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위한 행진곡-인천안마수련원 졸업식을 바라보며

김경식(노을) / 시각장애인 안마사

2022-03-24     편집부

인생의 황금기에서 마주친 실명의 암흑은 탄탄대로이던 그대들의 삶을 절망의 벼랑 끝으로 휘몰아 갔습니다. 몸서리쳐지던 어둠의 일상에서 그려보는 희망은 울분 속에 삭여가는 자학의 피눈물이었습니다. 아찔한 두려움 속에 내딛는 걸음마다엔 수만 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고 곳곳에서 삐져나온 복병의 장애물들로 그대들의 온몸은 어디 하나 성한 데 없는 상처투성이가 되어갔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감염병의 현실은 서러움으로 위축된 가슴마다 두려움의 돌덩이를 하나 더 얹어놓았고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의 손길 하나 기대할 수 없는 막막한 삶의 현실은 오로지 한 길, 죽음을 향해서만 흐트러진 발길을 휘몰아 가고 있었습니다.

술잔을 비우고 눈물샘도 비웠습니다. 희망을 버리고 기백마저 버렸습니다. 그저 그렇게 넋이 빠진 빈 껍데기로 말라가던 그대들의 귓가로 어느 날 문득 재활이란 낯선 단어가 어렴풋이 빗겨 듭니다.

사랑하는 아내의 저 여린 어깨에서 나 하나의 무게만이라도 덜어낼 수 있다면. 직장과 가정을 고루 살펴야 하는 남편의 불안한 눈길에서 내 시름의 무게만이라도 덜어낼 수 있다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흰 지팡이를 휘둘러가며 ‘안마수련원’의 문가를 들어서던 그대들을 기억합니다.

실명 전 오랜 사회생활로 굳어진 삶의 방식을 바꿔보려 무던히도 애쓰던 당신들의 눈물겨운 모습이 눈앞에 선합니다. 남의 도움 없이는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었던 그대들이 서로 도와가며 세상 사는 방법을 익혀갔습니다.

이제껏 원망만으로 바라보던 세상을 향해 자립의 터전을 닦고 누군가를 위해 도움이 되는 삶을 모색해 가게 된 것입니다. 경로시설에 기거하시는 어르신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그간 배우고 익힌 안마술로 시원하게 풀어드렸습니다. 직장생활에 지친 발달장애 친구들의 피곤한 온몸을 어루만지며 그대들의 약손은 그 값진 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이제 그대들 앞엔 무한 경쟁의 냉혹한 세상만이 펼쳐져 있습니다. 두려움의 서툰 몸짓으로 뒷걸음질 쳐가든 내일을 향한 힘찬 날갯짓으로 훨훨 나래 쳐가든 선택은 이제 온전히 그대들의 몫이 된 것입니다.

부디 화려하진 않으나마 쉼 없는 날갯짓으로 넘어져도 곧바로 일어서는 지치지 않는 오뚜기가 되어 내일을 향해 전진해 가주십시오. 언제나 어디서나 진심으로 성원하는 우리 모두의 기도가 늘 그대들과 함께할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