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페셜올림픽코리아 박민서 회장을 만나다

2017-04-24     한고은 기자

한국 사회에서 가장 살아가기 어려운 장애, ‘발달장애’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 수는 매년 감소하는 반면, 발달장애인은 매년 약 7천여 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나날이 늘고 있는 발달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문화 및 스포츠 위주로 남다른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는 (사)스페셜올림픽코리아 인천시지부 박민서 회장을 만났다.

발달장애인도 동등한 사회구성원…스페셜올림픽 통해 자립토대 마련할 것

▲ 현 인천스페셜올림픽코리아 회장
현 경인방송 방송위원회 초대 위원장
전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전 인천일보 대표이사

Q. 박민서 회장님, 반갑습니다. 먼저 ‘인천스페셜올림픽코리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장애인생활신문>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제가 이끌고 있는 ‘인천스페셜올림픽코리아’는 2015년 7월 8일 창립됐습니다. 인천지역에서 활동하고 계신 사회지도층 인사들, 특히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은 분들이 참여해 출범하게 됐습니다. 2015년 11월에는 당시 스페셜올림픽 중앙의 나경원 회장과 창립 발대식을 가천대학교 연수캠퍼스에서 가졌습니다.

먼저, 스페셜올림픽이라는 용어가 인천시민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도 생소할 것입니다. 스페셜올림픽은 만8세 이상의 지적장애인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올림픽과 유사한 형식으로 이뤄지는 스포츠 활동입니다.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을 위해 지속적인 스포츠 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수시로 경기대회를 개최해 참여시킴으로써,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의 신체적 적응력을 향상시키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기여하는 국제적인 운동이면서 비영리 국제 스포츠 기구입니다. 국내에서는 인천이 8번째 시도지부로 창립됐습니다. 
 
 
Q. 3월 14일부터 25일까지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2017스페셜올림픽 동계대회’에 한국 대표선수단 단장 자격으로 다녀오셨습니다. 소회가 어떠셨는지요.

A. 저에게 아주 뜻 깊고, 감회가 새로운 대회였습니다. 107개국에서 참가한 대규모 대회로, 우리나라는 선수 65명을 비롯해 임원 및 관계자 등 110명이 참여해, 8개 종목 가운데 7개 종목에 출전했습니다.
괄목할 만한 성과들이 많았습니다. 장애 정도에 따라 레벨 1,2,3으로 나뉘어 경기가 치러졌는데, 레벨2 피겨스케이팅 경기에서 남녀 선수가 모두 금메달을 따냈고, 쇼트트랙 레벨2,3 경기에서 세계랭킹 1위부터 4위까지를 우리나라 선수들이 기록했습니다. MVP도 우리나라 쇼트트랙 남녀 선수들이 받았지요. 또한 알파인스키 종목은 일반 올림픽에서도 우리나라가 메달을 수상한 적이 없었는데, 레벨2 참여 선수들이 금메달 2관왕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인천공항에서 해단식을 하면서 선수 부모님들께 “자제분들을 훌륭하게 잘 키워주셔서 고맙다. 이들이 장애인으로서 대한민국 국위를 선양하고 왔다.”는 말씀을 드리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뻤던 것은,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지적장애 선수들, 우리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가슴으로 장애인들을 사랑하게 되면서, 아이들과 마음이 통하게 됐습니다. 무려 12박 13일 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었지요. 아이들은 허물없이 ‘단장님, 맛있는 것 사주세요!’라고 해맑게 조르기도 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부모에 대한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는 스페셜올림픽의 원칙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가족위원회가 존재하고, 가족 분들이 대회에 함께 오셨지만 선수 아이들과 숙식 등의 활동은 함께 할 수 없습니다. 운동경기의 전과정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키워주기 위해서입니다. 부모님이 곁에 없어도, 경기복으로 갈아입고 나면 아이들은 그저 의젓한 ‘선수’의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스케이트날에 다치지 않도록 방탄경기복을 구비하는 등의 다양한 안전울타리를 마련해 놓은 것은 당연합니다.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든든한 안전망을 마련하고 나서, 아이들이 선수로서 스스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신경썼습니다.
 
