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2017-02-23     임우진 국장

정부가 교통계획을 또 내놨다. 2021년까지 전국 시내버스 42%(서울 65%, 광역시 45%, 9개도 32%)를 저상버스로 보급하고 휠체어 탑승 가능한 고속·시외버스를 개발한다는 것. 시·군 경계구분 없이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동지원시스템도 개발한다. 교통약자가 불편함 없이 버스·철도·항공기 등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동편의시설 기준 적합 설치율도 일반버스 82%까지, 저상버스, 철도차량, 항공기 등은 90% 이상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2017~2020)'을 확정·고시했다. 이에 따라,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2021년까지 장애인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의 법정 보급대수를 100% 채워야 한다. 그런데, 이 같은 정부의 계획이 미덥지 않다는 게 문제다. 계획만 요란할 뿐 이를 제대로 이행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2012년 3월에도 ‘제2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2012~2016)’을 내놨었다. 교통약자를 위해 2012년 보급률 12%인 저상버스를 2016년까지 전국 시내버스의 41.5%까지 올리겠다고 했었다. 재정여건, 교통약자수, 도입수요 등을 고려해 저상버스 보급률을 2016년까지 서울 55%, 6대 광역시 40%, 8개도 지역은 30%까지 높이기로 한 것. 하지만, 정부의 계획이행 실적은 초라하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5년 저상버스 도입률은 32.2%(1만473대) 도입계획이었으나 전국에서 운행되는 인허가 시내버스 3만2552대 중 20.7%(6751대)에 머물렀다. 특히 2015년 6대 광역시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서울 35.2%, 대전 25.0%, 대구 21.8%, 부산 18.5%, 광주 17.8%, 인천 14.1%에 그쳤다. 6대 광역시 평균 도입률은 18.3%에 불과하다.

이처럼 저상버스 도입률이 낮은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지자체가 예산 문제로 저상버스 도입을 위한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것. 그래서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운송업체의 저상버스 운행에 따른 손실을 최대한 보전해 줄 수 있도록 국비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저상버스 구입비는 대당 2억3천여만 원 정도로 일반버스 구입비 1억1천여만 원의 2배나 비싸다고 한다. 저상버스를 구입할 때 정부와 지자체가 구입비의 50%를 지원한다지만, 관리하기도 까다로워서 운송업체가 도입하기를 꺼릴 수밖에 없다. 사용연한이 지날수록 수리비가 일반 시내버스보다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운송업체에서 저상버스의 리프트가 고장난 채 운행하고 있어 사실상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상이 이러니 교통약자들이 겪는 불편은 도입률 등의 수치로 예측되는 것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이 제정돼 시행된 결과,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의 이동권이 많이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법과 제도가 있어도 정부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애인콜택시 등 교통약자의 특별교통수단 보급률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며 시내·시외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 장애인이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장애계는 “우리도 고향에 가고 싶다.”며 “시외․고속버스 장애인이동권 보장”을 촉구해왔다. 전국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9700여대 가운데 저상버스나 승강설비를 갖춘 버스는 한 대도 없다. 그런데, 정부는 번번이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시외이동 저상버스 도입 요구를 묵살하더니 지난해 11월 ‘누워서 가는 최고급 프리미엄 버스’를 개통했다. 정부의 정책이 장애인들에게는 그저 입에 발린 말뿐으로 느껴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