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21세기 장애인 눈높이 맞는 판결 내놔야
모든 지하철 역사에 휠체어리프트가 아닌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며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청구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서울교통공사가 원고인 장애인들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려면 예산의 확보, 사유지 매입 및 국유지 점용 허가 등이 필요하며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관련 교통행정기관들의 협력이 필요해 피고만의 의지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환승구간 등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은 역사가 24개에 달하고 피고와 서울시가 이러한 역사들을 포함해 지하철 전체 역사에 대한 이동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종합적 검토와 추진계획 등을 수립 중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비춰볼 때, 법원이 교통사업자인 피고에게 적극적인 구제명령을 하는 것은 차별행위의 시정을 위한 적합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판결과 같이 기각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이 시행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법원의 구제조치 판례는 14건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판례가 부족한 이유는 뭘까? 법원의 입장에서 장차법 제48조 상의 구제조치를 명하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장차법상 구제조치를 신청하는 문제 상황들은 대부분 구제조치를 명령하면 반대 당사자, 제3자의 권리 이해관계가 축소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토론회에서 만난 판사들의 주장이다.
최근 법원은 전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 차별구제소송뿐만 아니라 중증장애인의 비밀투표의 자유를 침해한 공직선거법 157조 3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기각해 장애인들을 잇따라 실망시켰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법원은 눈을 가린 채 서 있는 법의 여신상을 한 번 더 보고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의 편에 몇 걸음 이동한 판결을 내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