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인권조례 제정 늦출 이유없다

2017-08-25     임우진 국장

 

 문재인 정부가 ‘인권’을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발표한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방자치단체에 인권기본조례 제정과 인권위원회 구성, 인권전담부서 설치 등 인권제도를 강화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인권위는 최근 지역인권조례 공론화 10주년 및 인권기본조례 제·개정 권고 5주년을 맞아 광역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인권문화 확산 등을 위해 지자체 인권위의 심의기능을 강화하고 인권전담부서를 설치하라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인권위는 개인의 기본적 인권보호 및 인간의 존엄과 가치구현을 위해 2001년 11월 25일 출범한 후 2012년 ‘기본인권조례 표준안’ 메뉴얼을 각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발송해 인권기본조례 제정을 권고했었다. 그러나 인권위 권고 후 5년이 지났지만 17개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인천시는 아직까지 조례를 만들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시민의 인권유린을 방조해온 셈이다.  
 
 인천시가 아직까지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것은 특정 종교단체의 압력 때문으로 알려졌다. 인천시의회의 경우 지난해 1월 더불어민주당 이용범 시의원 등 6명이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특정 종교단체들이 인권을 정의한 ‘인권이란 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말한다’는 문구에서 ‘법률’과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이 보장하는 가치’라는 문구를 빼도록 요구했고 시의회는 성소수자 및 국제인권과 관련된 내용들을 삭제하는 등 2차례의 수정작업을 거쳐 상임위원회를 통과시켰다. 그러나 시의회는 지난해 9월 본회의 표결과정에서 이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찬성한 시의원들에 대해 다음 선거에서 낙선운동을 하겠다는 종교단체의 압력에 일부 시의원들이 굴복한 결과다.
 
 시민의 기본인권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의회가 특정 종교집단에 휘둘려 인권조례안마저 부결시켰다면 이런 시의회를 시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기관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의회의 존립 이유가 없다. 시의회가 종교집단의 일방적 주장에 굴복해 본래의 취지와 정신을 호도한 반쪽짜리 인권조례를 제정해서도 안 된다. 인천시의회는 ‘마계(魔界) 인천’이란 말을 들어봤는가. 인천에서 잔혹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인터넷에서 관련 기사 댓글에 달린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악마의 세계를 뜻하는 단어가 인천을 비하하는 별칭이 된 것은 인권을 경시한 강력사건들이 인천에서 많이 발생했던 데서 비롯됐다는 것. 잇따른 아동학대와 10대의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이 그 예이다. 어려서부터 생명을 존중하고 타인의 인권을 중시하도록 교육을 받았다면 이런 범죄를 막을 수 있지는 않았을까. 인권조례 제정이 시급한 이유이다.
 
 인권조례는 어린이, 여성, 노인, 청소년,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이르기까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우리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차원에서도 꼭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의 인권이 보장되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과 혐오가 사라져야 나라다운 나라라고 말할 수 있다. 인권조례는 그 주춧돌이나 다름없다. 이런 인권조례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인권위 권고에 마지못해 제정하거나 시민사회의 보편적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인권조례를 제정해서도 안 된다. 인권은 종교와 이념과 정파를 초월해 인류가 공동으로 추구하는 보편적 기본적인 권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에 의해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인천시 인권조례가 담아내야 한다. 출발은 늦었지만 인천시가 ‘마계 인천’이란 불명예를 씻고 인권 중심도시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