 
또한 이번 경기는 ‘경쟁’보다 순수한 축제로서의 의미가 컸습니다. 참여 인원이 4만 명이었는데 개막식과 폐막식 인원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보통의 올림픽 등은 개막식 때만 참여 인원이 많고, 경기가 치러지는 과정에서 텅텅 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대회는 다르더군요. 처음부터 끝까지, 순수 자원봉사자들과 관객들이 함께 한 ‘축제’였습니다. 메달을 따지 못해도 선수들에게 리본을 수여하는데, 어떤 아이들은 메달과 예쁜 리본을 맞바꾸는 순수한 모습을 보여줄 만큼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대회였습니다.
 
지난 2013년 스페셜올림픽동계대회가 평창에서 열리면서 스포츠올림픽이 조금씩 알려졌지만 여전히 홍보가 부족합니다. 때문에 스페셜올림픽은 2023년도 하계대회를 우리나라가 유치할 수 있도록 추진 중입니다. 개최지로 결정된다면 이 즐거운 축제의 장이 우리나라에서 다시금 펼쳐지게 될 것입니다.
 
Q. 발달장애인들에게 있어서 스포츠 문화 활동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A. 다른 장애인도 마찬가지지만, 발달장애 아이들은 남 앞에 나서는 걸 대체로 싫어합니다. 게다가 현재 인천에도 여러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이 존재하지만, 고등학교 이후에는 공교육과 사회가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졸업하면 갈 곳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 및 문화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재능 혹은 자립심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포츠나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서 사회로 끌어내서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두뇌 및 신체 활동 적응을 도모하면서 말입니다.
 
작년 인천스페셜올림픽코리아는 ‘인천스페셜뮤직앤아트페스티벌’을 열었습니다. 음악과 스포츠를 경험하며 두뇌를 발달시키고 사회구성원들과 동등한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모니카와 난타, 민요, 기타 연주 등을 연습했고, 부모님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했습니다. 그동안 발달장애인에게 주어졌던 단순 기능훈련 위주의 노동작업 등을 넘어서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지요. 저 스스로도 보람이 컸고, 부모님과 발달장애 아이들의 만족도도 무척 큰 페스티벌이었습니다. 올해 역시 스페셜뮤직앤아트페스티벌을 개최할 계획입니다.

 
Q. 박민서 회장님께서는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인천일보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시면서 인천 언론계의 주춧돌 역할을 해오셨습니다. 현재도 경인방송 초대 방송위원장으로 계시는데요. 어떤 계기로 스페셜올림픽코리아를 이끌게 되셨는지요.

A. 언론계에 오래 있다 보니 다양한 지인들이 계셨습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중앙회에서 선수들의 건강증진프로그램 위원장을 맡아 오랫동안 사회공헌 활동을 하신 연수김안과 신경환 박사님의 제언을 통해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인천시지부 창립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추천을 통해 회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언론인으로서의 제 영향력을 통해 ‘스페셜올림픽’에 대한 홍보와 저변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전문가는 아니어서 낯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년여 동안 여러 활동을 현장에서 왕성히 펼치다 보니 이번 스페셜올림픽동계대회 한국선수단 단장이라는 큰 기회도 찾아왔고, 그동안의 노하우를 토대로 아무 사고 없이 좋은 결과를 안고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스페셜올림픽이라는 단체가 있다는 것과, 이 용어가 뜻하는 바를 인천 지역사회에 널리 전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Q. 인천스페셜올림픽코리아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A. 작년 5월 송도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걷기대회를 개최했었습니다. 무척 성황리에 끝난 대회였는데, 올해 역시 9월에 송도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또한 11월에는 전국발달장애인탁구대회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스페셜뮤직앤아트페스티벌’ 대회 역시 8월경에 열릴 예정이며, 오는 6~7월경에는 발달장애인 건강증진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의 건강 체크도 실시합니다. 

Q. <장애인생활신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들려주십시오.

A. 아직도 우리 국민들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 수준이 외국보다 낮습니다. 그러나 장애를 갖고 있다고 해서 절대로 실망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비장애인과 똑같이 교육과 스포츠 활동을 통해서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스스로도 노력해야 합니다. 물론 여러 가지 고용 촉진, 자립 시스템 마련 등을 국가 및 사회 차원에서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 당사자가 스스로 ‘할 수 있다’, ‘나는 비장애인과 동등한 사회인이다’라는 마음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기회가 찾아오고 여건이 마련되었을 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모쪼록, <장애인생활신문> 독자들께 행운과 행복이 깃드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스페셜올림픽코리아에 대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