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포럼> 특별수요신탁제도

장애인 재산보호 위한 ‘특별수요신탁제도’ 도입 필요성 제기

2018-03-12     이재상 기자

 국제포럼


<특별수요신탁제도> 
 
 이미 영국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영미권 국가에서는 신탁을 활용해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에 필요한 재산관리와 관련된 지원을 하고 있으며 아시아의 경우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특별수요신탁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자-장애인을 위한 특별수요신탁제도 도입을 위한 국제포럼이 지난 2월 2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한국자폐인사랑협회와 나경원 의원실 등의 주최로 열렸다. <이재상 기자>
 
장애인 재산보호 위한 ‘특별수요신탁제도’ 도입 필요성 제기
 
 
아파트 등 부동산 물려받은 
발달장애인 재산보호 위한 
특별수요신탁회사 운영 
 
싱가포르 사례 
 싱가포르 사례발표를 맡은 싱가포르 메너지먼트대 탕왕휘 교수는 “발달장애인 A씨의 어머니가 갑자기 사망한 후 신탁회사로 왔을 때 어머니가 일생 동안 모았던 계좌 금액이 완전히 다 사용이 된 상태였다. A씨 친구 B씨가 A에게 돈을 달라고 해서 매일 돈을 줬기 때문이다. 그전에 신탁 설정이 됐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싱가포르의 경우 아파트 등 부동산을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등 현금은 없지만 자산은 많은 경우처럼 특별한 수요가 있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재산과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수요신탁회사를 운영 중”임을 밝혔다.
 부모들이 유언을 작성을 하고 소액으로 신탁계정을 연 다음에 부모가 사망한 후에 유언을 이행하는 사람이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위탁하게 한다.
 부모가 소액(3천 달러 US) 규모로 신탁계정을 열고 부모 소유 자산을 특별수요가 있는 신탁 수요자에게 주겠다고 유산 상속 유언을 통해 특별수요신탁회사와의 계약으로 이뤄지며 부동산이 있는 경우 부동산을 매각해서 매각 대금을 가지고 신탁 펀드에 납입한다. 특별수요신탁의 경우 현금자산만 관리를 한다.
 유언을 이행하는 데 있어서 자산을 매각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신탁회사가 소송을 통해서 부동산 매각을 하게 함으로써 신탁에 납입이 되도록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공공수탁자에게 예금이 들어가면 의향서가 수탁자들에게 제공되며 돈이 어떻게 운영할지, 특별 수요가 있는 사람을 돌봄을 해주는 돌봄자가 있다면 매달 일정 금액을 제공할지 여부를 의향서를 통해 제시를 하면 수탁자가 직접적으로 돈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수탁자산은 부모와의 계약 즉 문서상 의향서에 따라 전자적으로 처리되며 특별한 수요가 있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어떤 의료 상황이 발생할 경우 특별수요가 있는 개인이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이것이 의향서에 명기가 안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신탁예금에서 지출이 가능하다.
 이 경우 신탁회사 측에서 그런 돈을 지불하는 것이 특별수요가 있는 사람에 부합하다고 봤을 때 펀드에 돈이 얼마 있는지와 어떤 치료인지,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검토한 후 돈을 지불할지가 결정된다.
 신탁회사의 초기에는 처음에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지 못했고 신탁과 관련된 수수료를 찾으려 했다. 그런데 이러한 수수료를 찾는 데 있어서 많은 비난을 받게 되었고 부모님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는 정부가 90% 이상의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으며 2천만 싱가포르 달러(한화=163억6천만원) 규모의 신탁 펀드를 운영 중이다.
 부모가 신탁을 설정하면 특별수요신탁회사에게 들어오는 돈은 공공수탁자인 정부에게 맡겨지며 정부가 운영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펀드에 들어가는 자본은 보호가 된다. 정부가 돈을 운영을 하는 것이 민간 은행이 갖고 있는 것보다 더 낫다고 부모들이 원했기 때문.
 탕 교수는 “사회가족개발부의 100% 지원 아래 14명의 직원과 사회복지사들도 참여하고 있고 회계 전문가들도 협업하고 있다.”며 “특별수요신탁회사가 필요한 사람은 지적, 자폐,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노년층 등 앞으로 여러 가지 많은 도움을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신탁회사”임을 강조했다.
 
