아들을 살해한 뒤 목을 매 숨졌다. 정부와 국회가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미루면서 발생한 연쇄자살 사건들이다. 정부와 국회 모두 연쇄자살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이다.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꺾인 이들의 부모들은 이 땅에 살아가는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당사자가 아니면 아무도 알 수 없는 고통을 매일 겪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단지 조금 늦는 아이라고만 생각하다가 막상 장애확진 판정을 받는 순간 자신이 장애인 부모라는 생각에 자기 삶도 없어지리라는 절망에 빠졌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죽을 때까지 수십 년을 꼼짝하지 않고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보다 하루 더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일 것이다. 부모들은 장애아를 돌보느라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생계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을 것이다. 발달장애인 가정의 45%가 최저생계비도 벌지 못하는 기초생활수급 가정이란다. 오죽했으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겠는가.
장애인 중에서도 숫자가 적어 ‘장애 사각지대’로 불리는 발달장애인은 2012년 파악된 수만 19만여 명에 이른다. 가족을 포함하면 70만여 명이 발달장애와 싸우고 있는 셈이다. 이들 가정은 장애아를 위해 연평균 2000만 원의 부양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발달장애인 가족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전무하다.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요구에 따른 총체적 서비스 지원체계가 없다. 어디를 찾아가고 어떤 서비스를 받아야 할지 부모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고 해결해야 한다.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은 발달장애인 가족임에도 장애인 부모는 장애인이 아니라서 가족지원과 같은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발달장애인 문제는 장애인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이자 사회문제인데도 정부와 사회는 발달장애인 가족에게 인색하다.
그런 발달장애인 가정을 보호하기 위해 장애계는 수년 전부터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을 촉구해왔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집권 이후 19대 국회 제1호 법안이라던 호칭이 무색하게 발달장애인법은 2년 가까이 국회 서랍속에 처박혀 있다. 정부나 국회가 내세우는 이유는 예산과 형평성 탓이다. 국회는 다른 중증장애인과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논의조차 안한다. 보건복지부는 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예산 타령만 한다. 올해 복지부 예산에서도 발달장애인법 관련 예산은 찾아볼 수 없다. 정부가 발달장애인법 제정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이유이다. 그런 와중에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광주의 발달장애아 가족 자살사건을 언급하며 “중증장애로 인한 재활과 치료 부담은 평범한 가정에게 경제적, 심리적으로 큰 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심각성을 알고 있다면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미룰 일이 아니다. 정부의 조치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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