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의 비극 부른 ‘비정상의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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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모녀의 비극 부른 ‘비정상의 정상화’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4.03.1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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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회 취약계층의 자살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 반지하방에 세들어 살던 세 모녀가 생활고를 비관해 동반자살한 데 이어 울산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40대 남성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얻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북 익산에서는 생활고를 비관한 30대 여성이 아들딸과 함께 연탄가스로 자살을 시도해 아들이 숨졌다. 잇따른 비극은 우리 사회 빈곤층의 현실과 복지수준을 대변해준다. 세 모녀의 비극적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회안전망 미비에 따른 ‘사회적 타살’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누리꾼들의 글들이 이어졌다. 특히 이 사건은 성실성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우리 사회 절대빈곤의 절벽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정부의 복지사각지대 해소대책에도 불구하고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드러낸 사건이다.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의 불편한 진실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세 모녀가 생활고로 자살하는 가슴 아픈 사건이 일어났다.”며, “이들이 기초수급자 신청을 했거나 관할구청에서 알았다면 여러 지원을 받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정말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 말대로 과연 지원을 받을 수 있었을까. 세 모녀가 주민센터를 찾아갔다고 해도 아픈 큰딸을 포함해 두 명의 젊은 딸이 있어 근로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6개월만 지원되는 긴급복지지원제도마저 지원법상의 지원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3월 한 달간 복지사각지대 일제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일이 터질 때마다 부산을 떠는 뒷북 대응이 이번에는 또 얼마나 지속될지 씁쓸하다.
2003년 여름 인천에서 30대 어머니가 14층 아파트에서 아이 둘을 먼저 던지고 다른 아이 하나를 안고 투신했다. 남편의 부도와 실직, 카드빚과 은행대출 등의 생활고에 꺾인 것. 사회적인 파장이 컸다. 언론 보도가 이어졌고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2012년 11월 인천에서 40대 독신인 딸과 고혈압·중풍을 앓는 70대 어머니가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모녀를 벼랑으로 몰아간 것은 월세와 병마였다. 같은 해 겨울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한 할머니와 손자가 촛불로 생활하다가 화재로 사망했다. 2010년 자신 때문에 장애를 가진 아들이 기초수급자가 되지 못해 자살을 선택한 가난한 50대 아버지도 있었다. 모두가 복지제도에서 소외된 이들의 비극적인 죽음이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대책을 내놨지만 땜질에 그쳤고 효과는 그때 뿐 비극의 일상은 반복되고 있다.
국가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실업, 빈곤, 질병, 재해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바로 생활고의 해결을 위해 제도적으로 국민의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다. 그런데도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 제도가 제대로 국민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4000달러라는 나라에서 생활고로 자살이 속출하는 것은 비정상이다. 박 대통령은 말로는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라면서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부정수급을 찾아내고 예산을 절감하라’고 지시해 부정수급자 색출에 더 혈안이 돼 있다. 박 대통령이 부르짖는 ‘비정상의 정상화’란 부의 쏠림현상을 바로잡고 국민 누구나 생활고 없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때에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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