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그릇된 ‘빈곤의 함정’ 해소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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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그릇된 ‘빈곤의 함정’ 해소 정책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4.03.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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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를 비롯한 국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생활영역별 맞춤형 급여체계 구축’과 ‘일을 통한 빈곤탈출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 중 반드시 통과를 시키겠다는 입장인 가운데 밝힌 복지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이 매우 당혹스럽다. 지난 11일 보건복지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문형표 장관은 “일하지 않고 기존 복지제도 안에 안주하길 바라는 ‘빈곤의 함정'을 해소하기 위해 기초생활수급자의 소득공제제도 등을 개선하는 방안을 금년 중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기초생활수급자 중 자활사업 참여자에 한해 자활소득의 30%를 소득액에서 공제하고 있는 제도를 활성화해 일하는 저소득층의 안정적 소득보장과 근로유인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는 내용이다.
복지부의 보고내용을 뜯어보면 기초생활수급자의 다수는 근로능력이 있으면서도 일하지 않고 기존 복지제도 안에 안주하길 바라는 나머지 기초생활급여를 타내 생활하려는 소위 ‘빈곤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매우 우려할만한 인식이 깔려 있다. 그래서 이들 ‘무위도식’하려는 수급자들을 자활사업에 참여하도록 ‘근로유인’을 높이기 위해 현재 자활소득의 30%를 소득액에서 공제하고 있는 소득공제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현 정부가 기초생활보장제도 제정목적을 뒤집는 이해의 결과이다. 근로능력 유무를 떠나서, 이 법은 현재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저 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갖는 사람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해 헌법에서 규정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최소한의 법적 안전장치인 셈이다.
정부가 제시한 ‘일을 통한 빈곤탈출 지원’ 방안인 ‘근로유인’책이 긍정적인 정책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이다. 해외 전문가들은 우선 ‘최소 소득보장’과 노동을 연계하는 것이 별다른 효과가 없으리라고 주장한다. 최소 소득 이하의 사람들은 막상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현실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들에게 필요한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열악한 것이다. 곧 이들 빈곤의 일정 부분은 개인적인 원인에만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적 요인들로 인해 빈곤의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는 ‘생활영역별 맞춤형 급여체계 구축’ 방안에 따라 개별적인 기준으로 급여를 지급한다면 수급자수는 늘어나겠지만 각자의 수급액은 줄어든다. 이는 기초생활급여액을 지금처럼 최저생계비로 줄 수 없으니 나머지는 각자가 알아서 일을 해 먹고 살라는 것이다.
물론 기초생활수급자가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급권 박탈 또는 수급액 감소 등을 우려해 취업을 꺼리는 경우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수급자 다수를 일하지 않고 기존 복지제도 안에 안주하길 바라는 ‘빈곤의 함정'에 갇힌 ‘비정상의 정상화’ 대상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이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초생활수급자는 135만1천명으로 전년 139만4천명보다 3% 감소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가장 많았던 2009년 156만9천명의 86% 수준이고 4년째 감소세다. 우리 사회 빈곤층은 매년 늘어나는데 기초생활수급자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부정수급자 발굴에 올인하면서도 빈곤 사각지대 해소에는 힘을 쏟지 않고 자격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오히려 빈곤층을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는 결과라는 지적이다. 국민의 생존권과 기초생활을 보장해줘야 할 정부가 할 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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