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대한 개인단위의 기초소득보장제도의 확충이 필요하다

이상은 /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2019-05-24     편집부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하여 소득획득 능력의 제약으로 인해서 빈곤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장애인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는 장애인 개인의 차원에서 해소되기는 어려운 문제이므로 사회적 차원에서의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 빈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최후의 안전망으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존재한다. 그런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경우에는 부양의무자 기준과 엄격한 재산기준으로 인하여 장애인들의 빈곤문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들의 입장에서 일차적인 제도개혁 요구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상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것에 집중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요구를 반영하여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노인과 장애인에 대해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0년부터 폐지해야 한다는 노사정의 합의된 권고안을 발표하였다. 이와 같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를 향한 단계적 조치들은 장애인 빈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진보이다. 

 
 하지만 장애인 빈곤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만으로는 너무 제한적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본적으로 가구단위의 보장제도이다. 가구단위의 보장제도에서는 장애인 개인의 소득과 재산에 따라 수급자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같이 살고 있는 가구원들을 포함한 가구원 전체의 소득과 재산을 평가하여 수급자를 지정한다. 그래서 장애인은 자신의 경제적 능력이 아니라, 누구와 같이 살고 있는가에 따라 수급자 지정 여부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 부모나 자녀 또는 형제 등과 같이 사는 경우 장애인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격은 같이 사는 모든 사람들의 소득과 재산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상태에서는 장애인이 다른 가족들과 같이 살면 그 가구원들의 소득과 재산 때문에 수급자로 지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장애인이 떨어져 나와서 혼자서 살게 되면 장애인 독신가구가 되므로 이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이제 장애인은 다른 가족과 같이 살게 되면 수급자로 지정되지 못 하고, 혼자서 살면 수급자로 지정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발생될 수 있다. 만일 장애인이 혼자서 살면 정부에서 소득보장을 제공하고, 다른 가족들과 함께 살면 소득보장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러한 정부의 조치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구단위의 보장제도이므로 장애인에 대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상의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는 바로 이러한 문제를 야기한다. 장애인은 가구의 형성에 있어서 완전한 선택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장애인이 혼자서 독립적으로 살든, 다른 가족들과 함께 가구를 형성하여 생활하든, 가구형성과 생활방식의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이 누구와 같이 사는지에 관계없이 장애인 자신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수급자격과 급여수준이 정해져야 한다. 즉 장애인에 대한 기초소득보장은 가구단위가 아니라 개인단위의 제도로 설계되어야 한다. 
 
 현재 장애인에 대한 개인단위의 제도로 장애인연금제도가 존재하고 있다. 장애인연금은 장애인의 소득과 재산만을 평가하여 급여를 제공한다. 개인단위에서의 장애인 소득보장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장애인연금제도(현재 25만원의 최고급여 제공)를 통하여 장애인에게 기초소득(예를 들어 생계급여 수준인 약 50만원)을 보장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만일 장애인연금제도를 통하여 기초소득 수준을 보장하는 것이 어렵다면, 개인단위에서 장애인에 대하여 기초소득보장을 제공하는 별도의 제도(가칭 ‘장애인기초소득보장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 경우 장애인에 대한 소득보장체계는 우선 개인단위에서 장애인연금 또는 별도의 장애인기초소득보장급여를 장애인에게 제공하고, 그 다음으로 가구단위에서 장애인이 속한 가구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그 가구에 대해 그야말로 최후의 안전망으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를 제공하는 중층적 소득보장체계로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