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다리 짚은 정부의 ‘복지부정수급’ 근절책
상태바
헛다리 짚은 정부의 ‘복지부정수급’ 근절책
  • 편집부
  • 승인 2014.03.03 10:27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행일 2014-02-10

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 제1호 과제’로 복지예산 부정수급 문제를 근절하겠다며 ‘정부합동복지부정신고센터’까지 만들어 가동시키고 있는 가운데 신고센터가 출범 100일 만에 100억 원 규모의 부정수급액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의 85.7%, 사회복지담당자의 74.3%가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복지서비스의 부정수급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정부가 의도된 설문조사를 통해 여론을 호도하고 반복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민 혈세를 가로챈 복지 부정수급을 엄벌하는 것은 당연하나, 정부가 정작 복지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는 빈곤층을 외면하고 적발에만 혈안이 돼 복지예산을 지급받고 있는 빈곤층이 마치 잠재적 범죄자인 양 부당하게 취급당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부의 복지예산은 전체 예산의 30%에 달하는 106조 원 규모로 아무리 완벽한 전달체계를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부정수급을 100% 막을 수는 없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부정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신고센터가 그동안 자체 조사를 통해 적발했다는 총 31건에 100억 원의 복지 부정수급액의 내용을 뜯어보면 정부가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이중 상당 부분은 사회복지시설 보조금 편취사건 15건에 3억3천여만 원, 사무장병원 등 요양급여 부당수급사건 9건에 72억원, 민간단체 보조금 유용 및 횡령사건 3건에 4억4천여만 원 등이고 기초생활비 부정수급사건은 13건에 7천여만 원에 불과하다. 복지예산이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빈곤층 당사자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전달업무를 대리하고 있는 중간단계에서 횡령, 편취 등 부당하게 가로챘다는 얘기다.
사례별로 보면, 사무장병원을 불법적으로 설립해 의료보험급여를 부당청구하거나, 물리치료사 면허 대여 후 요양급여 차등수가를 부당청구, 병실수 허위신고, 의사 1인당 하루 검진건수를 초과한 구강검진비를 부당청구했다가 적발됐다. 노인요양시설 대표가 원장과 요양보호사를 허위로 등재하거나, 시설의 식자재 비용을 부풀려 매달 일정금액을 되돌려 받고, 장애인복지관 관장이 영리기업체 대표를 겸직하면서 인건비를 부당 청구하거나, 시설운영비 보조금을 횡령하기도 했다. 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경로식당 이용자를 부풀려 운영 보조금을 부당집행하고 장애인복지관에서 이중장부 작성 및 활동보조인을 허위등록 후 부정수급했다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수급 대상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허술한 복지전달 시스템 운영과 관리감독 소홀이 낳은 결과인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 발표를 보면 마치 우리 서민사회에 각종 복지서비스의 부정수급 문제가 만연해 있으며, 수급 무자격자들이 수급대상자인 것처럼 정부기관을 속여 국민 혈세를 도둑질하고 있는 양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가 반드시 필요한 사람에게 온당하게 제공되기 위해서 부정수급과 누수는 발본색원해야 한다. 복지예산이 106조원이라지만 정작 절실하게 필요한 국민은 배제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는 2009년 156만 명에서 지난해 138만 명으로 줄었다. 형편이 나아져서가 아니라 자격심사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부양의무제도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 탈락한 극빈층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전달 시스템 자체의 문제점을 애먼 수급자에게 떠넘겨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야 부정수급 문제가 근절되겠는가. 정작 잡아야 할 대도를 놔둔 채 잡범만 잡아들여서는 곳간을 지킬 수 없는 노릇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