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장애인 참변, 예산 타령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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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장애인 참변, 예산 타령만 할 것인가
  • 편집부
  • 승인 2012.12.14 00:00
  • 수정 2014-04-28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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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파주에서는 어린 남매가 화재의 참화를 당했다. 남매 중 누나는 사고발생 9일만인 지난 7일 짧은 생을 마감했고 중태에 빠진 뇌병변 1급 장애아 동생는 여전히 의식불명이다. 아이들 어머니가 월세방을 구하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일어난 일이다. 13세 누나는 11세 중증장애 동생을 데리고 피신했지만 결국 참변을 당했다. 이들 남매의 부모는 맞벌이 노동자로서 장애아동 돌보미 서비스를 신청해 놓고 통보를 기다리던 중이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서울 행당동 한 연립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10분만에 꺼졌지만 집 안에 혼자 있던 30대 중증장애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뇌병변 1급으로 혼자서 움직일 수 없었던 김주영씨는 119에 신고했지만 소방관이 도착했을 때는 숨진 뒤였다.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지 불과 3시간여 만에 사고를 당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비극이 오래전부터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에도 24시간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활하던 근육장애인 허정석씨가 활동보조인이 퇴근하고 어머니가 집에 오는 사이 호흡기 호스가 빠져 서른 살의 나이로 숨졌다. 당장의 절박함을 호소해오는 중증장애인도 있다. 지난달 본사에는 자신이 근육병환자라는 장애인 독자로부터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혼자 살고 있는데 움직일 수 없어 전화 받기도 힘들다는 이 1급 장애인은 활동보조인 정규 8시간 활동 이외에 야간에 돌봄 봉사가 가능한 분을 찾고 있다는 무료 신문광고를 내줄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두 차례에 걸쳐 기사를 게재해줬지만 밤늦게까지 무료봉사를 해줄 활동보조인이 선뜻 나설지가 더 걱정이었다. 정부가 이런 딱한 사정을 알면서도 그대로 방치한다면 살인방조 행위나 다름없다.
이런 일련의 사건 모두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의 현실과 인식 수준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가슴 아픈 비극이다. 누군가 이들과 함께 있기만 했어도 안타까운 죽음만은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먹먹하다. 이런 돌봄과 도움을 위해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계가 제도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해왔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예산 타령만 할 뿐 무대책이다. 그런데 없어서 못한다는 예산은 작년에도 올해도 남아돌았다. 복지부가 지난해 활동보조 예산으로 1827억원을 책정했지만 300억원이나 남아돈데 이어 올해도 2973억원 예산 중 800억원이나 불용됐다. 복지부의 변명은 더 이해할 수 없다. 올해 5만5천명을 예상했지만 실제 이용자수는 4만명에 불과했다는 것. 예상보다 1만5천명이나 적은 원인이 신청자격 제한과 과도한 서비스이용료 부과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복지부는 활동보조가 필요한 중증장애인이 35만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은가.
혼자서는 아무 거동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는 24시간 절실하다.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활동보조 최대 180시간에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180시간을 합해야 하루 12시간에 불과하다. 12시간은 고스란히 홀로 위험에 방치되는 셈이다. 이 12시간 동안에 제2의 김주영, 허정석씨, 파주남매 사건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올해 불용될 예산보다 적은 792억원이면 현재 활동보조를 받고 있는 중증장애인 중 24시간 지원이 절실한 장애인 최소 2100여명이 24시간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정작 목숨이 걸린 시급한 현안에는 나몰라 하면서도 입만 열면 무상보육, 무상급식 운운하며 복지를 조자룡 헌 칼 쓰듯 떠들고 있는 정치권이나 정부는 이제라도 활동지원제도의 전면적인 수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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