영미권, 공적부조와 별도로 
특별수요신탁제도 운영
 
 제1발제를 통해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신탁의사결정지원센터 전창훈 변호사는 “현재 영미권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특별수요신탁제도는 공적 부조에 의한 생계급여, 장애인연금, 의료급여 등과 같은 기본적 수요에 대한 공적인 지원을 보장하는 한편 발달장애의 특성상 필요한 의료적 처지, 지원서비스 등의 특별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적 재원을 신탁을 통해 출연하는 제도”임을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중산층 가정에서 부모가 발달장애인 자녀에게 일정한 정도의 재산을 물려줄 경우 공적 부조 지원대상에서 배제되는데 이 같은 이유로 부모들은 발달장애인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을 꺼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의 양적, 질적 향상 요구는 정부재정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재정상의 한계로 발달장애인 대상 서비스 개선에 어려움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전 변호사는 “특별수요신탁은 장애인이 자신의 재산을 신탁의 형태로 보유하더라도 자산조사에 기초한 공적 부조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발달장애인 부모가 자녀를 위한 사적 재원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임을 주장했다. 
 이어 “발달장애인은 공적 재원과 사적 재원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하여 발달장애인이 가지는 특별한 수요를 충족함으로써 공적 부조가 제공하는 수준의 삶의 질을 넘어 향상시킬 수 있을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전 변호사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특별수요신탁제도가 도입될 경우 부모의 재산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공적 운영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그 운영체계 구축에 있어 신탁서비스 제공기관 설립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이 어려울 경우 장애인부모단체 등에 위탁해 운영하고 충실한 감독체계를 갖추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임을 주장했다.  
 
장애인 특별수요신탁
고령자까지 포함시켜야 
 
 제2발제에서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교수는 “스스로 재산관리를 하기 어려운 고령자 또한 재산관리 역량의 결여 내지 부족, 재산 수탈의 위험 등의 측면에서 발달장애인 등과 다를 바 없고 신탁이라는 법적 수단의 이용에 낯설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없으므로 장애인을 위한 특별수요신탁을 고령자까지 확대돼야 한다.”며 고령자, 장애인 모두에 공통될 수 있는 집합특별수요신탁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가칭 ‘고령자, 장애인을 위한 특별신탁지원을 위한 특별법’의 입법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고령 또는 장애로 인해 재산관리 능력이 떨어져 일상생활, 치료 및 요양에 필요한 재산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없게 되는 상태에서도 지속적으로 일상생활 등의 목적으로 재산이 지출될 수 있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미래 상황을 대비하는 장치를 스스로 미리 마련하거나 대리권 있는 자에 의해 마련하는 것이 모두 가능해야 하며 개인의 특별한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재원의 안정적 조달장치로서 신탁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의 경우 생애주기별로 욕구가 달라질 수 있으며 고령자 또한 고령 및 질환의 정도에 따라 특별한 욕구가 변동이 생길 수 있으므로 신탁을 개시해 신탁서비스가 제공되더라도 본인의 욕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치가 신탁계약의 틀 안에 마련돼야 한다.
 제 교수는 “부양의무제도가 폐지될 경우 사회보장급여를 받기 위해 가족 등의 재산을 소진하거나 절도, 횡령 등을 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신탁으로 전환된 재산은 사회보장급여의 수급자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 또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률안은 위탁자들로부터 국가 내지 공익법인이 신탁재산을 집합 운영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국가가 보존 책임을 지고 수익권의 사적 수익권을 최대한 축소해서 고령자와 장애인이 생활상의 특별한 수요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미국, 발달장애인 등 사망 시 
신탁 재산서 공공부조액 공제
   
 이어진 토론에서 강남구의회 전문위원인 김소희 박사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는데 미국의 경우 특별수요신탁의 사용처는 음식, 주거와 같은 매일 매일의 생활비가 아니라 특수하고 추가적인 수요를 위해 사용되며 발달장애인 등 사망 시 남은 재산에서 공공 부조액을 공제하게 되는 부분 때문에 어느 정도 정당화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특별수요신탁을 도입하는 데 있어서 영미법과는 체계가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상속법 체계에 저촉되지 않도록 설계돼야 하며 취약자 계층의 개인별 필요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전문적이면서 신뢰도가 높은 저렴한 관리비로 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함을 주장했다.
 
복지부, 제도 도입은 시기상조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박지민 사무관은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에서만 쓰는 예산을 정확하게 장애인 250만 명을 인당으로 나눴을 때 연간 2,500만 원 정도의 예산이 지급되고 있음에도 그것을 체감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국가예산은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가는데 현장에 있는 장애인이나 고령자분들은 국가가 나에게 해주는 게 없는 것 같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수요신탁회사 설립안의 경우 공공법인을 수탁자로, 중요한 역할인 개별지원자는 장애인, 고령자와 가까이 있는 사람일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전달체계 문제임을 주장했다.
 박 사무관은 “한국의 면적은 홍콩의 90배, 싱가포르의 140배로 싱가포르는 인천 강화도만하다, 보통 선진 복지국가로 꼽히는 핀란드, 노르웨이의 경우 한국의 도시 하나보다 작다.”면서 “우리나라 대다수의 고령자 장애인들은 도심에 모여 살지 않고 대부분은 농어촌 지역, 시군구 단위에 살고 있으며 결국 그분들에게 손이 닿는 개별지원자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와 그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임을 주장했다.
 이어 “가장 보편화되어 있는 제도가 장애인활동지원인데 항상 복지부는 하루에 수십 통, 수백 통 매칭이 되지 않은 지역에서 항의 전화를 받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섬이 수천 개가 넘으며 모든 시군구 단위가 만들어져야 그곳에서 관리감독을 할 수 있고 사회복지사 등이 일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특별수요신탁제도 또한 마찬가지로 제도의 장단점을 이 자리에서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제도 도입은 시기상조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