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제도 도입에 앞서
상태바
성년후견제도 도입에 앞서
  • 편집부
  • 승인 2012.12.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성희/인천광역시장애인종합복지관 기획팀장, 사회복지사

 

1980년대까지 수용보호서비스가 주류를 이루던 우리나라 장애인복지계에 수용시설이 아닌 ‘여러 유형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재활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새로운 모델’로 장애인종합복지관이 설립되어 현재까지 운영되며 장애인복지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여 왔다. 하지만 최근의 큰 흐름은 권리로서의 보편적 사회복지서비스 지원을 바탕으로 탈 시설과 지역사회 내 정상적인 삶의 영위로 그동안 재활모델에 안주하던 장애인복지관들의 사업방향에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국가정책도 당사자 욕구기반의 복지서비스 제공이라는 큰 틀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활동보조지원법, 장애아동복지지원법 등을 제정하여 당사자의 권리와 선택을 강조하며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고 있다.

1994년 인천광역시 최초로 설립된 인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는 타 복지관과 유사하게 인천지역 장애인의 치료와 교육 및 각종 복지서비스를 제공하여 재활과 자립을 지원하는 재활모델로 최근까지 안정된 고유사업을 수행하여 왔으나 2010년부터 새로운 운영재단인 사회복지법인 한울정신건강복지재단이 복지관을 운영하면서 당사자 욕구기반의 지역사회 중심사업으로 운영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장애인계의 흐름과 욕구를 반영한 지역사회 중심의 지속적인 사업을 고민하던 중 2010년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성년후견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하였으며 현재는 자체예산으로 지속 운영하고 있다.

 

58년생 지적장애 2급인 A씨는 어머니와 지내던 중 어머니가 사망하게 되어 앞으로 살아갈 일이 걱정이었다. 지역의 사회복지기관에서 정기적으로 밑반찬을 지원하고 있으나, 위생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여 부패한 반찬을 먹거나, 쉰밥을 먹는 등 혼자 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가건물에 살고 있어 주거가 불안정하였고 보일러를 조절하거나 빨래를 하는 행위 등 일상생활이 매우 어려운 상태여서 어머니가 사망하게 된 것은 A씨에게 매우 심각한 위기상황이었다. 그러나 사회복지기관에서는 A씨에게의 권리를 대행한다거나, 계약을 대신하는 등의 행위가 어려워 서비스 지원에 한계가 있었다. 한편, 연락을 잘하지 않던 남동생과 친부가 A씨의 보호자라며 A씨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설에 입소시키겠다고 하여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특히 지역사회복지기관에서 개입하려고 하자 ‘법적권한’이 없다며, A씨에게 개입하지 말 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인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는 A씨에게 성년후견제도를 설명한 후 동의를 받아 성년후견인을 파견하여 A씨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는데, 첫째, A씨는 시설에 입소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보호자라고 주장하는 남동생과 친부의 도움은 전혀 필요 없다고 했다. 성년후견인은 A씨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조사하는 한편, 적절한 주거대책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 결과, A씨에게 국민임대주택 신청 자격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여 국민임대주택 신청 및 계약업무를 성년후견인이 대리하여 체결하였고, A씨는 마침내 본인의 의사대로 국민임대주택에서 거주하면서 관련 사회복지서비스를 받게 되었다.

이처럼 자기 판단 능력이 부족하거나 극히 미약한 중증장애인이 가족 및 일가친척의 직접적인 보호 없이도 우리 사회 속에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재산관리와 신상보호를 대리할 성년후견인을 임명하는 제도는 향후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에 매우 유효한 수단이 될 것이다. 부모들이 상속한 재산관리와 신상보호를 후견인들이 담당한다면 혼자된 대상자들이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재산이 없는 장애인들도 후견인들로부터 신상보호를 받으며 일상적인 생활과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 인권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요즘, 성년후견제도는 장애인의 자기결정, 장애인의 잔존능력 활용 등 장애인 인권보호의 전제가 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학계, 혹은 일반시민의 관심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2013년 7월 1일이면 국가적으로 시행되는 제도이나 지자체 혹은 전국단위의 시범사업 없이 각종 연구용역을 통해 외국의 우수한 후견제도와 우리나라 후견제도가 담아내어야 할 사항만을 발표하고 있다. 외국의 제도는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연구내용은 원론에 그치고 있어 지금이라도 정부차원의 시범사업 진행이 필요하며 이론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안들을 서비스전달체계에 담아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